[취업 탐구 ‘기업 vs 기업’ ⑪] 서경배 ‘취임후 매출 10배’ 차석용 ‘M&A 전략 적중’
입력 2017-04-07 03:28:00
수정 2017-04-07 03:28:00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고 서성환 선대회장의 차남이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졸업한 해인 1987년, 태평양에 입사했다. 이후 태평양제약 사장,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을 거쳐 1997년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입사 후 10년 만이자 그의 나이 만 34세가 되던 해의 일이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달리 외부 인사다. 한국P&G대표이사 사장과 해태제과 사장을 거쳐 2005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됐다.
차석용 부회장은 경기고 졸업 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회계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 취득 후에는 미국 코넬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이후 미국 인디애나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이듬해인 1985년 P&G에 입사해 본격 생활용품 업계에 뛰어들게 된다. 1999년 P&G 한국총괄사장이 됐고 2년 뒤 해태제과 사장을 거쳐 2005년 LG생활건강에 합류했다.
차 부회장이 서경배 회장과 다른 점은 출신뿐만이 아니다. 사장 취임 후에도 서 회장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화장품, 생활용품, 녹차 등 3개 사업부문에 선택과 집중투자를 단행한 서경배 회장과 달리 차석용 부회장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사업을 계속 확장해 갔다.
결과적으로 두 회장의 상반된 경영방침은 모두 맞아 떨어졌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서경배 회장, ‘선택과 집중’ 경영방침이 ‘업계 1위’ 견인
서경배 회장은 1997년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장 취임 이래, 창업자 서성환 선대회장이 일궈 놓은 사업 유산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뛰어난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올해로 취임 20주년을 맞은 서 회장은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액을 10배 끌어 올렸다. 그 배경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그의 일관된 경영방침이 있었다.
서 회장이 회사를 맡은 1997년은 IMF로 인해 국내 경제가 파탄위기에 처해있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이 해는 아모레퍼시픽의 시그니처 브랜드 ‘설화수’가 세상에 나온 때이기도 하다.
럭셔리 화장품이라는 개념이 없던 당시, 국내에서 설화수의 높은 가격과 고급스러움은 생소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후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진출을 시작하면서 한방 약재에 친숙했던 중국인들에게 설화수는 명품으로 각인됐고 지난 2015년, 1조원 매출을 기록하며 명실공히한 ‘효자’ 브랜드가 됐다.
이와 함께 서 회장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up Your Life)’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 암 환자를 위한 메이크업 서비스를 통해 긍정의 힘을 불어 넣는 프로그램이다. 피부 변화와 탈모 등 급작스러운 외모 변화로 인해 고통 받는 여성 암 환자들에게 메이크업 및 피부 관리, 헤어 연출법 등을 전수하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6조697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조828억원으로 서 회장 취임 해보다 각 10배(1997년 6462억 원), 21배(1997년 522억원) 넘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는 국외 사업 매출이 1조6900억 원을 넘어서며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했다.
주식 가치도 크게 뛰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시가총액은 26조원으로 1997년 서 회장 취임 당시 1700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서 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28억8884만6000원을 받았다. 서 회장 개인 자산도 그 사이 크게 늘었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미국 포브스에서 매년 발표하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4개국 상위 주식부자 160명의 2007년~2017년 재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서경배 회장은 84억 달러를 보유하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이어 자산순위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서 회장의 재산은 10년 전 11억 달러에서 663.6%나 급증해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차석용 부회장, 부문을 가리지 않는 M&A의 귀재
차석용 부회장은 2005년 1월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직후, 그는 기존 생활용품과 화장품으로 양분화 돼 있던 사업부문에 2007년 코카콜라보틀링을 사들이면서 음료부문을 추가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시장의 변동성이나 낮은 진입장볍 등을 고려할 때 단 두 가지 사업만으로 회사를 운영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음료사업은 화장품사업과 ‘여름’이라는 교집합 안에서 상생했다. 여름이 비수기인 화장품의 부진한 매출을 반대로 여름에 수요가 최대치인 음료매출이 만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강력한 M&A방침은 화장품 부문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이니스프리를 통해 자연주의 로드숍 브랜드를 내세우자 2010년, 더페이스샵을 인수하고 이니스프리와의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지난해 더페이스샵은 전체 매출 중 21.2%를 해외수출로 달성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업계에 새로운 트렌드가 생길 때마다 차 부회장은 M&A를 통해 시장을 확보했다. 2012년에는 색조 브랜드 강화 차원으로 보브를, 2014년에는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시장 진출을 위해 CNP코스메틱스를 사들였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창립 70주년(1947년 설립된 락희화학공업사가 모태)을 맞았다. 차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사업구조의 고도화를 요구했다.
차 부회장은 “사업구조 고도화는 어떠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고부가가치 일을 수행해 한때 반짝하고 사라지는 성과가 아닌 지속가능한 성과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라며 “의미 없는 일에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모두가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 추진력을 발휘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또 “리더들은 사업이 잘 되어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기에도 교만하거나 사치스러워지지 않고,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는 거안사위(居安思危)를 솔선수범하자”라고 당부하며 또 한 번의 강력한 변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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