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 “가짜뉴스를 조심하세요”


“촛불에서 왔지?” 지난 3월 4일 오후 4시경, 5호선 광화문역을 나가는 출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일을 앞두고, 마지막 주말집회이기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집회현장으로 모인 듯했다.
출구를 나서자마자 광화문은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와 사람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군중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휘날리고 있었고, 바로 옆 광화문 광장에서는 촛불집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처음 나가보는 집회현장이었기 때문에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우선, 시청 앞 광장 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한창 태극기 집회가 진행되고 있기도 했고, 촛불집회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태극기 집회 현장에 들어가자마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신문 가판대가 눈길을 끌었다. 태극기집회에 일명 ‘가짜뉴스’가 성행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호기심이 들어 곧바로 가판대로 향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순간 어느 아주머니의 고함이 들렸다. “너 촛불에서 왔지? 신문만 가져갈 것이지 사진을 왜 찍어?” 당황스러움에 재빨리 신문 한 부를 움켜쥐고 자리에서 떠났다. 이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가짜뉴스의 범람
이들이 들고 있었던 신문은 가짜뉴스라 불리고 있던 것이었다. 이 가짜뉴스들은 발행인과 발행처도 분명치 않고, 출처가 명확하지 않거나 거짓된 정보로 구성돼 있었다. 일례로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으로 나선 서석구 변호사가 가짜뉴스를 인용해 “북한 노동신문에 촛불집회가 김정은의 명에 따라 진행했다”라고 발언했으나, 통일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외국도 가짜뉴스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작년 미국 대선 당시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 선언을 했다.’,‘클린턴이 IS에 무기를 팔았다’ 등의 가짜뉴스가 성행했다. 이런 가짜뉴스들의 페이스북 공유횟수는 870만 건으로 주요언론사 페이스북 공유횟수보다 약 100만 건가량 높았다. 기존의 매체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가짜 뉴스는 어떻게 영향력을 미칠까?

사람은 자신들이 믿으려고 하는 것만 믿고 보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 용어로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인데, 가짜뉴스는 확증편향을 자극한다. 민영 고려대 교수는 ‘가짜 뉴스 개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가짜뉴스는 제도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고 소외된다고 생각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며, 이런 상황 속에서 가짜뉴스는 확증편향 욕구를 충족시킨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먼저 접한 정보가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받는데, 먼저 가짜 뉴스를 접하게 되면 올바른 정보를 접하게 되더라도 가짜 뉴스를 믿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이다.
가짜 뉴스는 이런 인간의 심리적인 측면을 파고든다.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뉴스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는 현 시점을 보면 가짜 뉴스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신념을 지닌 개인이 확증편향을 불러일으키는 가짜 뉴스를 접하고, 자신의 SNS를 통해 기사를 퍼트리게 되면, 같은 신념을 지닌 가짜 뉴스를 접하고 또 퍼트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가짜 뉴스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SNS나 포털 사이트들이 이용자들의 성향에 맞춰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역시 가짜 뉴스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일명 ‘필터버블(filter bubble)’ 현상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이용자들에게 뉴스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을 줄여 개인의 신념과 편견을 왜곡시킬 수 있다.
가짜 뉴스는 왜 만들어질까?
가짜 뉴스는 정치?경제적 이득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띤 거짓 정보이다. 예를 들어, 태극기 집회에 볼 수 있는 가짜 뉴스가 그렇다. 태극기 집회에서 배포되고 있는 가짜 뉴스의 경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신념을 자극해 이들을 집결시키고 있다.
이는 태극기 집회에서 배포되고 있는 가짜 뉴스가 정치적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작년 미국 당시 트럼프에 우호적인 가짜 뉴스를 만들었던 진원지를 밝혔는데, 그 진원지는 바로 마케도니아에 있는 ‘벨레스’라는 소도시였다.
그리고 범인은 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이었다. 트럼프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들은 그저 자극적인 가짜 뉴스가 돈이 되기 때문에 가짜 뉴스를 생산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점과 가장 조회 수가 많은 글에 광고료가 비싼 광고를 배치하는 구글 애드센스의 정책을 악용한 것이다.
가짜 뉴스와의 전쟁 선포
언론의 힘은 여론을 형성하는 데 있다. 가짜 뉴스는 이런 언론의 힘을 이용하고, 거짓 정보를 통해 건전한 여론 형성의 장을 훼손시킨다. 선거를 앞둔 유럽의 국가들은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프랑스는 르몽드 등 언론매체와 손을 잡고 대대적인 진상검사(fact checking)에 나섰다. 독일에서는 가짜 뉴스나 증오발언을 삭제하지 않는 SNS 서비스 업체에 대해 한화로 최대 611억 원의 벌금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 역시 오는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 방지법’을 발의하는 등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또한, 가짜 뉴스의 주요 플랫폼이라 지적받는 페이스북과 구글은 각각 ‘페이스북 저널리즘 프로젝트’와 ‘비교검토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짜 뉴스와의 전쟁에 나섰다.
하지만 가짜 뉴스를 무작정 억제하고 삭제하기에는 우려가 있다. 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구분하는 뉴스 소비자들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5월 9일 열리는 대선을 앞두고 수많은 뉴스가 쏟아질 것이다. 그중에는 교묘하게 진짜 뉴스의 얼굴을 한 가짜뉴스들도 숨어 있을 것이다. 언론사와 관련 부처의 진상검사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뉴스 소비자들이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과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가려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진호 기자 / 김영찬 대학생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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