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일자리 기상도, 전 업종서 ‘천둥 번개’…식음료만 ‘맑음’


올해 업종별 채용 축소 경향이 뚜렷하다. 전년 대비 채용규모를 늘리는 업종은 식음료(13.31%)뿐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113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든 업종에서 채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건설?토목?부동산?임대업 ▼10.9%
주택?건설업계의 채용규모는 전년 대비 10.9%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작금의 현실은 건설사 최고경영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신년사에서 ‘내실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면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등 소비자들의 주택구매 욕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기대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인력이 많이 필요한 해외 수주가 급감했다는 사실도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분석이다. 공공부문에서의 수주 감소나 주거용 건축부문 과잉 공급 해소의 지연이 인력 확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교육?여행?숙박?예술 등 기타서비스 ▼ 14.4%
단거리 여행객 증가나 가격 경쟁력, 온라인 서비스 강화 등으로 저가항공사 시장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국내 메이저 여행업계에서는 사드 배치 여파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이탈이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되었다. 또한, 향후 유가 및 인건비 상승 등 비용 증가에 따른 여행 업계의 리스크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요소다.여행 외의 부문에서는 서비스업이 그나마 고용창출을 주도하고 있으나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내수둔화, 한계 자영업자의 증가, 구조조정에 따른 지역경제의 위축이 부담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보험 ▼ 10.6%
올해 금융권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계부채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 저금리 기조로 인해 금융영업이 불안정하며, 성과연봉제 시행으로 직원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최근 금융권에서는 지점에 방문 없이 전화?인터넷?홈쇼핑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어 인력 감축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22일까지 2800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이외에 KEB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도 잇달아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금융권은 올 신입 공채 인원을 크게 늘리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계?금속?조선?중공업 ▼ 10.3%
2013년부터 시작된 조선업의 생산 감소세를 비롯한 업종 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대규모 인력감축이 예상되는 부문이다. 사실 채용은커녕 인력유지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조선 빅3에서는 작년 6월에만 정규직 6000여 명을 내보냈다. 기계 산업 역시 중국의 투자 둔화 및 저유가에 따른 중동 수요 감소 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규 채용을 확대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시기를 맞고 있다. 향후 중국과 미국에서 인프라 투자를 시작하면서 상황은 나아질 조짐을 보이나, 중국과 일본과의 제품 경쟁 심화로 신입 채용을 적극적으로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선제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환경 정비에 성공한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고용환경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공공인프라 투자 확대 공약이나 중국 철강 산업계의 구조조정 강화 이슈 역시 이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여지가 있으니 향후 채용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식?음료 ▲ 13.3%
한반도를 강타한 AI 이슈와 농수축산업계 및 외식업계의 반발을 산 김영란법은 식음료 부문의 채용 계획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13.3%의 채용규모 확대를 예고한 식음료 부문만이 2017년 채용시장에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포화한 국내 시장 속에서도 2015년 ‘허니버터’ 2016년 ‘바나나’ 등 매년 킬링 포인트를 통해 업계의 경쟁력을 키웠고, 2030 청년들을 중심으로 혼자 밥을 먹는, 이른바 ‘혼밥족’의 니즈에 맞춰 가정 간편식(HMR)을 출시하는 등의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식품제조업체, 식자재 유통업체, 외식업체 등이 가정 간편식 시장에 진입하게 되며 다양한 형태의 제품 판매 경쟁구도가 형성되어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싱싱한’ 아이디어 싸움에 활용할 신입 인력 채용이 지속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유통?물류 ▼8.0%
대형 국적 선사 한진해운 몰락의 여파로 국내 해운 수출 경쟁력이 떨어졌다. 저운임 전략으로 치킨게임을 진행하던 글로벌 해운사들이 태평양 노선을 노리고 있으며, 현대상선과 SM 상선이 글로벌 선사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아 해운업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국내 부산항은 한진해운 몰락 이후 외국 선사의 의존도가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더 많은 물류비를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에 닥쳤다. 해운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서 이번 신규 채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의류?신발?기타제조 ▼6.3%
장기불황과 저성장 기조가 지속하면서 패션업계에서도 인원 감축과 브랜드 철수 등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서 올해 의류?신발?기타제조부문에서는 6.3%의 채용규모 감축이 예상된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은 과감히 접고, 될 것 같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기업들의 채용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경기침체 가속화로 소비자들의 선호가 ‘고가 아니면 저가’ 상품으로 뚜렷이 갈리면서 패션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당수의 업체가 해외 브랜드를 먹거리로 선택함으로써, 돈 안 되는 자체 브랜드를 정리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타 제조 부문에서는 가구업계의 동향이 재미있다. 2년 전 국내에 진입한 이케아가 국내가구사들과 건강한 경쟁구도를 형성하면서 브랜드 가구사들을 중심으로 한 업계의 실적 성장이 야기되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마케팅 등 여력이 없는 영세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하면서 업계 내 격차가 심화하고 있는 추세여서 고용시장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자동차?부품 ▼ 7.8%
자동차?부품 산업에서는 7.8%의 채용규모 감소가 예상된다.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신흥시장이 경기 침체기를 맞으면서 신규채용에 다소 소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글로벌 플레이어 현대자동차의 수익성 악화 및 노조 이슈 등이 업계 전체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보호무역 강화정책에도 얼마간의 영향을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따라 자율주행이나 IoT 등 이종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과 공유경제 기조에 따른 카셰어링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비춰봤을 때, 향후 채용동향이 아예 비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기?가스?기타인프라 ▼ 3.1%
최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화석연료 개발을 통해 에너지 자립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가스?기타인프라는 수출을 통해 이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그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그런데도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발전소 건설과 신산업 분야 등에 총 15조 원을 투자하고, 3천 명 이상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고 밝히면서 전기?가스?기타인프라 채용 시장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어 3.1% 하락에 그칠 전망이다
전기?전자 ▼ 7.1%
최근 기업 총수의 이름이 신문의 경제면보다 정치면에 더 자주 오르내리는 삼성전자의 불투명한 채용계획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와 LG전자의 판매 부진 이슈를 차치하더라도, 내수 경기 침체 또한 올해 전기?전자 업종의 채용 규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물론 D램 가격의 안정화, SSD나 IoT 등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타 업종 대비 인력 투자에 대한 여유가 있는 편이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글로벌 업체 간 단가 및 마케팅 경쟁이 점차로 심화함에 따라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직 사원 위주로 채용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보통신 ▼ 1.6%
고용규모 축소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여느 업종보다 감소 폭이 작은 정보통신분야다. 올해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전년 대비 1.6%만이 줄어든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 특히 작년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를 비롯한 자율주행차, 공간정보를 활용한 지도 서비스,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등 신기술이 대거 쏟아져 나온 해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경쟁을 의식해서라도 국내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섣불리 축소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넷 산업이 여러 분야와 융합하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가운데, 향후 경기 회복기에 접어들면 채용시장에도 장밋빛 전망이 깃들 여지는 충분히 있다.
정유?화학?섬유?의약 ▼ 6.5%
정유?화학?섬유?의약 부문에서는 6.5%가량의 하락 폭이 예상된다. 그간 업계는 저유가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석탄과 에탄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한 에틸렌 생산 감소, 독일 납사 분해 장비(NCC)공장 폭발사고 등 글로벌 공급부족의 기회를 틈타 짭짤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향후 유가의 재상승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으며, 지속적인 인력 채용 등에 따른 과잉생산 이슈를 고려해야 하므로 올 채용은 전년 대비 다소 줄여 진행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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