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계열 졸업생, ‘공시생’이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은?

인문사회계열 이른바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전공’ 취준생들의 취업난은 올해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과전공자들의 지원직무가 마케팅, 영업, 홍보, 경영 등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웃사촌이라는 상경계열 전공자들은 금융권과 일반 경영직무에 지원할 수 있지만 인문사회계열 취준생들은 그마저도 어려워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이에 일부 문과전공자들은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고시 및 공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문계는 서럽고 인문계 여자는 더 서러운 신세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도전하고 있는 양모(27) 씨는 “요즘 친구 만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취업에 성공하는 데 자신은 늘 제자리에 있다”며 “그 동안 무엇하며 살았나라는 생각을 하면 자꾸 자괴감에 빠져 심신도 지쳐가고 의지도 꺾인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성신여대 4학년 서 모 씨는 기업별 채용 직무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투덜거렸다. 인문계열 출신 전공자들이 선택할 직무가 너무 적고 채용 인원수도 한 자릿수로 한정돼 있어 치열한 경쟁을 뚫기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서 씨는 “대기업들 사이에서 작년부터 직무중심 채용이 확산되면서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분야가 제한 돼 있다”며 “다른 친구들처럼 공시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데 따른 성차별이 있다고 토로하는 이도 있다. 덕성여자대를 졸업한 채 모 씨는 “상경계열이 아닌 여자 취준생이 지원할 수 있는 직무는 주로 마케팅, 영업 부문인데 이마저도 ‘남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대놓고 남자만 뽑는다고 하지는 않지만 영업직은 힘든 일, 어려운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남자를 더 많이 채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성만큼 잘 할 수 있는데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고 토로했다. 성차별은 문과생들의 고시격이라 할 수 있는 언론사 시험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견 언론사 간부 A 씨는 “성적으로만 뽑으면 1등부터 20등까지 여성이지만 성비를 맞추기 위해 일부러 여성을 탈락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기승전 ‘공시’… 그나마 공공기관이 낫다?인문·사회 비상경계열 전공자가 가장 선호하는 곳은 ‘공공기관’이다. 대기업보다 다소 공정하게 채용할 것이라는 게 그들의 관측이다.경기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 모(28) 씨는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다 지쳐 결국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이 씨는 “문과 전공 출신자들이 취업이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막상 취업을 하려고 하니 현실은 더 심하게 느껴졌다”며 “공모전, 토익, 학점관리 등 최고 점수를 올리고도 결국 이뤄진 게 없다”며 하소연했다.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한모(25·여 )씨 역시 작년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만 붙잡고 입사를 기다리기에 나이만 들고 이도저도 안될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한씨는 “인문학 자체가 취직을 위한 학문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기업은 바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는데 이 차이에서 '문송'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활체육학과를 졸업한 이 모(28)씨도 만 2년 동안의 취준생 생활을 접고 경찰 시험 준비를 위해 노량진에 입성했다.이 씨는 “예체능 전공자는 취업이 (문과보다) 더욱 어렵다.”면서 “가령 예체능 전공자가 정보처리기사를 취득한다고 해서 관련 직무에 입사 지원해도 노력했다는 시선 보다는 ‘다 하는 건데’ 라는 정도로만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