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채용공고’…삼성·현대차·포스코·CJ 등도 채용인원 안밝혀

▲삼성, 현대차, 포스코 등은 채용공고 페이지에 인원을 밝히지 않는다.
2016년 채용 일정도 어느덧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언급되는 기업들의 채용 갑질은 비단 면접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구직자라면 한 번쯤은 접했을 채용 공고 속에도 갑질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직자 10명 중 8명…“채용정보 부족해 불편”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 결과, 구직경험자의 81%는 정확한 채용규모 및 채용일정을 확인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채용공고가 소비자인 구직자들에게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대기업 가운데는 삼성, 현대차, 포스코, CJ 등이 채용공고 페이지에 인원을 밝히지 않는다. 이들 기업은 연초 채용규모를 밝히지만, 계열사 채용인원은 공지하지 않는다.
채용설명회 현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학생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채용인원이 궁금하다’이지만 기업들의 답변은 ‘말할 수 없다’이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채용규모는 면접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능력 있는 인재가 있다면 많이 뽑을 수 있어 확답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채용인원을 밝힌 기업 역시 ‘0’ 명 또는 ‘00’ 명으로 홈페이지에 공지한다. 00명은 두 자릿수 채용을 의미하지만, 실제 10명에서 99명까지 규모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구직자 25%는 ‘실제 예상된 채용인원이 적어 많아 보이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채용 여건이 안 되는데 외부 압력으로 인해 채용하는 시늉만 하려는 것(22%)’이라는 답변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기타 답변으로는 ‘유동적인 (인사) 업무처리를 위해(20%)’ ‘(지원자들이) 경쟁률이 치열할 것으로 여겨 아예 지원하지 않을까 봐(11%)’ ‘인사 비리 등 기업 내부적으로 잘못된 점이 있어서(10%)’ 등의 의견도 있었다.
‘지원자들의 소신 지원을 유도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8%에 그쳤다.
구직자 “채용 인원 알려줬으면”
▲채용 과정을 구체적으로 표기하지 않는 공고들.
채용 인원 공지에 대한 구직자들의 요구는 확실했다. ‘채용공고에 구체적인 채용 인원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46%는 ‘무조건 구체적인 수치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답했고, 49%는 ‘일의 자리까지 세세히 알릴 필요까진 없지만, 개략적인 수치라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채용의 모든 일정을 구체적으로 표기한 기업 공고를 찾기란 더 어려웠다. 응답자의 42%가량이 이러한 채용 공고를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현상은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진다.
일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데에 반감을 품는 구직자들이 대부분(64%)이었지만, ‘3월 중’ ‘9월 둘째 주’같이 개략적으로라도 안내해주는 공고에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고 답한 인원도 34%로 적지 않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채용정보 부족으로 인해 야기되는 대표적인 불편함은 ‘자신의 채용 가능성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압박감(32%)’이었다. ‘다짜고짜 연락해서 당장 면접 보러 오라는 기업들의 막무가내 식 통보(17%)’ 또한 구직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다음 전형을 얼마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는 것(12%)’이나 ‘인·적성, 면접 전형 등의 일정이 겹쳐 하나의 기업 지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10%)’도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한편, 구직자들에게 채용공고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묻는 말에는 ‘서류제출 마감기한’이 90%로 가장 많았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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