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의 축소판’...대학가 학생회비 횡령 ‘불감증’


‘대학에서 학생회장을 하면 차 한 대는 뽑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대학 내 학생회비 횡령 및 권력 남용, 개인적 이득 챙기기가 비일비재한 것이 오랫동안 묵인됐다. 자신들이 학교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다는 다분히 자의적인 명목에서 비롯된 일들이기도 하다. 20대 초중반의 대학생들이 벌인 일들은 요즘 시국의 축소판과 같게 느껴진다. 대학별 학생회 횡령 사건 정리했다.
충남대, 과 학생회장 1300만 원 횡령
지난 10월, 충남대 교내를 떠들썩하게 한 일이 있었다. 한 학과 학생회 계좌에서 학생회장 개인이 사용한 1300만 원 명세가 발견된 것. 한 해 동안 학생회비 운영과정에서 학생회장이 개인사에 회비를 수차례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당시 해당 학생회장은 “자신의 계좌와 학생회 계좌를 착각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더 문제가 된 것은 통장명세 기록에 남지 않는 현금 횡령이다. 학생회장은 과 내 행사에서 수금한 액수와 감사 기록부 액수를 다르게 표기해 200여만 원을 추가로 횡령한 것이 밝혀졌다. 특히나 개인적인 사용 내용 중 상당 부분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사용된 것으로 의혹을 사 학생들의 불만이 더 커졌다.
지난 11월 1일 학내에서 열린 공개 청문회에서 해당 학생회 계좌에서 ‘파우가솔’이라는 출금 메모가 발견됐다. 청문회 담당자는 “농구선수 파우가솔의 조국인 스페인의 농구 예선경기가 있었다는 사실로 미뤄짐직 불법 스포츠 도박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밝혀진 후 해당 학과는 공개 청문회를 열고, 과의 회장과 부회장을 탄핵했다.
강릉원주대, 총학생회 원가 부풀려 2000만 원 이득
강릉원주대 총학생회는 지난 5월 25~27일에 열렸던 교내 축제를 통해 약 1857만 원을 챙겨 교내외에 큰 충격을 줬다. 해당 총학생회는 축제에 필요한 주류와 물품을 원가의 몇 배로 부풀려 되팔아 이득을 챙겼다.
또한, 축제와 엠티 등 학내 행사 시 주류회사와 입을 맞춰 영수증을 발급받아 차액을 남기는 소개료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학생회비 사용 명세에 대한 특별한 감사가 없다는 점을 노렸다.
더 문제가 된 것은 이번 사건이 일종의 학생회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는 점이다. 지난 9월에 열린 학내 청문회에서 총학생회는 “매년 해오던 전통”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경영대 1600만 원 사용 영수증 없어
지난해 여름, 서울시립대에서도 경영대 학생회가 학생회비를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영대 학생회에서 학생회비 6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고, 이를 숨기기 위해 통장 사본 조작도 이뤄졌다. 결국, 해당 단과대 학생회는 사실을 인정하고 온라인상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사퇴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밝혀진 횡령된 60만 원 뿐 아니라 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지출된 1600여만 원의 영수증이 확인되지 않은 점이다. 이에 경영대 학생들은 학생회 임원과 회계 담당에 대한 중징계를 직접 학교에 건의했었다.
박도현(충남대 3) 대학생기자 cyc02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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