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둘러싼 갈등 속 서울대 이사회…학생들 몰래 회의 장소 바꿔

-소통은 강화되고 신뢰는 차츰 다져질 것이라던 총장 편지는 거짓말?
11월 1일 오전 8시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회의실은 비어있었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에 관해 대화를 요청하는 학생들을 피해 회의 장소를 변경하였기 때문이다.
<YONHAP PHOTO-2996> 시흥캠퍼스 반대, 서울대 본관 점거 9일째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서울대 본관 점거 9일째인 1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본관 입구에 시흥캠퍼스 추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16.10.18 ryousanta@yna.co.kr/2016-10-18 16:54:31/ <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에 반대하는 문구가 붙은 서울대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서울대와 시흥시가 함께 진행하는 서울대학교 국제캠퍼스로 서울대는 2016년 8월 22일, 시흥시, 한라건설과 함께 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학생들은 이에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협약은 인정할 수 없다”며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서울대 총학생회는 10월 10일부터 학생 1000여 명과 함께 본부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학교와 학생의 갈등이 커져만 가던 중 성낙인 총장은 19일 전교생에게 ‘사랑하는 서울대학교 가족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편지글을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발송했다. 본부 불법점거를 멈추라는 훈계조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기는 했지만 “약속은 지켜질 것이고, 소통은 강화될 것이며, 신뢰는 차츰 다져질 것”이라는 말은 학생들에게 학교 측과의 대화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YONHAP PHOTO-1547> 서울대생, '본부스탁' 불허 규탄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시흥캠퍼스 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중인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20일 본관 앞에서 문화행사인 '본부스탁'개최를 불허하는 학교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의견을 말하고 있다. 2016.10.20 jjaeck9@yna.co.kr/2016-10-20 11:35:37/ <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10월 20일 진행된 서울대 '본부스탁' 불허 규탄 기자회견
하지만 학교가 보여준 것은 소통과 신뢰가 아닌 불통과 불신이었다. 서울대 학생들은 조금 더 가벼운 분위기로 소통해보자는 취지에서 28, 29일 본부 앞 잔디에서 미국의 반전평화 록페스티벌 ‘우드스탁’을 본뜬 ‘본부스탁’ 행사를 계획했다. 성낙인 총장은 이에 별다른 설명 없이 ‘불법점거활동의 연장선에 있는 행사는 불허한다’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본부스탁 기획단은 “학교는 총장의 사유물이 아니다. 잔디는, 서울대학교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라며 본부스탁 방해시도를 중단해달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지만 학교 측은 움직이지 않았다.
학생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 준비되던 본부스탁은 비선실세와 관련된 시국 문제로 취소되고 학생들은 새로 총장과 소통할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2016년 11월 1일, 이사회에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학생들은 이사회장을 찾았다. 이사회장에는 회의를 위해 물컵과 찻잔까지 준비되어 있었지만 예정된 회의시간인 8시가 넘어서까지 아무도 회의장에 자리하지 않았다. 학교 측에서 대화를 위해 찾아온 학생들을 피해 다른 장소에서 회의를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이날 이사회를 만날 수 없었다.
이사회를 찾던 학생들은 교수회관 밖에서 성낙인 총장을 발견하고 “왜 학생들과 이야기하지 않으려느냐”, “왜 학생들을 피해 이사회를 진행했느냐”는 질문을 던졌으나 성낙인 총장은 학생들에게 “춥다, 들어가서 공부해라”는 대답을 남기고 청원경찰의 보호 속에 자리를 피했다.
▲청원경찰 보호 속에 버스를 타고 자리를 피하는 성낙인 총장 [출처=서울대 선거운동본부 더:하다 영상 캡쳐]

서울대 본부점거본부는 “시흥캠퍼스가 정말로 정당한 사업이라면 학생들 앞에 나와 설명해달라. 대체 무엇이 부끄러워 숨는 것입니까”라며 “학생들과 소통하자면서 학생들이 찾아오니 숨어버리는 것이 학교의 태도”라고 말했다.
2018년을 완공으로 계획 중인 서울대 시흥캠퍼스.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학생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모아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사진 = 한경DB최정훈 인턴기자 fr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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