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 괜찮아, 트라우마 응급처치 5

만약 어떤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그건 실제로 뇌가 기억을 처리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뇌는 정신적 충격이 강한 기억만을 남기고 처리하기 때문이다. 아픈 기억에 대처하는 5가지 자가 치유방법.

트라우마는 스트레스보다 훨씬 강한 충격이다. 따라서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일으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로 이어질 수 있다. EMDR(안구운동 민감 소실 및 재처리) 협회가 제안한 트라우마 자가 치유방법 중 5가지를 꼽았다. 간단하지만 꽤 효과적이다.
① 나비 포옹법

How-to 괴로운 생각이 들 때, 팔을 X자로 만들어 양손으로 어깨를 번갈아 두드린다. 이를 여러 차례 반복.
팔을 어긋나게 두드리면 좌우 뇌가 동시에 자극돼 기억 처리에도 속도를 내게 된다. 또 자신을 안아주는 듯해 마음도 차분해질 수 있다. 이 동작을 반복하면서 깊게 숨을 내쉬는 것도 도움이 된다.
② 라이트스트림 기법

How-to 펜을 잡고 '기억에 [모양, 크기, 색깔, 온도, 질감, 소리]가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적는다. 다음, 자신이 좋아하는 색 중 치유와 관련 있는 빛을 떠올린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빛이 자신의 몸 안에 들어온다고 상상한다.
만약 불쾌한 기분이 해소됨을 느꼈다면 이 기법을 계속 반복하고, 아니라면 다른 방법을 시도한다. 이 기법은 신체적 고통에 효과적이다. 특히 불면증을 겪을 때 침대에 누워 반복하면 도움이 된다.
③ 안전지대기법

How-to 자신에게 편안함을 느꼈던 과거의 장소를 떠올린다. 그곳의 구체적인 분위기, 느낌 등을 함께 떠올리면 더욱 좋다. 만약 효과가 있다면 1분에 5회 반복한다.
라이트스트림과 유사한 기법. 차이점이라면 상상이 아니라 실제의 공간에서 안정감을 찾는다는 점이다.
단, 장소를 떠올렸을 때 ‘맞아, 그때 거기 정말 좋았어. 내가 남자친구한테 차인 장소이기 하지만.’ 등의 부정적인 전제가 떠오른다면 그곳은 완전한 안전지대가 아니다. 따라서 부정적인 것과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은 곳을 찾아야 한다. 안정감을 느끼는 장소를 넓혀갈수록 정신적 안정감도 증가한다.
#남자친구들의 배신으로 헤어짐을 반복한 M은 애인의 추억이 없는 장소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곧 1학년 때 살던 학교 기숙사를 떠올렸다. 서울에 올라온 뒤 처음 살던 곳이라 새내기 때의 설렘과 풋풋한 추억이 담긴 장소였다. M은 기숙사의 추억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④ 만화캐릭터기법

How-to 자신에게 떠오르는 부정적인 단어를 만화캐릭터의 목소리로 대체한다.
자신이 뱉는 부정적인 단어는 마치 자기암시처럼 스스로를 얽매이게 한다. 익살스럽거나 재치 있는 캐릭터의 목소리로 부정적인 단어를 떠올리면, 한층 무게가 완화된다.
#발표를 크게 망친 뒤, 발표 울렁증이 생겼던 C는 발표 준비 동안 도라에X의 목소리를 대신 떠올렸다. 이 캐릭터는 주인공이 잘못을 저질러도 편이 되어주는 캐릭터. 이 캐릭터의 목소리로 부정적인 단어를 들으니 혼낸다기보다는 걱정해준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번 발표보다 긴장하지 않았다.
⑤ 페인트 통·급수용 호스·지우개 기법

How-to 눈을 감고 자신의 기억을 이미지화한다. 그다음 새하얀 페인트가 그 위에 뿌려지거나 호스가 팍 터져버리는 모습을 떠올린다. 혹은 지우개로 그 기억이 지워지는 것을 상상해도 좋다.
알리의 <지우개>라는 노래엔 이런 후렴구가 나온다. '지우개로 너를 지울 수만 있다면, 백번이고 모두 지우고 싶어.' 이 가사처럼 실제로 기억을 지우거나 닦으려는 반복적인 동작은 불쑥불쑥 등장하는 기억에 대처하기에 좋다.
#Y에게 가장 효과가 있었던 건 페인트 통 기법. 불투명하고 무게감 있는 것으로 기억이 덮인다 생각하니 조금 더 아픔에 무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자가 치유법에도 마음의 상처가 감당할 수 없이 크다면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학생이라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교내에 마련된 상담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사설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상담이 가능하다.
김민경 인턴기자 apeac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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