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와 창업자를 꼭 나눠야 하나요…취준하는 브랜드 대표


서울시립대에 재학 중인 한주연(24) 씨는 2016년도 하반기 13개의 기업에 지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떨어졌다. 상반기에는 서류전형을 통과하여 면접까지 갔었지만 탈락했다. 문제가 된 것은 그녀의 창업 경험이었다.


한주연 씨는 현재 코즈멜(Cozmell)이라는 액세서리 브랜드 쇼핑몰을 운영하는 대표다. 한 대표는 머천다이저(상품기획자) 직무를 직접 경험하고자 쇼핑몰을 열었다. 창업은 기대했던 것보다 성공적이었고 그녀의 쇼핑몰은 온라인에서 꽤 이름 있는 브랜드가 되었다. 하지만 한 면접에서 면접관은 “당신의 브랜드를 들어본 적 있다. 왜 자기 브랜드를 두고 취업하려 하느냐. 우리 기업에서 정보를 얻어 다시 창업시장으로 나가지 않을 보장이 없다”며 한 대표를 탈락시켰다.
▲신촌 유플렉스에 입점한 한주연 씨의 제품들.

창업은 가장 실용적인 실무 경험창업 경험 자체에 대한 기업의 부정적 인식에 최근 ‘스펙용 창업’에 대한 논란까지 등장해 그녀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기소개서에 창업 경험을 적는다. 그녀는 혼자 쇼핑몰을 운영하기 위해 제품 기획도 직접 해야 했고, 원단 구매부터 고객관리까지 전부 신경 써야 했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제조업체, 판매 채널과 계약을 위해 뛰어다닌 것은 창업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한 대표는 “머천다이저를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직접 동대문에서 원단 거래를 하거나 플리 마켓에 나가 수요파악을 해 본 사람은 많지 않다”며 “창업이 아니었다면 이런 실용적인 경험을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도 취업도 모두 커리어의 연장선취업에 창업 경험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면서 한 대표는 지난여름 더 이상 신제품을 내지 않고 ‘취업준비’에 집중하려 했다. 공인영어성적도 준비하고 자격증도 몇 개 취득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난 9월 다시 신제품을 기획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그녀는 “이것저것 기업의 요구조건을 맞추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래도 이게 정말 취업 준비하는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그녀는 당당해지기로 했다.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여러 잔의 고배를 마셨지만, 그녀는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음을 적어내고 있다. 요즘 기업들의 창업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녀는 “제품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담당자라면 창업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고민하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아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2016년 상반기, 새로운 대학생 창업기업은 750여 개. 창업만을 생각해 온 청년들도 있고, 스펙을 위해 ‘유령기업’을 세우는 소수의 잘못된 사례들도 있지만 직접 사업을 경험해보고자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 학생들도 많다. 한 대표는 “창업도 취업도 사실 모두 ‘커리어의 연장선’”이라며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 다른 방식으로 직무를 경험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정훈 인턴기자 frodo@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