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조기 취업자 학점 인정?…대학들 학칙 개정

▲성균관대는 취업한 학생들이 출석인정확인서를 제출할 경우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취업준비를 위해 스터디룸에서 학습 중인 성균관대 학생들. 사진=이진호 기자
지난 9월 건국대 하나투어 채용설명회에 참여한 김 모 씨는 인사담당자의 답변에 허탈감을 느꼈다.
그는 당시 인사담당자에게 “11월이 입사인데, 수업이 남았을 경우 입사를 미룰 수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입사할 수 없으면 합격이 취소된다. 지원자가 졸업 요건을 채워올 수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취업에 성공하고도 입사를 앞두고 학생들이 고민에 빠졌다. 바로 남은 수업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학들은 학칙상 한 학기에 일정 기준(4회)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2학기를 앞두고 인턴을 고민했던 이 모(성균관대 4) 씨 역시 학점 문제로 지원을 포기했다. 그는 “학기 초 교수님이 수업을 빠지면 학칙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규전환이 될지 모르는 인턴 경험을 위해 학점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이 둘의 고민이 해결될 수 있을까. 최근 대학들이 학칙개정을 통해 조기 취업자의 학점 인증을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시작은 김영란법으로부터다.
김영란법 시행 후 ‘학칙개정’으로 조기취업생 학점 부여
관행적으로 대학은 재학생의 4학년 2학기 취업 시 남은 수업 출석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줬다. 그동안 조기 취업생들의 편의를 봐준 것이다. 학생들은 본인의 취업 사실을 강의 교수에게 알리고 학점을 부탁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조기 취업생에 대한 학점 인정 관행이 부정청탁 될 수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이렇다 보니 교수도 학생도 선뜻 조기취업 시 학점인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
결국, 대학가가 고심에 빠진 가운데 교육부가 학칙 개정을 통해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학점 부여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교육부 공식 입장에 대학들의 대응 방식은 나뉜다. 우선 다수의 대학은 학칙 개정을 통해 조기 취업자의 학점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단국대, 세종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이 졸업인증을 인정하기 위해 학칙 개정을 마쳤다.
세종대는 마지막 학기 등록자의 조기취업 시 심사를 통해 해당 기간을 출석으로 인정하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학생들은 교수에게 직접 학점 인정을 요청할 필요 없이, 학과 사무실을 통해 서류 제출만 하면 된다.
세종대 관계자는 “이번 학칙 개정은 조기 취업에 따른 학생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며 “학생이 교수에게 직접 학점을 부탁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부담 없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 교수에게 자율로 맡겨
취업확인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학점 인정을 하는 대학도 있다.
성균관대는 취업한 학생이 직접 출석인정서를 작성해 교수에게 제출해야 한다.
학생이 교수에게 요청하는 기존 방식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문서를 통해 정식으로 학점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성균관대 측은 결정권은 담당 교수에게 있지만, 이번 지침으로 학점 인정이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성균관대 한 교수는 “기존에는 취업했어도 일정 수업 이상 결석 시 형평성을 고려해 학점을 주기 힘들었는데, 이번 학교 지침으로 학점 인정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가상대학을 이용한 온라인 학습법으로 대체하는 방식도 있다. 연세대와 중앙대는 온라인교육이나 과제물 제출 등을 통해 출석을 대체인정하고 성적을 부여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했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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