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의견이라고 하면 그만? 비겁한 변명입니다! 총학생회 페이지는 개인 의견 올리는 곳?

-‘0원 등록금’에 반대하는 건 누구인가
10월 7일 서울시립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공식계정으로 “박원순 운영위원장님께”라는 제목의 편지글이 올라왔다. 전면 무상 등록금, 이른바 ‘0원 등록금’을 도입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에 우려를 나타내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7일 서울시립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올라온 총학생회장의 편지글
서울시립대 총학생회장은 편지글을 통해 2012년부터 시행 된 반값등록금 정책 이후 발생한 문제들을 이야기하며, ‘0원 등록금’이 시행 될 경우에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했고 학교를 올바르게 운영해달라며 박 시장을 꾸짖었다. 몇몇 언론에서는 박 시장이 학생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강경하게 정책을 진행하려한다는 기사도 실렸다.
10월 15일 토요일. 서울시립대 페이스북에 “0원 등록금 인식조사 설문지”라는 설문이 게재되었다. 10월 10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총학생회 집행부의 비공개 면담 후 처음으로 올라온 공식적인 글이다. 그런데 설문지 첫 장에서 “일전에 박원순 시장님을 향해 썼던 글은 총학생회장이 한사람의 시립대학교 학생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표한 것이며 절대 시립대학교 전체 학생들의 의견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10일 박 시장과의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되어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면담 이후 7일 게재된 편지글은 총학생회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학생회장 개인의 의견이라며 총학생회 측은 갑자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공식계정에 게재되었지만 개인의견이므로 공적인 책임은 없다는 뉘앙스다.
▲시립대 페이스북에 올라온 설문지. 총학생회장의 글은 개인의견이라고 확인하고 있다.

지난 9월 고려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도 중앙집행위원장의 ‘개인의견’이 게재된 적이 있다. 사이버연고전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고려대학교 독립언론 고zip'의 보도에 대한 중앙집행위원장의 반박문이 올라왔다. 중앙집행위원장 개인 계정이 아닌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공식계정이었지만 반박문 서두에는 총학생회의 입장이 아닌 중앙집행위원장 개인의 의견임이 명시되어 있었다. 발언에 문제가 있으면 개인의 책임이라는 것일까. 실제로 9월 16일 게재된 총학생회의 공식 사과문에는 반박문에 대한 내용 없이 내부 담당자들 간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며 책임을 개인들에게 돌렸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게재된 중앙집행위원장의 반박문

서울시립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총학생회장이 공식적으로 ‘0원 등록금’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고 박원순 시장님께 대화를 요청했을 때는 대표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개인 의견이라며 소심한 태도로 나오니 기대가 꺾였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려대의 한 학생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총학생회 페이지는 개인 담벼락이 아니다”라며 “총학생회장, 집행위원장이라는 명칭을 달고 쓴 글은 이미 개인 의견이 아니다. 대표로서의 책임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설문 이후 총학생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간의 재면담이나 여타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총학생회는 아직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최정훈 인턴기자 fr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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