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면접? 단골 질문에 준비된 자가 ‘합격’을 거머쥔다

# 공대(남) - 한양대면접만 가면 협업, 협력 등과 관련된 경험을 꼭 물어봅니다. 전공 공부에 바쁜 공대생은 대외활동, 봉사활동 같은 것도 거의 할 시간이 없어서 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인턴 등의 경험은 많아서 면접관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많았을 텐데 말주변이 없다보니 괜한 군대 이야기나 꺼내고 나와서 후회했죠. # 공대(여) - 성균관대전자전기공학을 전공했는데 왜 그 전공을 선택했는지 물어봤어요. 함께 면접 본 사람들에게 전공 선택이유를 다 물어봤던 거 같아요. 따로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막상 대답하려다보니 어렸을 때 장난감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말끝을 흐리고 그 뒤로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적어도 자기 전공과 직무 연관성에 대한 답변은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 공대(남) - 연세대직무 연관된 과목 성적에 대해서 물어봐서 ‘멘붕’이 왔어요. 면접관이 이력서를 보더니 “수학에 관심이 많다고 했는데 미적분 성적은 왜 C예요?”라고 물어봤어요. 성적 나쁜데 이유가 있나요. 엄청 당황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죠. “아, 제가 소수점 계산에 약해서 0하고 1만 쓰는 컴퓨터를 전공했습니다.”라고 대답했죠.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합격문자 받았어요. # 사회과학대(남) - 연세대PT면접이었어요. 미리 준비하고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나름 발표는 잘했다고 뿌듯해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질문들이 나오겠구나’ 해서 미리 대답들도 준비해두었고요. 그런데 뜬금없이 ‘최근에 본 책이 뭐냐’는 질문이 들어왔어요. 취업하려면 이제 교양도 쌓아야 할 것 같아요. # 사회과학대(여) - 연세대절대로 지원서 내용을 부풀려 쓰면 안돼요. 리더로서의 경험을 묻는 질문을 10분 넘게 파고들었어요. 사실 리더는 아니었는데 했던 것처럼 부풀려서 작성했었죠. 그런데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다 캐물어봤어요. 그러다 말이 꼬이고 거짓말한 게 다 들통났죠. 동아리에서나 대외활동에서나 리더는 대개 한두 명이잖아요. 리더만 뽑으면 나머지는 어디 취직하나요? # 교육학(여) - 연세대한국사를 물어보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은근히 발목을 잡아요. 조선시대에서 가장 존경하는 위인이 누구냐고 물어봤어요. 이순신 장군을 이야기하고 열심히 설명했어요. 역사에는 자신있어서 디테일한 숫자까지 들어가며 설명했죠. 문제는 다음 질문이었어요. “당신이 이순신장군이었다면 어떤 결정을 했을 것 같나?” 역사질문 같았지만 사실 의사결정문제였던 거죠.
위의 예는 최근 면접 전형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질문들이다. 어렵게 서류와 인적성을 통과했을지라도 면접에서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 최종 입사는 ‘말짱 도루묵’이 된다. 따라서 면접관의 질문 의도를 센스 있게 파악하고 단골질문 또는 자기소개서 내용에 대해 반드시 숙지하고 준비된 사람만이 입사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이 외에도 면접장에서의 유의사항은 차고 넘친다. 면접은 서류상으로만 만나왔던 지원자를 실제로 선뵈는 자리다. 인상, 복장, 헤어스타일, 자세 등 인사담당자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관찰한다.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가 모두 면접이다.”라는 말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특히 ‘태도’를 많이 보기 때문에 면접 당일 지각은 절대 금기사항이다.
최근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5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면접 시 가장 비호감인 지원자 유형’으로 ‘지각하는 지원자’(23%)가 1위를 차지했다. ‘성의 없이 대답하는 지원자’(20.9%), ‘표정이 어둡고 좋지 않은 지원자’(14.5%), ‘회사의 기본 정보도 모르는 지원자’(13.7%)가 뒤를 이었다. ‘자세가 좋지 않은 지원자’(7.2%), ‘동문서답 하는 지원자’(5.1%), ‘복장 불량 지원자’(3.4%) 등도 면접관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도착 시간은 넉넉하게... PT(프레젠테이션)는 자신감 있게
취업설명회 등 현장에서 만난 인사담당자들은 “제 시간에 딱 맞춰 가기보다는 회사 측에서 요구한 시간보다 30분 정도 미리 가서 그 회사 선배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여 듣고 회사에 대해 공부해 온 내용을 차분히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PT면접(프레젠테이션 면접)에서는 자신이 준비한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고 자신감 있게 발표하는 것이 좋다. 청중(면접관)과 시선을 맞추면서 가능한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간결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질문을 받으면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본인의 발표 내용에 오류가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외국인을 뽑으려고 영어면접을 보는 것은 아니다! 간결하고 쉬운 단어로 핵심만 설명
최근 현대차,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공인외국어 성적보다 영어면접을 선호하는 가운데 지나친 부담감으로 본연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취준생들이 많다. 영어면접의 의도는 글로벌 현장에서의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지 네이티브 수준의 유창한 언어구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간결하고 쉬운 단어로 핵심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접관들은 회사 경력이 오래되고 현장을 누벼본 사람도 많기 때문에 어설프게 어려운 단어로 스스로를 과시하기 보다는 본인의 의도를 영어로 정확히 전달하는 것을 선호한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특히 영어면접에서 긴장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문장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버벅대더라도 정확한 단어와 표현력만 보여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토론면접은 ‘경청’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
인사담당자들은 “토론면접에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경청’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나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말을 잘하는 ‘달변가’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말을 끊거나 ‘나 홀로 옳다’라는 독불장군식 토론 태도는 가장 큰 감점 요인이 된다. 오히려 말수가 적더라도 상대 측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고 메모를 한다든지,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제스처를 쓰는 사람이 후한 점수를 받게 된다. 토론면접은 신입사원을 뽑는 자리이지 CEO를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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