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 IMPAIR] Beijing experience 잊을 수 없는 불타는 금요일




project:IMPAIRBeijing experience잊을 수 없는 불타는 금요일


비가 그치고 베이징에서 보기 힘들다는 맑은 하루가 시작됐다. 이틀간 기름진 음식만 먹다 보니 얼큰한 게 당겨서 중국식 샤브샤브(훠궈)를 먹기로 결정! 찾아보니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맛집이 있다고 해서 상쾌하게 출발했다.

걸으며 보는 베이징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고 멀지 않은 거리에 베이징 번화가 중 하나인 왕푸징 거리에 도착했다. 여러 개의 대형 쇼핑몰과 시장 등이 있던 왕푸징은 한국의 명동과 많이 닮아있었다.

왕푸징 거리-1한국의 명동과 많이 닮아있었다.


왕푸징 거리-2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애플스토어가 있는 거대한 쇼핑몰 apm에 있는 식당에 갔는데, 메뉴판을 본 순간 우리의 동공은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자 외에는 아무것도 안 써있는 아름다운 메뉴판에 점점 혼미해져 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번역기를 돌려가며 간신히 세 가지를 골랐다. 소고기, 양고기 그리고 좀 더 비싼 양고기 이렇게 세 가지를 주문했는데 직원이 안절부절못하며 머뭇거리더니, 또 다른 직원이 와서 무언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중국어에 당황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니,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육수, 고기, 채소를 따로 주문해야하는데 이상한 한국 사람들이 고기만 시키니까 당황했던 것. 간신히 주문을 마치고 음식이 나왔다. 육수와 고기가 나오고 채소를 시켜야 해서 직원을 불렀는데 또다시 잠깐의 직원회의가 있었고 비장한 표정으로 한 직원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줬다. 중국 여행을 통틀어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 중 하나였는데, 직원이 내민 건 아주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된 영문 메뉴판이었다. 왜 그 멋진 메뉴판을 처음부터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을까에 대해 아직도 의문이지만 덕분에 이후로는 편하게 주문할 수 있었다. 고기의 질은 아주 좋았고 매콤한 육수와 채소의 조화가 상당히 맛있었다. 양고기 샤브샤브는 처음이었는데 지금도 다시 먹고 싶을 정도로 괜찮았다.

정신없었던 식사를 마치고 최대의 쇼핑 메카라는 왕푸징 거리를 구경했다. 애플스토어는 듣던 대로 거대했고 많은 사람으로 북적북적했다. 먹거리를 파는 시장이 있었는데 살아있는 전갈을 튀기는 걸 보고 잠시 도전 욕구가 생겼지만, 꼬챙이에 꽂혀있는 전갈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얌전히 지나왔다. 사실 크게 볼거리는 없었고 출국 전 기념품 쇼핑을 하러 오기로 하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다.



왕푸징 거리. 많은 사람으로 북적북적했다.



살아있는 전갈.잠시 도전 욕구가 생겼지만......

중국으로 오기 전부터 연락이 닿아 많은 도움을 받았던 브래드를 처음 만났는데, 오랫동안 중국에서 활동했다는 브래드는 한국투어 경험도 있다고 했다. 오늘의 공연장은 숙소 바로 옆의 Fruity space라는 곳으로, 이 아기자기한 공간은 실험적인 음악을 주로 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공연장이라기보다는 작업실 같은 느낌이었다. 브래드의 도움으로 편하게 리허설을 마치고 함께 식사하러 갔다.

많은 도움을 받았던 브래드soundcloud.com/thruoutin에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Fruity space.공연장이라기보다는 작업실 같은 느낌이었다.

공연장 옆에 있는 노천식당이었는데 역시 현지인들과 가니 여러 가지 맛있는 메뉴를 시도해 볼 수 있었다. 면 요리는 말할 것도 없고, 빵 사이에 양념이 된 고기를 넣은 중국식 햄버거를 먹었는데 중국에서 먹은 음식 중에 손에 꼽게 맛있었다.



면 요리.

중국식 햄버거. 중국에서 먹은 음식 중에 손에 꼽게 맛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공연. 그에 앞서 첫날 DDC Jam night 에서 만난 한 친구가 있는데, 이름이 어렵기도 하고 이연걸을 닮기도 해서 이후에 그냥 연걸이라 부르기로 했다. 첫날 우리를 보고 공연을 또 보고 싶다고 고맙게도 찾아와 주어서 짧은 인사 후에 공연을 시작했다.


Fruity Space에서 공연하는 project:IMPAIR







함께 공연한 Wen Liang, Throutin과 함께.

무사히 공연을 마치고 불타는 금요일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하다가 우선 클럽 DDC에 들리기로 한 후에 베이징의 밤거리를 걸었다. 다시 만난 매니저 진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시원한 맥주를 한 잔 하고 며칠 뒤에 공연 예정인 템플바(Temple Bar)에 가기로 했다. 연걸이와 함께 갔는데 이날 이후로 연걸이는 일주일간 우리의 가이드가 됐다. 건물 2층에 위치한 템플바는 예상보다 규모가 컸는데, 베이징에서 핫하다는 이곳은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았다. 마침 일요일에 함께 공연 예정인 러시아 밴드 Starcardigan이 공연 중이었는데, 예상 외로 아주 멋진 사운드를 내는 밴드였다. 밴드 후후와 함께 공연을 하면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밴드 Starcardigan밴드 후후와 함께 공연을 하면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짧은 인사를 나눈 뒤 클럽을 둘러보았다. 맥주를 한 잔 마시던 중 목요일에 만났던 Nathan을 만났다. 어쩌다 보니 3일 동안 연달아 만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의 토요일 일정이 우천으로 취소되었다는 말을 들은 그는 잠시 어딘가에 연락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나에게 본인이 기획하는 클럽 페스티벌이 있는데 공연하길 원한다면 무대를 내어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비워졌던 토요일의 일정을 새롭게 만들고 1층에 있는 DADA라는 클럽에 가보기로 했다. 북적북적한 댄스 클럽이었고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는데, 수요일에 DDC에서 만났던 친구들 여러 명이 있었다. 그중 Fred라는 친구가 근처에 자기의 '멋진 친구'의 집이 있다고 함께 가자고 한다. 그렇게 이동을 했는데 웬걸, 첫날 만났던 수의 집이었다. 이미 친구들이 여럿 있었고 반가운 인사 후에 대화를 나눴다. 음악에 관해 열정적인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며 어딜 가던 음악 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연걸이는 술이 많이 취했는지 화장실에서 푸다닥거렸고, 그렇게 길었던 베이징에서의 불타는 금요일 밤은 멋지게 마무리되었다.



project : IMPAIR 프로젝트 임페어는 밴드 후후(WHOwho)의 기타이자 보컬 노준용, 밴드 이글루베이(Igloo Bay)의 드럼 이은호가 결성한 2인조 밴드다. 대부분의 서양 음악들이 2박이나 4박자로 진행되는 것과 다르게, 프로젝트 임페어의 곡은 한국의 국악 리듬처럼 3박자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기타와 드럼을 주로 사용하나, 다양한 악기와의 합을 시도, 차별화된 사운드를 추구한다.


필자 소개 노준용

노준용
project:IMPAIR, WHOwho Vocalist, Guitarist, Producer
www.facebook.com/2mpairwww.instagram.com/projectimpair
기획·정리 캠퍼스잡앤조이 duew78@hankyung.com 칼럼연재 신청 및 문의 duew7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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