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학생이 전하는 탈북생 대학일기

△ 남북한 생활에 대해 C대학 북한이탈주민 동아리 회장이 전한 내용으로 구성된 카드뉴스. 사진=유현우 인턴기자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6월을 기준으로 약 3만 명이다. 그중에 남한 대학에서 공부중인 학생들은 1400여명이라고 한다. 각 대학마다 북한이탈자 학생모임과 동아리들이 생겨나고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많아지고 있다. 그들이 느끼는 남한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언어도 안 통하는 중국, 태국 등을 거쳐 목숨을 걸고 이곳에 온 이들은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을까. 그래서 C대학의 탈북학생 동아리 회장을 만나 이북의 생활의 실상과 남한에서의 대학 생활에 대하여들어 보았다.

이북학생들이 말하는 남한의 문화
북한 이탈주민 학생들이 말하는 남한에서의 생활 중 가장 좋은 점은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이 매우 자유롭다는 것이다. 생활이 안정된 친구들은 자신을 위해 문화시간을 즐기면서 스스로를 ‘잉여롭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생활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우선 북한에는 여행증이란 것이 있다. 함부로 남의 도시로 놀러가거나 할 수 없다. 남한의 관공서에 가서 서류를 하나 발급받는 데에는 몇 시간이면 되지만 이 여행 허가를 받는 데엔 적어도 며칠을 염두에 두어 둬야한다. 그에 비해 남한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게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점이 놀라웠다”고 한다.


“남한에는 PC방도 많고 각종 게임 리그들도 여러 대학생들이 참여한다. 북한에는 컴퓨터가 있긴 하지만 온라인게임을 즐기긴 어렵다. 기본으로 깔려 있는 핀볼이나 지뢰 찾기 같은 것들을 했었다. 실시간으로 친구들과 만나서 소통하는 게임들을 하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재미난 것을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지금은 보급이 되었을지 몰라도 몇 년 전엔 스마트폰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삼성이나 엘지에서 만든 핸드폰은 북한에서는 절대 쓰지 않는다. 선택지가 애플의 아이폰이나 중국산밖에 없다보니 대개 중국산 피쳐폰을 많이 썼다. 통신요금도 한국에 비해 월등히 비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편하고 즐거움이 많은 세상을 살고 있어 훨씬 이북에서 보다 만족스럽다. 사실 북한에서 남한 드라마를 보았을 때엔 한국은 누구나 화려한 집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줄로만 알았다. 막상 와보니 남한의 청년들도 즐거운 한편으로는 최저 시급알바를 하는 등 드라마와는 다르게 열심히 살고 있었다”고 생각을 전했다.

노력으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어 좋아

“북한은 정말로 밤에 전기가 안 들어온다. 밤에는 일반 가정에서는 촛불을 켜고 생활한다. 일부 집들은 자동차나 오토바이 배터리를 이용해서 불을 켜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방전되지 않을 정도로만 써야 해서 감질 난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 않고서는 대학교 입시준비를 하기는 어렵다”고 소개했다.
“최근 탈북학생들도 많이들 공무원시험 준비에 전념을 다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가정배경이 안 좋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기회조차 없었다.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노력으로 극복 할 수 있다고 여기려 한다. 북한의 청년들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많고 호기심이 많다. 남한에서처럼 본인이 노력하면 어느 정도 성공할 기회들이 제공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단 생각이 자주 든다”고 밝혔다.

남한에서도 이북처럼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누길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장 난감했던 순간은 팀플을 할 때였다. 남한에 와서 첫 팀플이었는데 자료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줄도 몰랐을 뿐더러 어떻게 조사를 해야 하는지 몰라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이야 익숙해졌지만 PPT를 감각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이북 학생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남한 대학교에 와보니 기초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어떨 때는 교수님이 설명하는 것조차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아 주변 친구의 도움을 받는다”며 최근 스터디도 여러 개를 함께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은 산업화, 도시화로 급속하게 성장한 탓에 수많은 경쟁을 치러서인지 이웃 간에 끈끈한 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르는데 북한에서는 집집마다 좋은 것이 생기면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다. 명절이면 서로간의 이웃들도 챙기며 축제 같은 분위기인데 남한은 내 가족끼리만 즐기는 문화라는 점에서 달랐다”며 이점에 있어서는 이북에게 남한의 부족한 점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추석은 지인이 집에 초대해 주어 함께 추석음식을 먹고 윷놀이를 하며 보냈다고 한다. 요즘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란 말이 자주 오간다. 탈북학생의 진술에 따르면 실상은 북한이 남한보다 살아가기 힘들고 헬조선에 가깝단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남한에서도 무한 경쟁으로 보다 높은 위치에 서려고만 하기보다 이웃들을 챙기며 주변 동료들을 돌아볼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유현우 인턴기자 tub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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