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으면 을매나 맛있게요? 혼밥 레벨업 프로젝트

고학년이 될수록 혼밥은 더는 남의 일이 아니다.하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 곳도 있다. 학생 식당, 패밀리 레스토랑, 고깃집. 혼자 밥 먹기 가장 힘들다는 장소 세 곳을 직접 찾았다.
1. Warm Up! 혼밥 전 준비해야 할 체크리스트 3
본격적인 혼밥에 앞서 준비해야 할 세 가지. 완벽하게 갖춰질수록 혼밥의 질이 높아진다. 물론 혼밥을 하고 말겠다는 의지는 필수다.

① 이어폰 바깥의 소리와 완전히 차단된다는 것이 장점.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도 하석진이 이어폰을 끼고 랍스터를 먹는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오히려 애써 담담한 척하는 느낌이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이어폰이 없어도 들려오는 옆자리 썰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혼밥 레벨이 올라갈수록 이어폰 사용횟수도 줄어든다.
② 옷차림 혼자 먹는다고 너무 편하게 입는 것은 금물이다. 괜히 위축되고 싶지 않다면 꽤 갖춰진 옷차림으로 혼밥에 임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에도 한몫한다.
③ 데이터 혼밥의 필수 준비물 중 하나는 바로 빵빵한 데이터.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실시간 상황을 보고하거나 영상통화를 하면 혼자 있어도 친구가 옆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SNS를 쭉 둘러보거나 웹툰, 유튜브를 보는 것도 추천한다.
2. 혼밥 난이도 TOP 3 정복하기
① 하수 Level, 학생 식당 ★

학식 혼밥이 뭐가 어렵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학식의 난이도를 좌우하는 것은 지인을 만나는가의 여부. 친한 친구가 아닌, 얼굴만 알고 어색한 지인에게 혼밥하는 모습을 들키게 되면 뻘줌함이 폭발한다.
이 때문에 맘 편히 학식을 즐기기 위해서 아는 사람을 마주칠 확률이 적은, 작은 규모의 학생식당을 찾는 혼밥러들도 많다. 또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라면, 떡볶이보다는 얼른 치고 빠질 수 있는 밥 종류를 선호한다.
기자는 여러 건물 중, 학교 도서관 안에 있는 학생 식당을 찾았다. 이곳은 공부하는 고학년이 많이 찾는 곳이라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곳. 학교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도 있어 맘 편히 인터넷 서핑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유튜브로 이사배의 메이크업 영상을 보며 밥을 먹으니 시간이 훌쩍 갔다.
② 중수 Level, 패밀리 레스토랑 ★★

패스트푸드점은 가봤어도 혼자 파스타를 먹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혼자 갔는데 기다리고 싶지 않아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오후 1시에 충정로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했던 것보다는 수월한 혼밥이었다. 일단 자리 사이에 담 같은 것이 쳐져 있었고, 조명도 어두운 빛이라 혼자 앉아도 민망함이 덜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아무래도 아르바이트생과 대화를 할 때. 고를 메뉴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알바생을 부르는 일이 많았다.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있다 알바생이 웃으며 다가와 드신 음식은 어떠시냐는 묻는 상황이 어느 때보다 민망했다.
뻘줌해서 후식까지 못 먹고 서둘러 나온 것이 아쉽다. 그래도 야무지게 빵 포장까지 받고 회사로 돌아왔다.
③ 고수 Level, 고깃집 ★★★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혼자 가는 놀이공원’ 수준의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고깃집 혼밥. 핸드폰에는 정말 혼자 가는 것이냐며 경악하는 친구들의 메시지가 폭발했다. 고깃집이 시야에 가까워질수록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진지하게 기사를 접어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가게에 들어가자 너무 자연스럽게 몇 명이냐고 질문에 개미 소리로 답했다. “한 명이요.”
사장님의 의아한 표정을 뒤로하고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쳐다봤다. 일단 고깃집 혼밥의 가장 큰 문제점은 1인분을 주문할 수 없다는 것. 어쩔 수 없이 2인분을 주문하고 물을 마시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도 꽤 혼밥에 익숙해졌다고 자부했는데, 자신감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막상 고기를 불판에 올리자, 굽는 일에 온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고기를 잘 태우는 편이라 여럿이 갔을 땐 웬만해서 고기에 손을 대지 않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구워야 했기 때문이다.
노릇노릇 구워진 고기 한 점을 먹고 나니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1인분을 금방 먹고, 남은 양념 고기를 불판에 올렸다. 갑자기 술이 당겼다. “사장님, 여기 맥주 한 병이요!”
마지막 고기를 집자 드디어 프로젝트가 끝났다는 것이 실감 났다. 시간이 길게 느껴질 줄 알았는데, 정신없이 고기를 굽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흘렀다. 한 번 더 도전하기는 아직 엄두가 안 나지만, 1인 고깃집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아직 혼밥한 적이 없다면? 주관적인 ‘최고의 혼밥 타이밍’
?시간 오후 2시~4시 ?메뉴 일식요리/패스트푸드?장소 캠퍼스 인근보다는 직장인이 많은 곳
글·사진 김민경 인턴기자 apeac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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