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를 쓰담쓰담, 그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면

△한양대 서울 캠퍼스의 길고양이 "호두"가 교정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사진=유현우 인턴기자

학교에 고양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귀여운 고양이를 나도 한번 쓰담쓰담 해주고 싶은데 도통 나에겐 가까이 오지 않는 길냥이들. 어떻게 하면 그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일까? 늘어만 가는 캠냥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넘어서 공생해야함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동물권 준동아리 “한양대 십시일냥”의 박현미 회장과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의 김지선 외 익명의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에게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야옹아, 야옹아 나랑도 놀자꾸나
사람을 향해 코끼리가 웅장한 소리를 내뿜으며 달려온다면 누구나 거대한 코끼리를 피하려고 도망갈 것이다. 고양이에게 몸집이 커다란 사람들이 “귀여워!” 소리를 내지르며 다가온다면 그 정도의 공포감을 느끼게 되고 결코 가까이 오지 않는다.
고양이와 가까이 다가가는 확실한 방법은 여느 동물들이 그렇듯 먹이를 주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먹을 것이 아닌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먹이 말이다. 팩이나 통조림에 들은 고양이용 간식은 크게 비싸지 않고 개봉하자마자 고양이가 반응할 생선향이 퍼지므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양이가 다가올지라도 보통 고양이들은 사람이 만져주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대개 고양이들은 ‘내가 사람을 만지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사람이 날 만지는 건 허락할 수 없다’는 마인드다. 고로 먹이를 주고도 고양이가 주체가 되어 나를 교감할 수 있도록 한 후에 고양이를 쓰다듬는 것이 순서다. 고양이가 만져주면 좋아하는 부위로는 턱과 목 주변, 미간과 이마 사이 그리고 엉덩이 쪽이 있다.
고양이의 꼬리언어는 개와 거의 반대다. 만일 길냥이를 쓰다듬어 주었는데 꼬리를 흔들었다면 기분이 나쁘다는 뜻이니 멈추도록 한다. 고양이는 누군가를 반길 때 꼬리를 위로 드는 편이다. 꼬리가 가볍게 아래를 향하고 끝이 말려 있는 경우까지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하지만 꼬리를 들지 않은 채 끝을 좌우로 흔들거나 힘차게 꼬리를 흔든다면 고양이가 언짢다는 의미다.
길냥이들은 각자의 유전자와 경험을 토대로 인간을 어떻게 대할지 이미 어느 정도 정해 놓는다. 그래서 길냥이 중에는 새끼고양이가 경험이 없다보니 인간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경계가 심한 고양이는 사람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것이니 무리해서 다가가지 않는 편이 좋다.
만일 고양이에게 먹이도 주었는데 당장에 고양이가 애정을 표해주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영리하게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한양대의 고양이 돌보미 준동아리 ‘십시일냥’ 동아리 방 앞에 고양이가 쥐를 물어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완전히 죽은 것도 아닌 반쯤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는 뜻밖의 선물에 당황했다고 한다. 고양이 급식소가 아닌 후미진 위치의 동아리방을 찾아 왔다는 것은 그만큼 고양이가 사람을 기억할 줄 알고 애정으로 보은하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 소속 동아리원들이 제작한 '길냥이 스킨십 알고리즘'. 사진=국민대고양이추어오 제공


학교에서 고양이와 “공생”하다.
한양대 십시일냥의 박현미 회장은 “개는 유기동물로 분류되어 주인 없이 길에 있다면 유기견센터 등 나라차원에서 다양한 사회적인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고양이는 아직까진 유기동물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고양이들은 인간의 호의가 없다면 삶을 이어나가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한양대 십시일냥은 올 2월 결성되었다”고 소개했다.
한편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는 위기의 고양이들과 사람간의 ‘공생’을 표방하고 있다. “길고양이는 인간들에게 가급적 문제를 주지 않으며 생존하고, 사람은 그런 고양이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공생의 방향”이라고 한다.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는 올해 3월 다음의 크라우드 펀딩인 스토리편딩을 시도해 목표금액이었던 200만원을 658% 넘긴 약 1300만 원대의 후원금을 받는 등 성공적으로 펀딩을 해내었다. 이에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는 고양이를 위한 급식소를 제작해 정기적으로 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겨울나기용 집을 지어 학교 건물에 들어오는 것을 줄이고 주변 배설물을 정돈하는 등 점점 활동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급식소를 통해 먹이를 먹으니 배가고파 쓰레기통을 헤집어 놓는 일들이 크게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펀딩금액은 고양이를 TNR(포획-중성화수술-방사)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 TNR을 하면 고양이가 발정기에 울어대는 것이 줄어들고, 고양이는 잦은 임신과 발정기의 스트레스로 수명이 짧아지는 일이 없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TNR을 해야 임신기간이 길지 않은 고양이들의 개체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의 모든 활동들이 고양이와 인간 모두에게 도움이 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생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가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 목표금액의 6배를 훌쩍 넘기는 성공적인 사례가 되었다.

한양대 십시일냥은 아직 캠퍼스의 고양이들에게 TNR을 하고 있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반년 만에 개체수가 20마리 정도에서 약 40마리로 2배 정도로 불어났다. 그만큼 개체가 늘어나니 부담감이 커지고 지속이 어려워진 것이다. 동아리가 결성되고 처음 맞이한 방학동안 급식을 주는 것도 미처 생각하지 못해 서울권 부원들이 정말 고생을 해주었다고 한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십시일냥은 본부팀과 관리팀, 급식팀, 구조팀, 총무팀 등 다양한 부서를 만들어 최대한 고양이와 공생해 나가는데 문제를 줄여나가고자 업무를 세분화 했다. 최근에는 동물병원과도 연계하여 TNR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보완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영상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이 한양대학교의 고양이들은 캠퍼스 내에서 평화롭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한양대 학생회관 서점 앞 휴게공간에서 한 길고양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길냥이들을 위하는 마음엔 올바른 애정의 방법이 필요하다.
이들 동아리들은 활동을 하면서 급식소의 위치를 표시해놓은 ‘캠퍼스 캣맵’ 등은 일체 공개하고 있지 않다. 학생 커뮤니티에 고양이를 싫어하는 학우들이 독을 확 풀어버리고 싶다는 익명의 글이 가끔 올리기 때문이다. 동아리들은 “학교라는 공간 안에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고 싶다. 그런데 대개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은 입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않는데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과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것이 부족하곤 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고양이를 애호하더라도 고양이에 대해 잘 몰라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고양이가 난처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길고양이들에게 사람의 음식을 주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간이 덜 되었다고 느껴지더라도 고양이의 건강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집고양이와는 다르게 길고양이들은 한번 병에 걸리는 즉시 바로 사형선고다. 병을 치료할 수 없어 금세 죽고 마는 것이다.
국민대 고양이 추어오의 동아리원이 아닌 이들도 고양이들에게 빈번히 사람음식과 고양이 간식들을 주곤 했다. 이를 지켜본 한 수의사는 “고양이가 너무 자주 먹으면 구내염에 걸리기 쉽다”며 간식을 주지 않을 것을 조언했다고 한다.
한편 부모 없이 홀로 있더라도 외양이 깨끗한 아기고양이들은 대개 버려진 고양이가 아니다. 먹이를 찾아주고자 길게는 3일 정도 어미가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만일 혼자 있는 새끼 고양이를 보았다면 섣불리 그들을 구출하려고 하지 말자. 본의 아니게 납치한 꼴이 되어버려 어미는 새끼를 찾고자 하염없이 노력할 것이다. 어미가 나타나고 그때서야 새끼를 돌려주어도 의미가 없다. 사람냄새가 밴 고양이와 병이 걸려 외관이 극히 나쁜 상태인 고양이들은 가족들과 함께 생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 중에는 고양이를 함부로 이곳저곳 만지다가 곰팡이 균이 옮은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길고양이를 대할 때에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자. 애초에 길냥이들은 사람의 손을 타고 애정을 받아야할 필요는 없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번의 쓰다듬기가 아닌 어떻게 하면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생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글·사진·영상 유현우 인턴기자 tub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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