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은 백지, 실수로 야동 업로드... ‘컴알못’ 문과생의 프로그래밍 도전기

머릿속은 백지 상태, 실수로 야동 올리는 사고? ‘컴알못’ 문과생의 엉망진창 프로그래밍 도전기
문과생들의 취업난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때다. 최근에는 문과생의 생존 전략으로 ‘IT융합’이 언급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혀 융합형 인재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것. 과연 말처럼 쉬운 일일까? ‘컴알못’ 문과생이 직접 프로그래밍 배우기에 도전했다.
Businessman who breaks furiously an old computer

프로그래밍이 뭐죠? 먹는 건가요?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KOSTA)에서 취준생을 위한 다양한 SW교육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용기내 강좌를 등록했다. 수업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는데,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에 관심이 가 ‘사물인터넷(IoT) 임베디드 개발자 양성과정’을 선택했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센서와 통신장비를 달아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기술 및 장비를 의미한다. 사물인터넷을 배우면 소프트웨어랑 하드웨어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청 후 간단한 면접이 진행됐다. 면접관은 ‘컴알못’ 문과생이 내심 불안했는지 “개강 전까지 프로그래밍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해 올 것”을 당부했다. 앞에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할 것처럼 대답했지만 집으로 돌아가니 전의를 상실했다.
온갖 알 수 없는 외계어로 가득한 책은 펴보고 싶지도 않았다.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몇날 며칠을 따라다녔지만 그때마다 ‘백지상태가 공부하는데 더 효율적’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불안한 개강 날이 드디어 찾아왔다.
△ 수업 풍경
여기는 컴알못 집합소? 실수로 야동 올린 친구가 수업을 떠났다강의실에는 나와 똑같이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컴알못’들이 가득했다. 강사님은 그런 우리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독려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 잘 하는 사람도 있고, 못 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함께 가도록해요. 어려운 내용도 있겠지만 그럴 땐 기죽지 말고 즐긴다는 생각으로 하시면 됩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음성인가. 용기백배가 되어 그간의 걱정을 날려버렸다. ‘그래, 6개월 동안 즐긴다는 마음으로 하면 되지! 모르면 잘 하는 사람한테 물어보지 뭐.’
C 언어 배우기부터 시작했다. 중국어, 일본어말고도 C 언어라는 게 있었다니. 강사님은 ‘hello’를 터미널(윈도우의 프롬프트)에 출력 시켜 보라고 했다. 에디터(윈도우의 메모장)에서 작업한 것을 터미널에서 컴파일(일종의 번역 작업)하고, 실행시키면 되는 작업이었다. 매우 간단한 작업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 진땀이 흘렀다. 정말이지 나는 백지 상태였다.
△ 실습으로 만든 라즈베리 파이

개강 후 1주일, 옆자리 친구가 수업을 떠났다. 우리 반은 수업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구글 드라이브(인터넷 저장장치)를 사용하고 있는데, 친구 녀석이 그곳에 포르노를 올린 것이다. 나는 눈을 의심하며 몇 번이나 영상을 확인했는지 모른다. 아주 슬쩍 보았는데 수위도 상당히 높았다.
클릭 몇 번이면 올린이도 확인할 수 있어 친구의 정체는 금세 들통 났다. 나만큼이나 컴알못인 친구는 실수로 업데이트된 포르노를 다시 지우는 것도 하지 못했다. 나라 잃은 표정으로 머리를 쥐어뜯는 친구를 보면서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어떤 말이라도 꺼내는 순간, 웃음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어렵지만 자신감이 생겼다 친구는 떠났고 수업은 더 어려워졌다. 얼마 전에는 아두이노(장난감 컴퓨터)로 R/C카를 만들었다. 우리 반은 각 커리큘럼마다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C 언어로 테트리스 게임을 만들고, 자료구조로 미로를 만드는 식이다. 아두이노는 R/C카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아두이노, 브레드보드, 블루투스칩, 초음파센서, 모터를 잘 연결해 놓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 담에는 코드를 짜서 돌려야한다. 수능을 볼 때보다 더 집중해서 만들었다. ‘과연 진짜 작동할까’ 나의 실력을 의심했지만 놀랍게도 움직였다!
△내가 만든 RC카

요즘은 TCP/IP라는 통신기술을 배우고 있다.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벅차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는 중이다. 12월이면 과정이 마무리되는데, 끝까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컴알못 문과생들이여, 용기 내 도전해 보자!
*한국소프트웨어기술진흥협회(KOSTA)는 정부지원을 받아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가르쳐 주는 곳이다.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자바(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과정 외 사용자경험, 정보보안, 사물인터넷 과정도 개설돼 있다. 수업기간은 6개월. 훈련수당으로 월20만원이 지급되며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의 경우 추가로 15만원이 더 지급된다. (수당은 출석률, 출석일수에 따라 차등지급)
글 조근완(국민대) 대학생 기자 ktm12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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