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연고전 vs 연고전 오버워치 대회. 어느 쪽이 진짜?

9월 5일, 고려대학교 독립언론 고zip은 ‘총학에서 갑질이 빗발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고려대 게시판에 게재했다. 대자보에는 학내 동아리 디럭스(DELUXE)가 개최하던 사이버연고전(고연전, 이하 사이버정기전)을 고려대 총학생회가 외부 기업과 손을 잡고 단독으로 개최하여 행사를 가로채려 한다는 고발이 담겼다.
▲고려대 게시판에 게재된 대자보. [사진=독립언론 고zip]

사이버정기전은 2011년부터 연고전(고연전, 이하 정기전)과 함께 진행된 e스포츠 대회로 고려대학교 학내 동아리 디럭스가 주최, 주관하고 있다. 사이버정기전은 2012년 대회에서 고려대의 ‘고대인의 의지’ 세리머니가 유명세를 타면서 정기전과 함께 진행되는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으며 2016년 올해에도 정기전이 진행되는 9월 23일 사이버정기전 결승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디럭스 주최의 대회 포스터(좌)와 총학생회와 게임전문웹진이 개최하기로 했던 대회의 공지 페이지(우)
그런데 이와 별개로 연세대와 고려대의 총학생회가 게임전문 웹진과 함께 ‘2016 정기 연고전 오버워치 대회’를 개최하기로 하면서 사이버정기전을 둘러싼 논란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두 대회가 다른 것인지 같은 것인지 혼란스러워했고 두 행사는 각각 준비가 진행됐다. 디럭스 회장 박경민은 고zip의 보도를 통해 “총학생회 측에 사이버정기전 협조요청을 했음에도 총학생회에서 외부업체와 행사를 빼앗았다”고 말했다. 보도를 접한 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총학생회의 행동을 비난했고 총학생회가 9월 8일 ‘고려대학교 독립언론 고zip의 기사에 대한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장의 반박문’을 고려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하면서 학생들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고zip의 보도에 대한 총학생회의 반박문과 반박문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
결국, 9월 9일 ‘2016 정기 연고전 오버워치 대회’를 주관할 게임전문웹진이 대회의 취소를 공지했고, 9월 16일 고려대 총학생회의 ‘사과문’이 게시되면서 사건이 정리되었다. 하지만 총학생회의 문화기획국장은 디럭스와 학생들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의 내용과 달리 고대신문에 오버워치 대회 취소는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디럭스 회장 박경민은 캠퍼스잡앤조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총학생회의 입장은 사과하겠다는 태도가 아니다”라며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16일 게재된 고려대 총학생회의 사과문.

13일간의 논란 끝에 개최되는 사이버정기전은 총학생회의 협조 없이 9월 23일 아프리카TV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디럭스 회장 박경민은 “이후 사이버정기전이 총학생회와 연계하여 개최될지는 알 수 없다”며 “앞으로 이야기를 통해 총학생회와 관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6 정기 연고전 오버워치 대회’를 주관하기로 했던 웹진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질문에 “자세한 사항은 총학생회에 문의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사과문 이후 디럭스와 총학생회 간의 공식적인 대화는 없었다. 정기전의 새로운 볼거리가 된 사이버정기전. 양 측 학교의 학생들은 원만한 해결을 통해 모두가 함께하는 대회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최정훈 인턴기자 fr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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