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여기가 일본이야 한국이야, 일본풍(風) 짙어지는 홍대 거리를 걷다

요즘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홍대 거리. 그만큼 유행에 민감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거리를 걷다 보니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진다. 일본어 간판과 목조 느낌의 건물. 바로 요즘 인기있는 일본풍의 가게들이다.

Scene #1. 일본식 인테리어 = 목조+한자+벚꽃?

상수역과 홍대입구역 사이에 있는 한 건물은 건물 전체가 일본풍의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이곳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품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온천여관을 연상시킨다며, 블로그는 물론 페이스북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일본풍을 표방한 만큼, 건물 전체는 그야말로 ‘일본스럽다.’ 목조건물에 세로로 쓰여있는 메뉴판과 한자가 적힌 등불, 일본에서 가지고 온 작은 소품들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크게 적힌 일본어가 손님을 반긴다.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이처럼 우리나라의 관광지 혹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곳에 일본풍의 건물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묘하게 아이러니하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건물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반응은 상당히 엇갈렸다. 일본식 선술집을 좋아한다고 밝힌 A 씨는, 여행을 가지 않고도 일본 분위기가 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단순히 일본 분위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즐기는 것까지 개인의 역사의식을 운운하는 것은 비약적이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런 거리의 모습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사람들도 있다. 아무리 인기가 많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일본풍의 인테리어가 유행하는 것은 보기가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생 P 씨는 사소한 기호일지라도, 이런 풍토가 지나친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요리를 파는 곳이 아닌데도 일본식 인테리어를 보인 곳도 있었다. 가게 이름에 일본어가 들어가는 치즈 요리 전문점은 건물 앞에 벚나무 모형을 놓거나, 사케 곽을 창문 앞에 놓아두면서 일본풍의 인테리어로 가게를 꾸몄다.
Scene #2. 한국어 대신 일본어 적혀진 간판

가장 이질적인 풍경은 한국어가 아예 없는 간판들이었다. 일본어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읽을 수 있겠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무슨 뜻인지 알 리가 없었다.
단순한 ‘분위기용’일 수도 있지만, 홍보를 하기 위해 걸어두는 간판의 의미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을 찾은 일본인, 아카마쓰 씨(32)는 한국에 일본어가 많아 반가우면서도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얕은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인기 있는 인테리어를 반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 거리에 일본어가 가득한 것은 어쩐지 어색하다. 한 번쯤은 조금만 더 예민한 시각으로 거리를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단순히 이웃 나라가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깊게 얽혀있으니 말이다.
* 어디를 걸었나?6호선 상수역 인근부터 2호선 홍대입구역까지

김민경 인턴기자 apeac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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