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는 ‘취준생’이다. 취업 전쟁의 사회 현상이 드라마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 언제부터 드라마 속에는 취준생이 등장하기 시작했을까? TV 속 취준생 히스토리를 살펴보고,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취업 꿀팁도 담았다.
1990-2000 취준생 대신 고시생이 대세 1990년대, TV 속에서 당시 대학생들의 모습을 대변한 것은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 근사한 전원주택의 하숙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담아냈는데, 이 시트콤을 보고 대학생활에 대한 헛된 로망(?)을 가진 학생들이 많았다는 후문.
당시 시트콤에 등장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에서는 취업에 대한 걱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학 생활을 즐기고, 서로 연애를 하는 모습에 비중이 컸을 뿐. 극중 홍경인이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다가 불합격 통지서를 받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진지하게 탈락의 아픔을 조명하기보다는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로 다룰 뿐이다.
2000년 초반에 방영된 또 다른 시트콤 ‘논스톱’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 나가는 내용 등이 들어가긴 했지만 역시나 취업에 관한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진 않았다.
대신 2000년대 초반에는 고시생 캐릭터가 자주 등장했다. IMF로 인해 안정적 직업을 선호하는 사회 현상이 생겼고, 고시 합격은 성공과 출세의 징표로 여겨졌다. 논스톱 4에서도 앤디가 고시생으로 출연해 홀로 열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2003년 방영된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고시생으로 등장한다.
2010~2016 진짜 취준생의 이야기를 다룬다본격적으로 TV에 취준생이 등장한 것은 2010년 이후. 2014년 드라마 ‘미생’은 취준생의 직장 생활을 극의 주요 내용으로 다루며 주목 받았다. 이후 ‘잉여공주’, ‘그녀는 예뻤다’, ‘초코뱅크’ 등 다양한 작품에 취준생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취준생이라는 캐릭터가 마치 백수와 별 다를게 없는 잉여 캐릭터로 그려졌지만, 날로 그 모습도 디테일해지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70개 이상의 자소서를 완성해내는 ‘자소설의 신’같은 면모를 자랑하는가 하면, 취업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생기고 인턴 초기 전화를 잘못 받아 질책을 받는 등 보다 리얼한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보기만 해도 취업에 도움이 된다! 드라마에서 찾은 취준생 꿀팁
한 번의 실수로 공든 탑이 무너진다굿와이프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에 등장하는 이준호(이원근)는 로펌 정규직 자리를 두고 김혜경(전도연)과 경쟁을 하는 인턴이다. 그는 오직 정규직 입사를 위해 김혜경과 거리를 두고 견제하며, 상사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규직 경쟁에 대한 결정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자신이 김혜경 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우쭐해진 그는 클럽을 찾아 기쁨을 만끽하고, 우연히 만난 여성으로 인해 마약을 투약 당한다. 하필 약에 취해 있을 때 로펌에서 긴급 사건이 터지고, 비몽사몽한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결국 김혜경은 그의 빈자리를 채우며 활약하고 이준호는 정규직 전환에 실패해 로펌을 떠난다.
tip. 10번 잘 해도 1번의 실수로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매 순간순간이 평가로 이어지는 인턴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드라마처럼 마약 투약의 극단적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회식에서 과음을 하는 등의 실수로 지각하거나 다음 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또한 이준호는 상사와 선배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경쟁자를 모함하거나, 자신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만 줄 뿐이다. 선배들의 눈에는 계산적인 행동과 아부하는 모습이 모두 보인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면접관에게 독설은 OK, 지각과 복장은 NO 미녀공심이 SBS 주말드라마 ‘미녀공심이’의 여주인공 공심이(민아). 취업을 준비하는 그녀는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원형탈모를 감추기 위해 촌스러운 똑단발 머리의 가발을 쓰고 다닌다. 공심은 계속되는 취업 광탈에 용돈벌이를 위해 주유소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되지만, 갑질 사모님을 만나 폭행을 당하는 등 서러운 상황이 이어진다. 겨우 판매직 면접 기회를 얻은 공심은 긴장된 마음으로 면접에 임하지만, 실수로 비서직 면접장에 들어가게 된다. 면접관은 외모 비하를 하며 공심을 무시하고, 화가난 공심은 면접관에게 독설을 퍼부으며 면접장을 박차고 나온다.
tip. 면접 준비를 하다 깜박 잠이 들어 지각을 하고 만 공심. 게다가 면접 복장은 ‘생활력 강해 보인다’라는 이유로 찾아 입은 캐쥬얼한 평상복. 우여곡절 끝에 합격하긴 했으나 그건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이 아닐까. 기본적으로 면접장에는 10분 정도 일찍 도착해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고, 면접 복장 역시 단정한 정장을 차려입는 것이 정석이다. 면접장에서 모욕을 준 면접관에게 ‘개저씨’라고 외친 용기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현실에서 똑같이 따라한다면 과연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을까.
열심히 하면 기회는 온다 그녀는 예뻤다 취업준비생 김혜진(황정음)은 잡지사 총무팀에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 온갖 잡일이 그녀에게 주어지지만 혜진은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맡은 일을 척척 해낸다. 그러던 중 우연히 ‘모스트’ 매거진에 어시스턴트 공석이 생기고, 혜진은 뜻하지 않은 파견을 가게 된다. 그녀는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헤매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점점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이름으로 기사를 쓸 정도로 성장해 선배들의 인정을 받게 된다.
tip. 패션에 관심없는 혜진은 선배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패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허세’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 민하리(고준희)는 “업계 필수 용어”라며 “네가 공부 하지 않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업무에 적응하기 위한 첫 단계는 업계 용어를 익히는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신입사원, 인턴이라면 입사 초기 이해가 어려운 업계 용어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선배들에게 물어보거나 따로 스터디를 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혜진처럼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도 사랑받는 인턴의 필수 요소다.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