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뉴욕 19화] 여행객들은 모르는 선셋, Fying 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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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2일
좋은 곳에 가면 가만히 이어폰을 끼고 앉아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사진으로 부족하다면, 더 많은 단서를 남기기rn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기억을 불러오는 노래, 그rn순간의 향기, 그리고 그걸 그리거나 써내는 일이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된 나의 새로운 오감 프로젝트.


SUMMER. 8;00 pm. 선셋이 가장 예쁜 시간. 오늘도 아릿아릿 어김없이 해가 진다.허드슨 리버를 따라 걷다 보면 26번가쯤 요트가 둥둥 떠있는 곳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배를 개조해서 만든 바 Frying Pan이 나오는데, 들어가기 전부터 어찌나 황홀하던지.







월요일 6시. 이들은 다들 어디서 무얼 하며 살아가길래 월요일 오후에 이리도 여유로울 수 있는건지. 너무 부럽다.



프라잉팬은 일층과 이층으로 나뉘어 있다. 우리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 이층에 자리 잡았다.

왼쪽으로는 요트들이 함께 표류하고, 그 옆으로는 복싱 클래스가 한창이다. 오른쪽으로는 월스트리트와 함께 뉴저지의 제일 비싼 땅과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

내가 요즘 완전 빠져있는 깔라마리와 처음 맛본 연어 타르타르


왠지 그러고 싶은 날이 있다. 모두가 하는 것은 그냥 다 싫어. 내 멋대로 할 거거든? 심술궂은 마음을 잔뜩 먹고선 스스로 만족하고 마는 그런 날.




선셋을 등지고 앉았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수많은 얼굴들을 거슬러 하늘이 아닌 핑크빛으로 물든 빌딩을 가만히 본다.
사진기로는 전혀 담아 낼 수 없는 이 아름답고 빛나는 풍경.오감만이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순간. 그래 사진기보단 노트가 좋겠어!



내게만 항상 차고 넘치는 두 가지가 있다. 생각과 마음. 간직하고 싶다고 선명하게 가두어 둘 수도 없고 갖기 싫다고 속 시원히 비워낼 수도 없는 거- 참, 어려운 것들.
내가 물을 좋아하는 것도 아마 그래서다. 그저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는 법을 몰라서. 닮고 싶어서. 내가 가진 음침한 생각들. 뭘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마음. 보내고 싶지 않은 하루.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인생.
“잘 지내? 난 잘 지내. 그냥. 그냥 궁금해서.” 매일 밤 보내고 싶은 메세지. 보고 있어도 보고픈 사람, 만날 수 없어 가끔 울고 마는 사랑.알고 있는 모든 단어를 모아 펼쳐 보아도 미처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아쉽다.



짙어가는 저녁. 팬시한 요트가 떠다니는 Hudson River. Concrete Jungle은 핑크빛으로 찬란함.
그리고 그 속에 외로운 나.시간 참 빠르다.


글·사진 Chlo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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