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청년이 은행 퇴사 후 스타트업에 취업한 이유는?

스타트업 취업에 관심을 보이는 취업준비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여전히 취업 선호도가 높지 않다.
그런데 남부럽지 않은 은행을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한 이가 있다. 바로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에 근무 중인 공병희 씨다.
공씨는 약 2년간 다닌 신한은행 퇴사 후 지난해 어니스트펀드에 입사했다. 무엇이 그를 스타트업으로 이끌었을까. 그 이유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요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핀테크’다. 핀테크는 금융을 뜻하는 핀(Financial)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Technology)의 합성어다.
기존 금융기관들에 내재해 있던 여러 가지 비효율성을 기술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 핀테크 스타트업의 근본적인 목표이다. 어니스트펀드도 핀테크 스타트업 중의 하나다.
어니스트펀드는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P2P(Peer to Peer) 금융 플랫폼 기업이다. 어니스트펀드는 자금이 필요한 사람과 자금을 투자하고 싶은 사람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쉽지 않았던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은행에서 일하면서 그가 은행에서 인상 깊게 느꼈던 점은 모든 업무가 매뉴얼 화 돼 있다는 점이었다.
공씨는 “자신에게 주어진 특정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어느새 그 일이 습관처럼 길들어요. 업무에 익숙해져 깊이 고민해 볼 기회 없이 기계적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나를 발견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일을 하면서는 한 단계씩 성장하는 사람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죠”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어니스트펀드에서 은행 경력자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그는 ‘퇴사’를 결심을 했다.
그는 어니스트펀드에 입사하기까지 총 3번의 면접 인터뷰를 거쳤다. 공 씨는 “스타트업 특성상 한 사람을 뽑을 때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요. 면접도 여러 차례 진행하죠”라고 말했다.
“창업자와 1차 인터뷰를 5시간 동안 봤어요. (웃음) 오전 10시에 만났는데, 헤어질 때 시간을 보니 오후 3시였어요. 그 시간이 길기보다 오랜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는 기분이었죠.”


자율성과 책임감이라는 동전의 양면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차이 중 하나가 자율성이에요. 물론 그 뒤에는 엄청난 책임감이 따르죠.”
스타트업은 일을 하다가 피곤해 휴식을 취하거나 아는 지인이 찾아와서 외출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혼을 내지 않는다. 출근 시간이 10시지만 정해진 퇴근 시간은 없다. 본인의 업무를 마치면 자유롭게 퇴근할 수 있다.
공씨는 “서로서로 각 분야의 전문가라 인정해요.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부여되는 자율성인 만큼 구성원 모두가 수준 높은 책임을 갖고 일을 하죠”라고 말했다. 공씨는 “스타트업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함께 성장해나가는 일터”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모여 있기에 배울 점도 많다. “옆자리 사람이 회사 전략을 담당하죠. 외국 금융컨설팅 일을 하던 경력자로 데이터 분석 기법을 배우거나 컨설팅 업무를 배울 수 있어요.”
그는 이런 전문가들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점이 스타트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라면 다른 부서 업무는 다른 세상일이죠. 하지만 스타트업은 본인 업무 외에도 회사 전체의 운영과정을 함께 공유하죠. 일하면서 만능플레이어가 될 수 있어요.”
목표는 정식 투자 상품을 만드는 것
어니스트펀드가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해주고 있는 금액은 현재 약 80억 원에 이른다. 이들의 목표액은 조 단위까지다.
“많은 대출자가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더 많은 투자자가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P2P 채권이 펀드 혹은 예금과 같이 투자 상품 중 하나의 카테고리로 인정받는 것이 최종 목표죠.”
그는 “아직도 P2P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개인 간 대출보다는 영화 파일 등을 내려받는 것을 먼저 떠올려요. 그럴 때마다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었다고 느끼죠.”
그는 스타트업에 취업하면서 많은 것을 포기했다. 은행에서 받던 높은 급여나 복지 등이 그것이다.
그는 스타트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그런 것들을 이길 수 있는 만큼의 열정이 중요해요”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하고 간절한 열정이 있을 때만 이 업계에서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어요.”
박지혜(고려대) 대학생기자 xhsl19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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