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이 서늘, 등골이 오싹… 더위잡는 일본 판화 우키요에 속 요괴들

우키요에는 일본 에도시대에 유행했던 판화다. 그림 속에는 어지러웠던 전쟁의 시대가 끝나고 안정된 사회로 접어들었던 에도의 자유롭고 향락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주제 역시 풍경화, 미인도, 요괴 등으로 다양하다. 그 중 인간이 가진 원초적인 공포의 존재를 그림으로 그대로 구현한 작품이 있다. 무더운 여름을 맞아 우키요에 담긴 으스스한 요괴 여행을 떠나보자. 글 김민경 대학생기자 (숙명여대4) 사진 우키요에 판화

친근한 요괴 갓파
친근한 요괴이기도한 갓파는 우키요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속담 안에서도 등장한다. 외형은거북이 같은 등껍질이 온 몸을 덮고 있으며 다리는 물갈퀴가 달렸다. 물가와 오이를 좋아하고 불공드린 음식과 박을 싫어한다. 이 때문에 젊은 여자가 갓파에게 시집가지 않으려면 박을 매고 다니라는 말이 나돌았다. 하지만 갓파는 사람의 엉덩이에 있는 ‘시리코다마’(사람의 항문 내에 있는 상상된 가공의 장기로, 이것이 빠지면 얼이 빠진다는 전설이 있음)를 즐겨먹어 사람들을 물가로 유인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영혼이 들어있는 구슬인 시리코다마를 갓파에게 뺏기면 얼이 빠지거나 목숨을 잃는다고 믿었다. 이 시리코다마는 사람뿐만 아니라 소나 돼지 같은 가축들도 가지고 있었다.



비극의 절정, 오니온나
어느 귀족 가문에 이와테라는 늙은 시종이 있었다. 이 집안의 아가씨가 벙어리가 되자 이와테는 병을 고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생간을 찾게 된다. 외딴 집에서 임신한 여행객을 기다리던 이와테는 결국 한 임신부를 잡아 배를 갈라 생간을 꺼냈다. 임신부는 숨을 거두기 전, 자신의 어머니를 찾고 있다는 유언을 남겼는데 그녀의 짐을 살펴본 이와테는 곧 자신이 딸에게 준 부적을 발견하고 만다. 임산부는 바로 이와테의 딸이었던 것이다.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이와테는 결국 여행객을 잡아먹는 오니온나가 됐다. 우리나라의 막장드라마가 생각나는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의 비극을 기괴한 흉물이 됐다는 결론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우리나라의 처녀귀신이 억울한 한을 가지고 있다면, 오니온나는 스스로를 나락으로 빠뜨렸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딸인지도 모르고 칼을 갈고 있는 우키요에 속 이와테의 모습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목이 빠지는 로쿠로쿠비
로쿠로쿠비는 일본의 전래괴담에 자주 등장하는 요괴로 밤에 목이 길게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이 요괴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긴 목만 몸에 떨어져 나와 돌아다니는 유형과 잠든 사이 목이 늘어나지만 아침에 되면 기억을 하지 못하는 유형이 있다. 목만 길게 늘어져 꼬아져 있는 그림을 보면 사람마저 목이 뻐근해지는 느낌과 함께 공포심을 자아낸다. 특히 긴 목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딜 가나 따라올 것 같은 공포스런 분위기가 풍긴다. 실제로 로쿠로쿠비는 변형돼 현재 일본에서 상영되고 있는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요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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