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회장 단골 나쁜 짓, ‘횡령’과 ‘배임’의 차이

최근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뒷돈 수수와 횡령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대기업 오너의 단골 죄목인 횡령과 배임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한경DB
7월 13일 행정학 사전에 따르면 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를 말한다. 형법 제355조 1항에 명시된 횡령은 자기의 소유물이라 할지라도 공무소로부터 보관명령을 받은 물건은 타인의 소유물과 동일하게 취급해 처벌하도록 돼 있다. 재벌 중에서는 SK 그룹 최태원 회장이 횡령죄로 옥에 갇혀 대기업 총수 중 최장기 복역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 배임은 주어진 임무를 저버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주로 공무원 또는 회사원이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국가나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주는 경우에 해당한다. 배임죄의 경우 고의성 여부에 따라 논란이 많다. 예를들어 대기업 회장의 계열사 지원을 경영상의 판단으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한 법리다툼이 끊이지 않아왔다. 특히 배임죄 처벌을 강화하면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등 기업가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배임 혐의 일부에 대해 대법원에서 다시 심판하라는 파기환송 결정을 내려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한화그룹 차원의 부실 계열회사에 대한 지원행위가 이른바 경영상 판단 원칙에 따라 면책돼야 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한화그룹 계열사의 다른 부실 계열사에 대한 금융기관 채무를 부당하게 지급보증한 행위가 배임이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국민정서 상으로도 횡령이 더 죄질이 나쁘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경제 민주화 및 금수저 논란 등 반재벌 정서가 확산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기업의 배임에 대해서 재판부가 형벌을 무겁고 강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배임의 경우, 경영진의 이익 착복으로 의도된 것인지, 경영상 선택 할 수밖에 없는 판단이었는지는 재판에서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의 배임죄를 함부로 형법에 넣고 있지 않는 국가도 있으며 독일에서도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 방법으로 인정될 때에는 배임죄가 아닌 것으로 보는 ‘경영 판단의 원칙 (business judgement rule)’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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