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독어독문과 성희롱 카톡 공개 파문, 과거 사범대 성추행 논란도 수면위로 떠올라

- 여자 동기 사진에 대해 ‘박고 싶다’ ‘쉬워 보인다’ 발언- 과거 여자화장실 몰카 사건, 영어교육과 학생회장 ‘보빨’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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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전경 사진=한국경제DB

7월 11일,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와 인문대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내 커뮤니티에 게재했다. 대책위원회에서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방의 내용은 같은 과 여학생들을 언급하며 수위 높은 성희롱 대화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대화방은 서울대 독어독문과 8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카톡방 안에서 뒤늦게 죄책감을 느낀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대화내용을 공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대 학내 커뮤니티에 공개된 발췌록 중 일부
대책위원회에서 발췌, 공개한 내용에는 출출하다는 동기에게 “(여자 동기 이름) 먹어” “먹을 게 있고 못 먹을 게 있지” “그래도 맛은 나겠지” 등의 답변을 보냈다. 이는 여성을 자신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물건’으로 치환한 여성 물상화적 비하 발언이라 볼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허락 없이 촬영한 여자동기 사진을 대화방에 올려놓고, “박고 싶다” “발기가 안 된다” 등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대화방에 있었던 8명의 학생들은 대화 도중 “이거 털리면 우리 뉴스에 나올 듯”이라 말했다. 이를 미뤄볼 때, 대화의 내용이 불건전하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와 인문대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해 “여학우들이 생식기로 일컬어지거나 인격체가 아닌 성행위의 대상으로 취급받은 것에 대해 분노를 표한다.”며 가해자들의 저열한 언행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가해자들에게 실명을 공개한 사과내용의 대자보를 작성할 것, 정기적으로 인권·성 평등 교육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학내 커뮤니티 학생들 댓글 반응

커뮤니티 내부에서 학생들은 “더러운 새끼들... 학교에서 퇴학시켰으면 좋겠다. 성범죄자 새끼들.” “근데 이렇게 품평당하는 일 흔하지 않나. 서울대 독문과만의 문제가 아닌듯 여자라면 다 한 번씩 당하지 않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건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대학 내 ‘여성에 대한 성희롱 및 성추행’이 빈번하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학내 성추행 사건

한편, 서울대학교 학내 성추행·성희롱 사건은 과거 사범대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교육과 조교가 여자화장실에서 ‘몰카(몰래카메라)’를 촬영한 사건이 있었으며, 영어교육과 학생회장이 MT에서 여학생을 챙겨주는 남학생을 향해 “저 새끼 보빨한다.”고 발언한 사건도 있었다. 모두 대자보를 통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영구제명 및 회장직 사퇴 처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갈수록 늘어만 가는 대학 내 성추행·성희롱 사건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 조소연 연구원은 “지금까지 대학 내에는 양성평등상담소 등을 중심으로 1년에 몇 차례 의무적으로 교육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그 내용이라는 것은 결국 특정 학내의 상담을 진행하거나 강연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므로 학생들 스스로 외에도 이런 사건에 대해서 충분한 전문성을 지닌 독립적인 기구가 마련되어야 하며, 그런 전문가들이 외부에서 충분히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야 할 것입니다.” 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지연주 인턴기자 sta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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