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블이 만들어 낸 웰메이드 뮤지컬 ‘뉴시즈’

지난 4월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막을 연 뮤지컬 ‘뉴시즈’가 스타 배우 한 명 없이 관객들의 호평 속에 순항하고 있다. 최근 뮤지컬이나 연극 등 무대 공연의 트렌드는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배우들을 내세워 티켓 파워를 행사하는 것이 관례로 통하는 반면 이 공연은 스타 마케팅이 아닌 앙상블 배우를 내세워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숨겨진 보석, 배우 온주완의 발굴 뮤지컬 ‘뉴시즈’의 유일한 인지도 선구자인 배우 온주완은 이번 공연이 데뷔작이고, 대중적 인지도가 티켓 파워를 기대할 만큼의 역량은 미지수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로서의 온주완은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우선 온주완의 댄스 실력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입증되었듯 완벽했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 ‘춤 선생’ 출신인 그는 아크로바틱, 발레, 탭댄스로 단련된 앙상블 배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노래도 뮤지컬 전문 배우처럼 안정된 고음과 바이브레이션은 없었지만 진심이 담긴 보이스로 관객들에게 매력 어필했다. 공연 끝 무렵 넘버에서 목이 쉰 듯한 보이스가 오히려 온주완이 맡은 잭 켈리에게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연기 또한 13년차 배우답게 농익은 연기 톤을 선보였다는 평이다.
18인의 앙상블이 만들어낸 완벽한 무대‘뉴시즈’의 가장 큰 순항 요인은 배우에 있다. 그중 앙상블 배우의 역할은 여느 공연과는 다른 비중을 차지한다. 앙상블이란 쉽게 말해 주인공의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하는 배우로, 때론 무대의 끝과 끝을 말없이 지나는 엑스트라가 되기도 하고, 주인공의 넘버에 무대 뒤에서 화음을 넣어주는 뮤지컬에 없어서는 안 될 자리다. 반면 화려한 이면 속 감춰진 설움이 더 많은 역할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 앙상블 배우들은 주인공의 뒤가 아닌 옆 그리고 동등한 위치에서 극의 중심이 되어주고 있다. 화려한 군무, 퍼포먼스 등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만한 장면들도 눈길을 끈다. 그래서인지 이 공연의 오디션이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동안 철저한 과정을 거쳐 진행되기도 했다. 다른 공연에 비해 주인공부터 앙상블 배우까지의 캐스팅 기간이 길었던 이유로 신춘수 프로듀서는 오디션 당시 “스타시스템이 아닌 새로운 배우들의 얼굴로 관객의 흡입력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3개월에 걸쳐 오디션을 통과한 ‘뉴시즈’의 리더이자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꿈꾸는 잭 켈리 역에는 배우 온주완, 서경수, 이재균이 맡았고, 아버지의 실직으로 동생 레스와 함께 뉴시즈로 활동하는 데이비 역에는 강성욱이, 잭의 절친인 크러치 역은 강은일이 맡았다. 뉴시즈를 돕는 똑똑하고 지혜로운 여기자 캐서린 플러머 역에는 배우 린아와 최수진이 더블캐스트로, 메다 역에 최현선, 퓰리처 역에 황만익 등 뮤지컬계 실력파 배우들이 캐스팅 돼 열연을 펼치고 있다. 거기에 이호진, 고훈, 최광희, 신우석, 박종배, 정열, 조현우, 정택수, 박현우, 조윤상, 정창민, 장재웅, 한철수, 남정현, 진한빛, 박준형, 박진상, 심형준 등 뮤지컬 경력 7~8년차인 베테랑부터 데뷔작을 치르는 앙상블 배우까지 더해져 공연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힘없는 사회 하층의 반란 스토리 아시아 최초로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뮤지컬 ‘뉴시즈’의 호평에는 탄탄한 스토리도 한 몫하고 있다. 이 공연은 1899년 뉴욕을 배경으로, 당시 최대 거대 권력 집단이었던 신문사를 향해 파업을 벌인 뉴시즈(Newsies)라 불리는 신문팔이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신문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뉴시즈(Newsies) 소년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대부분 고아나 가난한 집의 아이들이었던 뉴시즈가 거리로 나온 이유는 부당한 현실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최대 권력집단이었던 신문사는 신문팔이 소년들을 상대로 신문 구입 값을 인상했고, 뉴시즈들은 생계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었다.

1899년 7월 20일, 뉴시즈는 신문 판매를 중단하는 파업을 선언했다. 파업기간 동안 당시 신문 산업의 거물인 조셉 퓰리처의 ‘월드(the new york world)’사의 판매 부수는 36만부에서 12만 5천부로 급감했다.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저널(the new york journal)’사도 마찬가지였다. 퓰리처와 허스트는 신문 판매를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썼지만 똘똘 뭉친 뉴시즈를 감당해낼 수 없었다. 더군다나 뉴시즈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월드’와 ‘저널’은 점점 더 궁지에 몰렸다. 결국 두 신문사가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팔지 못한 신문을 재구매하기로 뉴시즈와 합의하면서 파업은 2주 만에 종료됐다. 사회 하층인 소년들이 힘을 합쳐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뼈아픈 교훈을 주는 것과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공연을 본 관객들은 “경쾌한 힐링극, 지친 삶에 원동력이 된다”, “뉴스보이들의 열정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공연”이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미니 인터뷰>“배우들의 열정,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연이죠.”뮤지컬 ‘뉴시즈’의 댄스 캡틴 박종배 ‘댄스 캡틴’ - 뮤지컬을 연습할 때 안무 감독을 도와 배우들의 안무를 보다 가까이서 지도하고 이끌어주는 역할.
-이번 작품에서 배우 겸 ‘댄스 캡틴’의 역할을 맡고 있는데, 댄스 캡틴은 어떤 자리인가?작품에 참여하는 배우들의 안무를 지도하는 일인데, 배우들 중 안무 습득력이나 이해도가 가장 높은 배우가 맡는다. 보통 스텝들이 회의를 거쳐 선정한다.
-이번 작품에서 앙상블의 완벽한 호흡이 주목받고 있다. 공연 연습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 앙상블 배우들이 대부분 어리고 무대 경력이 많지 않다. 그래서 안무를 맞출 때 어떤 의미로 이 동작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다른 작품에 비해 스타 마케팅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공연에 참여하는 배우들의 열정 때문이 아닐까. ‘배우 한명 한명이 쏟는 열기가 그대로 느껴진다’는 말을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뿌듯하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피맛골 연가’ 등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있다. 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점이 있다면?‘뉴시즈’는 ‘파업’의 이야기를 다룬다. 파업의 의미는 모두가 하나가 돼 하나의 뜻을 이뤄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 배우들의 연기나 퍼포먼스가 관객들에게 더 호소력있게 다가간 듯하다.
-뮤지컬 ‘뉴시즈’의 관람 포인트는?안무 포인트를 꼽자면 국내 최초로 발레, 아크로바틱, 탭댄스 등이 접목된 뮤지컬로 볼거리가 많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마디. 뉴시즈는 땀방울 가득한 공연이다. 모든 배우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땀에 묻어나는 공연이라 자부할 수 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시길···.
글 강홍민 기자(khm@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