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취준생 김양의 하루,자소서로 시작해 자소서로 마감


우여곡절 많았던 4년 동안의 대학생활이 끝나고 드디어 졸업장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순 없다. 이제 말로만 익히 듣던 ‘취업준비생’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취준생에겐 주어진 과제도, 틀에 맞게 정해져 있는 시간표도 없다. 대한민국의 취준생들은 어떤 삶들을 살아가고 있을까. 평범한 한 취준생, 김양(경영학)의 하루를 함께 따라가 보자.
오전 7시 김양은 평소보다 더 일찍 이불에서 나왔다. 학교까지 갈 시간도 아까워 일어나자마자 졸린 눈을 비비며 노트북을 열었다. 신라호텔 지원서 마감이 정오라 시간이 몇시간 채 남지 않았다. 사실상 두 개의 질문만 남은 상태지만 어젯밤부터 이 질문들 때문에 더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두 질문 중에서도 특히 ‘귀사가 반드시 당신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 당신 만의 차별점을 서술하시오’라는 질문은 어떻게 답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 11시 58분, 정확히 2분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제출에 성공했다. 지원서를 제출하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들고 이번 주 일정을 확인했다. 이번주에만 마감인 회사가 4개나 더 남아있었다.
오후 12시지원서를 제출하자마자 집을 나섰다. 며칠 전 취업을 한 동기가 점심을 사주기로 했기 때문에 1시까지 학교로 가야 했다. 일산에서 학교까지는 한 시간 반이나 걸린다.약속 시각까지 학교에 도착하는 건 이미 불가능해 보였다. 조금 늦을 것 같아서 미안하다는 카톡을 남기고 학교까지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자격증 책을 열심히 들여다보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후 1시 20분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대학생’ 시절 가장 가까웠던 동기 중 한 명과 마주쳤다. 수업시간에 늦었다면서 급히 강의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는 눈치 없이 수업을 안 가도 돼서 부럽다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약속장소에 도착해보니 다른 동기들은 다들 이미 도착해 식사를 시작한 상태였다. 아직 학생 신분인 동기가 2명, 취준생 신분인 동기가 4명 있다. 식사가 끝나고 다른 동기들이 모두 떠난 후, 취업한 동기와 잠시 이야기를 했다. 취업과 관련된 노하우를 주로 물었다. 그는 일반 공채보다는 추천채용을 권한다고 말했다.
오후 3시중앙광장에 있는 한 카페에 도착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인적성 책을 펼쳤다. 인적성 시험을 보는 메이저 회사들은 상반기 공채가 끝났지만, 아직 만족할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아서 하반기를 대비해 미리 공부해놓을 생각이다. 공간지각 유형은 가장 취약한 유형이라 아무리 많이 풀어도 계속 틀렸다.
오후 7시백주년기념관 지하 1층에서 진행되는 직무특강에 참여했다. ‘기업직무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 특강은 직무별로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관한 강의였다.김양은 자신이 특별히 관심이 있는 직무인 영업 담당자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영업 부서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영업은 상당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요구하는 직무라고도 덧붙였다.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 또한 뛰어나야 한다고 했다. 영업 직무 중에서도 해외영업 분야에서 들어가려면 영어와 제 2외국어는 필수이며 요즘에는 인도네시아어와 베트남어를 잘하는 구직자는 우대 대상이라고 말했다.
오후 11시집에 도착하니 시계 바늘은 이미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온종일 정신이 없어 저녁을 먹지 못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집에서 컵라면을 꺼내 먹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내일까지 원서 마감인 회사의 지원서를 아직 시작도 못했기 때문에 벌써 잠자리에 들 순 없다.
박지혜(고려대) 대학생기자 xhsl19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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