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한마당'인데 지역 특산품 홍보만..구직자들 '어리둥절'

제1회 청년과 함께하는 지역 일자리 한마당일자리 정책보다 지역 특산물 홍보에 주력대전에서 렌터카 타고 온 대학생들 “무슨 행사인지 모르겠어요”

“이게 뭐죠?”
한 채용 박람회에서 만난 취업준비생에게 참가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입니다.



이 행사는 바로 5월 3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청년과 함께하는 지역 일자리 한마당’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주최하고 한국능률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박람회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 철학과 방향을 알린다’는 취지로 올해 처음 열렸습니다.
원래는 청년일자리공시제 도입을 계기로 2010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의 일자리 정책성과를 평가하는 시상식만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올해 처음 대규모 박람회를 열고 자치단체간은 서로의 정책을 공유하고 청년들도 직접 전문 상담사에게 일자리 정책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한 거죠.
지역단체들이 일자리 정책을 소개하고 구직을 돕겠다는데, 구직자들은 왜 이런 반응이었을까요.




행사장을 죽 둘러봤습니다. 흔히 ‘취업박람회’라고 했을 때 늘 보이는 정장차림의 청년들 보다는 중장년층이 많네요. 분명 행사 이름은 ‘청년과 함께하는 지역 일자리 한마당’인데... 조금 이상합니다.
이번엔 각 부스를 들어가 봤습니다. 어묵에, 오미자음료에, 목공예품…? 아무래도 역시 이상합니다. 관광지도 브로셔를 쌓아놓고 지역의 관광 상품을 안내하는 곳도 많네요. ‘농촌체험’ ‘숲체험원’. 일자리를 찾으러 온 청년 구직자와는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죠?



그나마 부스 앞에 배너를 설치해놓고 일자리 프로그램을 알려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원이 없거나 상담원들이 다른 일로 바쁜 곳들도 있네요.
잠시 뒤 갑자기 행사장이 시끌벅적해졌습니다. 행사장 한편에서 기존의 주요 행사였던‘지역일자리 청년아이디어 공모전’과 ‘전국지방자치단체 일자리대상’ 시상식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축사를 위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도 참여했습니다. 이기권 장관은 축사를 통해 “이번 행사를 통해 각 자치단체가 일자리 확보를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알릴 기회가 될 것”이라며 “모두 일자리 부서를 격상 및 전진배치하고 관련 예산을 증가하는 등 애쓰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박람회 부스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특산물을 시식하거나 구경하기 위해 온 중장년층 참가자들이 훨씬 많이 눈에 띕니다.



어렵사리 대학생으로 보이는 무리를 찾았습니다. 이번 박람회를 위해 5명이 함께 대전에서부터 렌트카를 타고 왔다고 합니다.
무역통상학을 전공한 대학 4학년생들이었죠. 취업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은 학과장이 인터넷에서 보고 강력 추천해 왔다고 합니다.
한 시간 정도 둘러봤다는 이 학생에게 소감이 어떤지 물으니 마치 랩을 하듯 불만을 쏟아 냅니다.
“일자리를 알아볼 수도 없고 취업컨설팅도 받을 수 없는 행사네요. 지역구 부스도 일자리정책을 소개해준대서 가봤지만 지역 특산물만 홍보하고 있었어요.
그나마 제대로 정책을 설명해준다는 부스에 가보면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말해주거나 상담원들도 시큰둥했죠. 좀 더 봐야할지 그냥 돌아가야할지 고민 중이에요.”


| 게시판에 채용정보를 붙인 곳은 지방 공기업 6곳 뿐

또 다른 학생을 만났습니다. 나이가 조금 있어보여서 물으니 올해 28세라고 합니다. 부모님이 모두 퇴직하셔서 당장 취업이 급하다고 했죠.
“생각과 너무 달라요. 바로 현장에서 면접을 보거나 자기소개서 컨설팅이라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기업 채용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의 일자리정책을 이용해보려고 상담을 받아봐도 최소 수 개월은 필요하네요. 나이가 많아서 당장 취업이 필요한 구직자들에게는 실효성이 없어보였어요.”


마지막으로 고용노동부를 찾아갔습니다. 과연 이번 행사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이었을까요.
“애초에 구직자들이 생각하는 취업박람회 개념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각 지역구가 서로의 일자리 정책을 홍보하고 공유하는 게 이번 행사의 목적이죠.”
“그렇다면 왜 ‘청년과 함께하는 지역일자리한마당’이라는 이름을 활용한 거죠?”
“청년구직자들은 행사장에 와서 각 지역구에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스에서 특산물만 홍보하던데요?”
“간혹 그런 경우도 있더라고요….”
시상식과 함께하는 취업박람회는 이번이 첫 회입니다. ‘청년구직자에게 일자리정책을 알리겠다’는 행사 확대 취지는 좋지만, 실제 박람회를 찾은 청년구직자들은 아쉬움이 많다고 합니다. 내년에 2회가 예정돼 있다면 이 목소리를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