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그마 자격증 수업,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첫날 오전에는 표형종 한국커리어개발원 대표가 6시그마 개론을 강의했다.

5월 21일 토요일 오전 9시 40분 서울 홍대입구 주차장길은 사람 대신 전단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금요일 밤 홍대’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6시그마(6σ, 육 시그마 또는 식스 시그마로 불림) 수업은 홍대 주차장길 한가운데에 위치한 건물에서 토·일 이틀간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이뤄졌다. 강의장이 있는 4층 아래 1·2·3층이 모두 술을 파는 가게다. 오전 강의를 맡은 표형종 한국커리어개발원 대표는 “학생·직장인들의 접근성이 좋아야 해서 7년 전 여의도에서 여기로 옮겼다.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지만,수업이 진행되는 낮에는 오히려 고요하다”고 전했다.
6시그마의 역사는 1987년 모토로라에서 일하던 마이클 해리 박사가 통계적 공정관리를 위해 개발한 것에서 출발한다. 이때만 해도 6시그마는 공정관리를 위한 도구였으나, 1995년 GE의 잭 웰치 회장이 생산품질뿐 아니라 영업마케팅 등 전사적 변화·혁신 경영 기법으로 도입하면서 유명해졌다.
한국에는 1996년 당시 삼성전관(현 삼성 SDI), LG전자,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이 도입했다. 당시는 협력업체로서 GE의 요구에 따라 도입한 것이라 전사적인 확산까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1999년 현대자동차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도입하면서 현대차 품질이 극적으로 좋아지는 데 기여했다.
|수강생들은 '별다방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6시그마의 공정개선 로드맵을 실습한다.

6시그마란? 100만 개 중 3.4개 불량률
정규분포곡선에서 시그마란 표준편차를 말하는데, 시그마 수준이 높을수록 고객핵심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정도가 높다. 1시그마의 경우 불량의 빈도는 69만 PPM(Part Per Million)으로 100만 개 중 69만 개가 불량이다. 3시그마의 경우 불량 빈도는 6만6807 PPM, 6시그마는 3.4PPM(100만 개 중 3.4개)이다.
통계 용어에서 나온 6시그마는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추구한다’는 상징성 외에, 정성적으로 이뤄지던 경영을 계량화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업경영에서 ‘열심히 하세요’라는 것과 ‘불량률을 3.4PPM 이하로 낮추세요’라고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커피를 직접 만들 수는 없어서, 종이컵에 메뉴별로 스티커를 붙이는 것으로 대신했다. 스티커가 제대로 붙어 있지 않으면 불량으로 간주된다.
2007년 애플 아이폰 출시 이후 산업계의 관심은 대량생산에서 ‘스마트 세상'으로 넘어갔다. ‘6시그마는 한 물 간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스마트 시대를 구현하는 개별 기기들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과거보다도 높은 수준의 품질이 요구된다. 지금 6시그마는 ‘센세이셔널’하다기보다는 ‘베이직’에 가깝다.
이 날은 두 강의실로 나눠서 강의가 진행됐다. A반은 30명으로 테이블이 꽉 찼다. B반은 18명이었다. 신청자는 거의 공대생으로, 공대 내에서 6시그마는 기초적인 자격증 중 하나인 듯 보였다. 기자도 이틀 간 수업 전체를 수강했다. 인상적인 것은 고객·접수원·바리스타·검품원·배달원·사장 등으로 역할을 나눠 ‘별다방’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바리스타 역할을 맡은 수강생들이 열심히 커피를 제조(?)하는 모습.

별다방 프로젝트, 첫날 435초 걸리던 시간이 공정개선 후 240초로 줄어
첫날 주문에서 배달까지 평균 435초 걸리던 시간은 둘째 날 각 프로세스별 개선 아이디어를 접목하자 240초로 줄어들었다. 문제를 정의(Define)·측정(Measure)·분석(Analyse)·개선(Improve)·관리(Control)하는 6시그마의 대표적 로드맵인 DMAIC(일명 ‘디맥’)을 체험해 보는 것이었다.
수강생들은 마지막으로 30분 간 객관식 25문항을 푸는 시험을 치렀다. 60점 이상을 획득하고, 수행보고서를 작성해 1주일 이내 제출하면 자격증이 발급된다. 강의를 진행한 한국커리어개발원은 수강생들을 위해 잡메이커스(www.jobmakers.co.kr)에서 무료 입사서류 첨삭과 취업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수강 후 객관식 25문항 시험에서 60점 이상을 받고, 수행보고서를 일주일 내 제출하면 6시그마 자격증이 수여된다.
글·사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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