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수호신 안전운전 카피라이터, 도로공사 조수영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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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은 차 안으로∼졸음은 창밖으로”“응답하라! 전 좌석 안전띠”“사랑의 백 허그 안전띠”
최근 고속도로의 안전운전 권유 문구가 확 달라지고 있다. 유행어나 드라마 및 영화 제목들을 패러디하는 등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변화해 운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전광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어들은 전문용어로 ‘VMS(도로 전광판 시스템, Variable Message Sign)’라고 불리기도 한다.
달라진 안전 문구로 인해 교통사고도 줄었다. 2015년 설 연휴 기간 차량 사고는 22건이었지만 올해는 단 1건에 그쳤다. 또 작년에는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4월 말까지 수도권에서만 16명에 달했지만, 올해에는 같은 기간 9명 사망에 머물렀다. 40%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또한 명절 귀성·귀향길로 도로에서 5~6시간 이상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운전자들도 달라진 문구에 호응을 보내고 있다. 운전자들은 “운전이 즐겁다”, “내용이 신선하다”, “잠이 확 깬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변화를 반기고 있다.
안전도 강화하고 즐거움도 주는 고속도로의 변화를 이끌어낸 주인공은 바로 한국도로공사 수도권본부 교통팀 조수영 차장이다.
2년 전부터 조 차장은 안전문구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안전문구를 관할하는 서울 수도권 교통 센터에 찾아가 새로운 문구를 제안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제껏 딱딱한 표어 문구들을 사용했다가 갑자기 감성적이고, 가볍게 보이는 유행어로 대체하려고 하니 부담스러웠던 것이다.”라고 회상했다.
이후로도 조 차장은 문구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시도했고, 그 정성의 결과로 지난 2015년부터 문구가 단계적으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변화가 왔다. 안전 문구가 인터넷에 확산되면서 도로공사 게시판에 뜨거운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문구가 ‘신선하다.’, ‘졸리다가도 웃겨서 잠이 깼다’는 등의 의견이 게시판을 도배하기 시작했다”라며 조 차장은 뿌듯해했다.


탄력을 받은 조차장은 수도권 교통팀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 안전 문구 만들기에 팀활(?)을 걸었다. 팀원들과 함께 문구 아이디어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꽃보다 안전 띠’, ‘봄! 으랏차차 졸음 뚝’, ‘사랑한다면 안전띠’ 등과 같은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특히 교통팀이 아닌 다른 팀들이 더 열정적으로 도왔다. ‘피곤하면 졸음쉼터가 있다고 전해라!’, ‘오빠 졸음쉼터에서 쉬었다 갈래?’, ‘아들아, 안전띠는 매고 다니니?’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속출하면서 사내에서 교통팀을 돕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가장 인기 있었던 문구는 역시 ‘응답하라 1988’, ‘태양의 후예’ 등 화제의 드라마 대사나 내용을 패러디한 문구였다고 한다.
조 차장은 “교통팀은 사고가 줄면 개인 성과급에도 영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단순 사고부터 대형사고 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평가를 받는다는 것. “사고를 분석해 차량 사고율이 작년에 비해 높아지면 성과급이 차감이 된다”며 “국민의 생명도 보호하고 업무성과로도 돌아오니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좋은 일은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차장은 “오는 7월부터 교통안전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안전 문구에 대해 공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안전 문구를 제작할 때는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본인은 웃자고 했던 말인데, 남은 (그 의미를)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달라진 문구를 보고 항의 전화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패러디 했던 ‘안전띠를 매야 되지 말입니다’ 라는 문구를 본 70대 어르신이 전화를 걸어와 어법이 맞느냐며 이게 무슨 말이냐고 정부에서 하는 일이 왜 이러냐는 등 민원이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또한 교육상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특히 ‘졸음운전은 살인행위’라는 문구가 그랬다는 것. 이 문구를 보고 불편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졸음은 병입니다. 치료는 휴식입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졸음이 왜 병이냐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며 “세심하게 신경 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재미있는 문구라도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고 조 차장은 털어놨다.
이에 조 차장은 “도로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읽고 나서 짜증을 유발하거나 협박이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문구가 아닌 감성을 자극해 자연스럽게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문구를 찾기 위해 인기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을 자주 챙겨본다고 한다. 또한 유명한 책, 시 등 다양한 것을 접하고 문구들을 생각해 내기도 한다.
안전 문구는 20자로 한정 돼 있다. 때문에 글자 수가 적을수록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차장은 “글자가 많으면 문구 자체에 시선을 빼앗겨 읽느라고 안전운전에 도리어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적은 글자 수로 하는 게 좋다. 가장 이상적인 글자 수는 10자 이하가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글자 수도 적고 안전까지 유도하는 문구라면 금상첨화라는 것.
이어 조 차장은 “지원자는 많지만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업무 특성상 사명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어떤 일이든 열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남이 볼 땐 하찮은 일로 보이는 것이라도 주어진 일에 책임감과 열정이 보태진다면 훨씬 돋보이는 존재가 될 것”이라며 “무엇이 됐든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을 갖고 도전한다면 취업의 문턱을 꼭 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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