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교내 꼴통에서 전교 8등 점프 비결은

조성주 삼일상고 ERP경영정보과 2학년
저는 중학교 때 전교 350명 중 300등이 넘는 소위 꼴통이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다른 친구들은 학원이나 도서관에 가는데 저는 항상 pc방으로 향했습니다. 학교생활에서도 자신감이 없어 먼저 나서지 못하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성적은 자연스레 학급 40명 중 35등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내신은 200점 만점에 135점이었죠.
꼴등의 반란
고등학교를 선택할 시점이 다가왔을 때 친구들은 특목고나 일반고 진학을 목표로 세울 때 저는 제 장점이 무엇인지, 커서 무엇을 할 건지에 대한 계획도 꿈도 없이 게임만 하는 학생이었습니다. 당연히 ‘친구들을 따라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홍보를 통해 특성화고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일반고에서 공부하기 싫다는 생각으로 원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원서를 쓰면서 점점 특성화고에 대해 알게 되었고, ERP과에 관심이 생겨 지원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낮은 성적이기에 취업 계획서를 더 열심히 썼고, 우연히 찾아온 간절함이 통했는지 기적처럼 작년 3월 삼일상업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입학만으로 제 자신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ERP경영정보과는 저희 학교 3개 학과 중 가장 내신이 높은 학과였고, 간신히 특별전형으로 그것도 꼴등으로 들어 왔다는 생각에 주눅이 든 채 학교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꼴등으로 입학했다는 생각은 떠나지 않았고, 자신감은 나날이 하락했습니다. 게다가 ERP와 회계, 금융 등 전문 과목이 너무도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낯설고 힘든 가운데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 하는 친구들과 우리의 선택을 지지해주시는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낯선 공간과 시간에 적응해 가던 중 예탁결제원에 취업한 선배의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선배는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예탁결제원 합격까지의 이야기와 비결 등을 세심하게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방과 후 수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자격증 수업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물론 선배의 성실함과 성적, 그리고 자격증은 제 상황과 많이 달랐지만 이상하게 강의를 들으면서 ‘나도 할 수 있다’ 아니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와 용기가 생기는 듯 했습니다.



절실함이 이뤄낸 ‘전교 8등’
그동안 고졸채용에 대해 확고한 생각도 없고 불안했던 저는 차별 없이 노력한 만큼 보람을 느끼고 있는 선배의 말을 듣고 꼭 예탁결제원이 아니어도 열심히 해 공기업에 가고 싶다는 하나의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열심히 시험공부를 한 결과로 전교 60등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상위권에 올라와 있었고, 그때 저는 더 절실하게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몰라 쉬는 시간 마다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께 여쭤보며, 다른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보다 2~3배 더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학교생활에서도 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과 학교를 위해 봉사하는 학생회에 지원했고, 학교를 홍보하는 홍보단,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도우미 등 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지원했습니다. 학생회를 통해 봉사정신과 리더십을 얻을 수 있었고, 홍보단 활동을 통해 없던 자부심까지 생겼습니다. 그리고 2학기가 되어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해 전교 8등이라는 결과도 얻었습니다. 300등이 8등이 되었다는 사실은 저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기를 꺼려하던 저의 단점을 고치기 위해 학기말에 열리는 ‘삼일 스마일 스피치 대회’에 도전했습니다. 예선 당일, 떨리던 마음은 어쩔 수 없었지만 제 차례가 왔을 때 차분히 대사를 전달했습니다. 지금껏 살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한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대사도 조금씩 틀리고 발음도 불분명했지만 그간의 꾸준한 노력 덕분인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참가한 40명의 학생 중 20명을 선발하는 본선에 들어갔고 그날 이후 더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비록 본선에서 상은 못 탔지만 그 계기로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해 장려상을 수상했고, 교내독서토론동아리 활동으로 전국사회토론대회에 두 번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최종목표는 중학교 시절의 저처럼 꿈이 없이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희망이 되는 것입니다. 꼴통이 소통을 알게 되기까지의 소중한 실패와 방황과 도전과 열정들이 누군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도록 속도와 방향을 잃지 않고 달리기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