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컨설턴트에 ‘먹튀’ 구직자까지… ‘제멋대로’인 취업컨설팅 시장

# 얼마 전, 제보 하나를 받았다. 최근 취업컨설턴트들의 프로필 중 ‘OO기업 인사담당자 출신’ 부분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였다. 해당 컨설턴트들에게 문의한 결과, 특정 사업부에서 직원 직무교육을 담당해서 엄밀히 말하면 ‘인사담당자는 아니었’거나 인사팀에 있었다 해도 채 몇 년을 채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 “배신감이 말도 못합니다” 취업컨설턴트 A씨는 최근 티 미팅 자리에서 대뜸 한숨부터 쉬었다. 요즘 대학생들이 무섭다는 것이다. 개인 취업블로그를 운영하는 A씨에게 대기업 공채시즌이면 하루에도 수십 통씩 문의메일이 오는데 열심히 답을 해주면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연락을 끊어버리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또 유료 컨설팅을 몇 회 차 단위로 구성하는데 첫 회에 알짜배기 정보를 흘려주고 나면 바로 환불요청을 해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한양대학교는 2일 부터 3일 까지 행당동 교내 올림픽체육관에서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2013 한양 잡 디스커버리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 국내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해 우수 중견기업, 외국계 기업 등 170여개 기업이 참가한다. /허문찬기자 sweat@ 20130902


최근 취업난이 극성하면서 자소서나 인적성, 면접 등 기업 입사방법을 가르치는 취업컨설팅업계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만큼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취업컨설턴트가 구직자 즉 ‘손님’을 상대로 허위 또는 과장 정보로 영업을 하는가 하면 구직자의 ‘먹튀’ 현상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OO기업’ 출신이라지만… 확인할 길 없어
취업컨설턴트의 지나친 공격 영업은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취업컨설턴트는 이름 그대로 구직자들에게 기업의 자소서나 인적성, 면접 등 채용전형에 관해 컨설팅을 해주는 직업이다.
최근 관련 종사자 확대에 따른 과열경쟁으로, 이력을 부풀리거나 의미가 모호한 단어로 구직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OO기업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크게 달고 홍보하지만 얼마나, 어떤 부서에서 근무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기업 필기시험인 인적성 교재를 ‘OO기업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애매하게 출판하는 일도 허다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책의 경우 발간 전 도서번호(ISBN)를 신청해야 하는데 이때 모든 저자의 정보를 입력하게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대다수가 ISBN에도 ‘연구소’라는 이름으로만 등록해 놓았다.


| ISBN을 통해 검색한 시중 CJ그룹 인적성교재의 저자 목록. 대부분 저자의 실명이 없이 ‘OO기업 연구소’라고만 돼 있었다. 사진=ISBN사이트 캡처.
원하는 답 들으면 ‘읽씹’하는 구직자도
반대로, 구직자들로 인해 골치가 아프다는 취업컨설턴트도 있다. 일명 ‘먹튀’ 때문이다. 개인연락처를 알아내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질문해놓고 원하는 답을 들으면 감사의 메시지 없이 연락을 끊거나 연락처를 아예 차단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취업컨설턴트 A씨는 “학부형으로부터 쌍욕을 들은 적도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최근 한 학생으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그는 “개인적으로 연락처를 알아내 문의를 해왔고 특정 기업 입사를 준비 중이라면서 자신의 스펙 중 어떤 것을 강조해야 이 기업에 합격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물어 보더라”라고 말했다.
“특별히 대가를 받는 일은 아니었지만 일일이 조사해서 자세히 답변을 달아줬어요. 답변만 해도 A4용지 절반은 됐죠. 대신 학생의 사례를 각색해서 교재에 활용해도 될지 물어봤어요. 굉장히 난색을 표하더라고요. 조금 배신감이 들었죠. 나름 열심히 도왔는데…. 그런데 얼마 뒤, 이 학생 학부형으로부터 전화가 온 거예요. 그러더니 욕을 하면서 ‘고소할 거다’라며 협박을 하더라고요. 이게 뭔가 싶었죠.”
무엇보다 갈수록 취업난이 심각해지는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만 9천명 증가했고 실업률도 0.7%p 상승했다.
박미희 서울시 일자리정책과 주무관은 “이러한 현상은 취업을 향한 구직자들의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대학이나 지자체에서 다양한 무료 취업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특히 기졸업자들은 정보를 얻기 어려운 것 같다.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도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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