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디딤돌 대기업 입사 아닌가요?" …중소기업 인턴에 헷갈리는 취준생


지난 10일 SK그룹 고용디딤돌 2기 지원서 접수가 마감됐다. 고용디딤돌 사업은 고용노동부와 대기업이 합작해 청년 취업을 해결하고자 나선 사업이다.
하지만 계열사 취업이 아닌 협력사 취업 논란과 불투명한 정규직 채용 등으로 취업 준비생들에게 불만이 많은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평소 대기업 취업을 꿈꿨던 김모 씨는 SK고용디딤돌 지원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SK그룹 내 계열사가 아닌 협력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직무교육을 받는 장점이 있지만, 협력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계열사 입사에 도움이 될지 고민 된다”고 말했다.
고용디딤돌은 청년들에게 직무역량 향상 및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기업과 공공 기관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이다. 이미 1기 사업으로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이 참여했다. 이들 대기업은 교육 프로그램과 인력양성 노하우를 활용해 취업준비생의 직업훈련을 한다.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직접 인턴 기회도 제공된다.
하지만 김 씨처럼 대기업 이름만 보고 지원하려다 망설이는 학생들이 많다. 협력사 채용을 명확히 표기하지 않아, 학생들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부분을 놓고 간판장사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부분은 고용디딤돌 1기 사업부터 문제가 됐다.
첫 사업 당시 기업들이 고용디딤돌 홍보에 협력업체 이름은 언급하지 않아 취업 준비생들이 자칫 대기업 취업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한 것. 취업 전문 커뮤니티에서 학생들은 “전체 직원이 10명이 안 되는 회사도 있다. 계열사는커녕 협력사 가운데도 알짜 기업은 다 빠져있다”는 불만을 내뱉었다.

결국, 일부 기업은 2기 고용디딤돌 사업 공지 시 ‘우리 기업 채용프로그램이 아니다’를 직접 표현했다. 그러나 다수의 기업은 여전히 이 부분을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고용을 하지 않는 것을 굳이 내세울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고용디딤돌의 원래 취지가 중소기업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이지 대기업 취업 프로그램이 아니다. 고용디딤돌 세부 항목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학생들이 미리 이런 부분을 알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고용디딤돌이 삼성·현대차·SK 등 대기업이 주도만 할 뿐이지 직접 인재를 선발하는 곳은 중견?중소기업들이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지원을 앞두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져 나온다. 1기 고용디딤돌 지원 후 교육과정을 마친 한 학생은 “인턴으로 배정된 기업이 직원이 6명이다. 이곳에서 만족하며 다닐 수 있는지 걱정 된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기업 역시 지원자 이탈이 골칫거리다. 고용디딤돌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채용이라는 기대를 하고 지원할 경우 실망감이 크다. 협력사는 대기업 계열사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이를 정확히 알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협력사에 따라 달라정규직 전환도 논란거리 중 하나다.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에 참여한 취업 준비생은 직무교육 후 현장 경험을 쌓는 목적으로 협력사에 인턴으로 파견된다. 그 후 지원자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은 협력사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고용디딤돌을 진행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가 협력사의 정규직 전환을 강제할 수는 없다. 지원자 본인이 능력만 있다면 충분히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역시 “고용디딤돌 사업은 대기업·공공기관이 정부와 협력해 일정 수준의 채용을 약속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으로서는 정규직 전환이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직무교육’이라는 목적 아래 5개월을 투자하는 것이 부담될 수도 있다. 한 취업 준비생은 “좋은 직무교육과 취업 알선이라는 목적은 좋지만, 대학생으로서는 의미 없는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업무를 경험한 학생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고용디딤돌 1기에 참여한 한 학생은 “교육 이수 기간이 대기업 공채 시즌과 겹친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더라도 기업 면접이 평일에 진행돼, 교육 기간에는 응시가 어렵다. 교육을 받다 취업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디딤돌 사업이 이공계 분야에 치우쳐 있는 점도 취업준비생의 불만을 사고 있다. 삼성과 SK, 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들의 채용 직무가 용접과 전기, 도장, 금형, 설비 등 기능직 군에 몰려 있다.
지난 2월에 모집한 현대중공업의 모집은 용접, 취부, 기계, 전기, 도장 직무며, 삼성도 전자·전기, 기구·금형, 설비, 판매 직무에 집중됐다. 발전 공기업 역시 전기, 기계 직무에 한해 지원자를 선발했다. 경영, 인사 총무 등 이공계열을 제외한 분야는 채용이 드물었다. 이로 인해 취업 준비생들 사이 “결국 또 이공계만 지원 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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