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뉴욕 4화] 뉴욕에선 그냥 '나'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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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9일 ~ 2015년 12월rn9일
뉴욕에서 맞는 할로윈! 언제 또 이런 코스튬을 입어보겠냐며 일주일 내내 고민하다가 결국 머리띠 하나를 샀다.




여기서는 할로윈 퍼레이드 얼마나 제대로 하는지 보러 갔다가 제대로 깔려 죽을 뻔했다.심지어 퍼레이드는 보지도 못하고 ‘인파에 이렇게도 밀릴 수 있구나’ 를 몸소 체험하고 발 아파 죽을 뻔한 날. 워낙 사람들 속에 파묻힌rn기분을 싫어해서인지 볼거리는 충분했지만 생각보다 대단하진 않았던 것 같다. 너무 기대했나 봐.








스케치북을 산다거나 천 원짜리 크레용을 사는 일이 좋다. 제대로 그림을 배워본 적도 없고 잘 그리지도 못해도 나에게 행복을 주는 일을 나는rn계속해서 사랑할 거다.
매일 매일 트레인 안에서rn나는 혼자만의 세상에서 피카소가 되기도 하고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랩을 따라 부르고 고개를 흔들며 동시에 그림도 그리는 미친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는 일이 너무 좋다.

뜻밖에 신기한 일들이 일어난다. 나는 별로 괜찮은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학교에서 전체 학생 중 5명을 뽑는 스튜던트 엠버서더로 뽑혔다.
추천서도 써준다고 하니, 우선 하고 봐야겠다고 '3일 동안'이나 고민했다. 그냥rn하면 될 것을. 나에겐 선택지 이외의 보기가 너무 많다.



FIT 스타일링 클래스도 어느새 파이널에 접어들었다. 영어로 봐야 하는 생애 첫 시험이라rn적잖게 스트레스 받았었다. 6주간 스타일리스트도 되어보고, 여러rn번 프레젠테이션도 했고, 마지막으로 시험까지 치렀다. 바보가rn아니라면 PASS하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다행히 PASS 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파이널 때 교수님이 단 3명의 PPT를 걷어 가셨는데 내가 그 중 하나였다. 훗-. 기쁘다.




그래! 지금은rn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시간. 생각지도 않은 것에서 감동을 받는다.




이를테면, 학생 하나하나에 애정을 가지고 모든 것을 바라보는 제니퍼는 내가 매일 어떤 옷을 입는지 누구나 보는 것만 보는rn것이 아니라, 오늘은 어떤 스트라이프rn양말을 신었는지, 어떤 반지나 목걸이를 만들었는지를 기억해둔다.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크리에이티브하지 못하다는 말을 여과 없이 꺼내는 나에게, 네가 왜 크리에이티브 한 사람인지에 대해 아껴둔 애정을 가감 없이 펼친다.
내가 패션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rn더욱 작은 것들에도 의미를 두고기억했겠지만,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녀는 대단하다.



이네들은 내가 표현하고 싶은 단어를rn가지고 있지 않기도 하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표현해내기도 한다. 내가 어떤 옷과 어떤 양말을 매치하는 것에 대해서 크리에이티브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한국엔 단 한 명도rn없을 거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세상에 둘도 없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보다도 더욱 멋진 건, 누가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그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한rn것인지, 그리고 그 가치를 어떻게 더 멋진 방법으로 알려줄지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난 지금, 나는 더 이상 슬플 수가rn없다.
스스로에 대한 점수를 메기rn지도, 메길 필요도 없는 이곳에선 그냥 내가 되는 일이 가장 좋겠다.





글·사진 Chlo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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