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공, 어디까지 알고 있니? 이색 복수전공자를 만나다

복수전공, 어디까지 알고 있니?이색 복수전공자를 만나다
‘대학생’이라는 자격에는 많은 조건이 따라붙는다. 어느새 ‘의무’가 되어버린 복수전공도 그중 하나. 지난 3월 23일, 24일 양일간 대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약 85%가 복수전공을 계획 중이거나 이미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복수 전공을 선택하는 기준으로는 ‘진로’가 55.1%로 가장 높았다. 꿈을 좇아 미지의 학문으로 뛰어든 복수전공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글 안수연(연세대 2) 대학생기자 dkstndus823@naver.com








공통질문 1. 제 2전공을 선택한 계기는?2.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3. 복수전공의 장·단점은? 4. 앞으로의 계획은?


김기훈(연세대3, 국어국문학-컴퓨터과학)“언어에서 시작하는 인공지능”
1. ‘국어국문학과는 모든 학문의 기본일 것’이라는 막연한 자부심으로 국문과에 지원했어요. 공부하다 보니 ‘인간의 언어’를 ‘인공지능의 언어’와 융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려면 컴퓨터 과학의 기술적인 측면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복수전공을 선택했어요.
2. 대부분 ‘문과인데 어떻게 이과 과목을 공부해?’라며 놀라 해요. 하지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차라리 컴퓨터과학을 공부할 시간에 공기업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힘이 빠지죠.
3. 공부해오던 방식과 완전히 달라서 힘들었어요. 이과적 사고방식 자체가 낯설기도 했고, 어려운 점이 생겨도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거든요. 그래도 새로운 학문을 배운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배움의 즐거움 덕분에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4. 아직은 수업 내용에 적응하느라 바쁘지만, 하나씩 배우고 알아가면서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무척 즐거워요. 초과 학기를 감수하더라도 필수 이수과목 외에 더 많은 분야의 과목을 듣고 ‘제대로’ 배워볼 계획입니다.


김민재(연세대3, 스포츠레저학-실내 건축학)“매력을 따라, 꿈을 좇아”
1.평소에도 축구를 즐기는데, 페어플레이 정신이나 스포츠맨십이 있는 스포츠가 언제나 옳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포츠레저학과에 진학했는데, 좋아하는 것과 전공으로서 배우는 것은 좀 차이가 있더라고요. 적성을 고민하던 중 문득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내가 직접 건물을 만들어보고 꾸며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니까 그 과정과 방법이 배우고 싶었고, 전문적인 지식도 배우고 싶어서 실내건축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2. 주변에 이야기하면 다들 정말 놀라곤 했어요. 하지만 정말 배워보고 싶었던 분야라고 하면 다들 하나같이 응원해줬어요.
3.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 같아요. 처음엔 아는 사람도 없이 혼자 하려니 막막하기도 했어요. 장점은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즐겁게 배울 수 있다는 것! 제대 후에는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만나서 좋아요.
4. 가끔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남들보다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들면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원했기 때문에 선택했고, 실천해 나가고 있는 스스로가 대견해요. 복수전공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최선을 다해도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면 되고, 이 분야가 나와 맞는다 싶으면 정말 직업으로 택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끝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강군석(연세대3, 신소재공학-정치외교학)“핵융합, 세계, 성공적”
1. 중학교 시절, 반기문 UN사무총장을 향한 막연한 동경심에 ‘정치외교’라는 학문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그런데 사실 이공계가 대학을 더 가기 쉬운 것이 사실이고, 그때는 ‘정외과=외교관’이라고 생각했던 탓에 ‘외교관은 국외 출장이 잦고 한 곳에 정착하기 어려워서 가족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입시 당시 관심사였던 핵융합 분야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신소재공학과’로 진학했는데 막상 공부하다 보니 흥미도 좀 떨어지고, 직접 연관이 있지도 않아 원래 관심 있었던 정치외교학에 다시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2. 가장 많은 반응은 신소재공학과가 ‘굳이 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려 하냐’는 반응이죠. 관계가 없는 학문이니까요. 그래도 ‘그냥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하면 그냥 다들 고개를 끄덕여요. 부정도, 긍정도 아닌 것 같아요.(웃음)
3. 제가 배우던 학문과는 전혀 다른 분야이기에 생소한 단어가 많아요. 따라갈 정도는 되지만 그래도 기존에 공부하던 학생들과는 이해의 깊이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고, 나중에는 더 완벽히 이해하겠다는 의지도 다질 수 있어서 좋아요.
4. 좋아하는 공부를 하는 것인 만큼 후회는 없습니다. 확실히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군대를 다녀온 다음에는 교환학생을 다녀오겠다는 계획도 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신소재공학과 정치외교학 두 학문을 모두 살리고 싶어요. 예를 들면, 국제 원자력 기구나 UN에서 일하는 거죠. 실제로 ‘국제 관계론’이라는 수업에서 과학기술이 외교관계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배웠는데, 제가 직접 과학기술이 사회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권민지(연세대3, 정보산업공학-생활 디자인)“공학에 ‘감성 디자인’을 더하다”
1. 입시를 겪으며 제가 이과보다 문과 성향이 짙다는 걸 깨달았어요. 정보산업공학과도 ‘공대 속의 경영학과’라는 설명을 듣고 들어 왔거든요.(웃음) 전공 수업이 생각했던 것보다 저와 맞지 않아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고, 제가 평소에 취미로 해 왔던 사진, 포토샵, 영상에 대한 관심을 살릴 수 있는 학과를 찾아봤어요. 산업공학 전공 분야 중 서비스개발이나 IT산업과 관련된 분야를 디자인과 연계하면 공학에서 취약할 수 있는 ‘감성’, ‘디자인’쪽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산업디자인, UX디자인을 목표로 복수전공을 시작했습니다.
2.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도전한다는 것에 대해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3. 우선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다 보니 학교생활이 재미있고 과제나 조모임을 할 때도 이 것들이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전문적인 교육을 받다 보니, 확실히 취미로 공부할 때보다 실력이 빨리 늘고, 교수님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진로에 대한 도움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하지만 타과의 수업을 듣는 것인 만큼 이방인이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4. 적성을 찾았다 싶을 정도로 정말 매일 즐거워요.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한정 짓지 않았다는 자부심도 있고, 사회로 나가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전문적으로 경험해볼 기회를 얻었기에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생활 디자인 수업 때문에 듣지 못한 산업공학과 수업을 2년간 추가로 들어야 해서 남들보다 1년 더 오래 학교생활을 해야 해요. 그런데도 이에 대한 불안함이나 등록금을 제외한 부담감은 없고 디자인 공모전에도 많이 참가해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고 기대하고 있어요. 산업디자인이나 ‘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회사에 취업한 후, 장기적으로는 <권민지 디자인센터>를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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