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대담 2화] ‘PC방 보내준 교수님’과 ‘떡볶이 먹다 걸린’ 팀원

[복면대담 2화] 과제가 곁에 없다면~‘PC방 보내준 교수님’과 ‘떡볶이 먹다 걸린’ 팀원
바야흐로 과제 시즌. 그래서 복면대담 2화의 주제는 ‘과제’다. 기억에 남는 과제에서부터 나를 열 받게 만든 ‘팀원, 그놈’에 성적 이의신청에 대한 뒷얘기까지. 그런데 모이고보니 이번에도 복학생이 숨어 있다. 왜 때문이죠?

| 복면대담 2화를 위해 모인 과일공주(단국대 3), MC핑크(연세대 3), 유대위(가톨릭대 3). 왼쪽부터. 사진=허태혁 기자

자, 그럼 우선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과제부터 얘기해보자.
MC핑크 우리학교에 ‘성(性)’에 관한 소설로 주목받았던 교수님이 계셔. 다들 눈치 챘겠지만 과제가 굉장히 독특하지. 성적 반영비율도 크고.
유대위 성적?
MC핑크 아니, 그 성적이 아니라…. 아무튼 야설을 쓰는 과제인데 중간고사를 대체할 만큼 중요하지. 여학생도 많이 듣더라. 몇 친구가 피드백을 부탁해 와서 읽어봤는데 실력도 상당하고.
유대위 넌 무슨 내용을 썼는데?
MC핑크 말하기는 조금 그렇고, 어쨌든 나는 A+를 받았어.
과일공주 그 수업이 4년 대학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았구나.
유대위 나는 제 3세계 문학이라고….
과일공주 아, 재미없어진다.
유대위 미안. 아무튼 매주 제3세계 문학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수업인데 당시 새내기라 사실 시간이 없잖아. 그래서 지하철에서 대충 읽고 썼지 뭐. 인터넷에서 베끼기도 하고. 교수님 죄송해요.
과일공주 난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동국대에 1만원으로 데이트시켜주는 수업이 있다는데 이거 궁금해. 그 자리에서 일대일로 연결도 해준다 하고. 나 남자친구 있는데….



과제하면 팀과제도 빼놓을 수 없지. 지난 화에서 팀과제는 ‘추노’라고 했잖아.
과일공주 나 진짜 열 받은 적 있어. 내가 팀장이었고, 4명이 함께 논문을 쓰는 과제였는데 한 명이 갑자기 할아버지가 위독해지셨다며 참여를 못하겠다는 거야. 화는 나지만 어쩌겠어, 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데. 남은 친구들이랑 밤을 새며 과제를 하다가 SNS를 봤는데 웬걸, 그 친구가 태그를 당한 사진에서 다른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고 있는 거야. 전화했더니 사촌들이랑 모여서 먹은 거라고 하더라. 거짓말하지 말라고 따지니까 그제야 사실 더블데이트했다고…. 게다가 할아버지는 예전에 돌아가셨고. 그래서 PPT에서 그 애 이름을 아예 날려버렸지.
유대위 나는 1학년 때, 한 교양수업에서 다른 과 선배 2명과 같은 조가 됐는데 이 선배들이 첫 시간부터 ‘나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른다’고 하더라. ‘아차’ 싶었지. 결국 새내기끼리 다 만들고 선배는 발표만 했다는 슬픈 기억이….
과일공주 과제를 해서 바친 꼴이네. 그래도 착하다.
유대위 안 그러면 다 같이 망하니까.
과일공주 이게 잘못된 거라니까. 안한 사람은 가차 없이 이름을 빼버려야 해.
MC핑크 나는 복학생이다 보니 조모임 첫 시간에 ‘11학번 누구다’ 하면 조장을 뽑을 때 자연스럽게 다들 나를 쳐다봐. 그럼 ‘아 이번에도 내가 조장이구나’하지.
과일공주 정말 학번 때문 만이었을까.
MC핑크 나 아직도 민증 검사 하는데?
과일공주 난 내가 해야 마음 편한 스타일이라 조장되는 게 좋기도 해. 다른 사람 시켰는데 인터넷에서 긁어오는 것보다 내가 직접 하고 이름을 날려버리면 되니까.
유대위 저학년 중에 직접 나서서 하는 사람은 없어?
과일공주 그럼 떠받들어야지.


개인적으로 부당하다고 느끼거나 특별히 도움 됐던 과제가 있어?
MC핑크 나는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는데 선배가 필요한 과제가 꽤 있더라. 회사 내부자료를 인용해서 남이 모르는 정보를 알아오면 점수를 잘 준다든가 하는 식이지.
과일공주 과제에도 인맥이 중요하다니.
MC핑크 그래서 D-를 받았어.
유대위 그럼 인맥 때문이 아닌 것 같은데? 안 나간 것 아냐?(웃음) 나는 게임스토리텔링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이 1만원을 주고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라는 거야.
일동 (박수)
유대위 그 뒤에 그 게임을 분석하고 개선해야 할 점을 A4 2장으로 정리해오라는 과제를 주셨지. 슬펐어.
과일공주 야, 1만원을 받았으면 값을 해야지. 나는 ‘현대인의 정신건강’이라는 과목을 들었는데 중간고사가 없는 대신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는 과제가 있었어. 선생님과 포옹으로 인사하고 미술치료도 받았지.



MC핑크 기억에 남는 교수님도 있다. 수업 첫 시간에 이름 뒤에 ‘-씨’를 붙여서 부르겠다고 말씀하셨어. 우리를 성인으로 인정하고, 교수와 똑같은 지식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겠다고 하셨는데 그래서인지 수업 참여도도 좋았지.
과일공주 난 반대야.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유대위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과일공주 아, 국문과 냄새. 그런데 혹시 성적 이의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진 경우 있어? 난 한 번도 없어. 특히 전공 교수님은 4년간 마주쳐야 하는데 사이가 나빠질까봐 걱정돼서 쉽게 신청도 못하겠고.
MC핑크 한 외국인 교수님은 정정 마감일 전날 열어주고 다음날 외국으로 가버리셨어.
과일공주 맞아. 학점이 나중에 취업과도 연결되는데 정당한 정정 이유가 있다면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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