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담’ 밀착토크, 자소서 ‘기승전자랑’, ‘복붙’ 넣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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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탈 스펙의 시대다. 그렇다고 대기업에서 서류전형을 할 때 정말로 스펙을 보지 않을까? 정답은 Yes다. <캠퍼스잡앤조이>에서는 대기업 상반기 공채 시즌을 맞아 인사담당자와의 밀착토크를 통해 공채의 이모저모를 속 시원하게 알아봤다. 공개를 꺼리는 인담의 성향 상 취재원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 영어점수, 학점 정말로 안보나? 대기업 인사팀 A 차장은 “학점은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고, 영어점수도 일부 기업에서만 필요한 추세다. 글로벌 마케팅 등 해외 관련 직무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영어점수로 당락이 결정되지 않는다.”며 “이력서 항목은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가 참고하는 정도고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다. 대기업 공채의 경우 수 만 명이 지원을 해서 자기소개서를 대충 훑어볼 것 같지만 의외로 꼼꼼히 읽는 편이고, 여기서 당락이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 자기소개서를 인사팀에서 전부 검증하는가? 그는 “우리 회사의 경우 공채 시즌을 앞두고 일종의 TF(태스크포스)팀이 꾸려진다. 각 사업부문별, 직군별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들을 모아두고 서류전형 검증 교육 등을 철저하게 실시한다.”며 “결국 해당 직무 지원자들을 합격했을 때 함께 일하게 될 선배사원들이 검증하는 것으로 모든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읽고 평가하기 때문에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가장 읽기 싫은 자기소개서 유형은?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읽기 싫어하는 자소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결국 자화자찬으로 끝나는 ‘기승전자랑’ 형, ▲어느 회사에 지원해도 똑같은 이야기를 갖다 붙이는 ‘복붙(복사해서 붙이기)’ 형 ▲자소서에서 요구하고 있는 필수항목은 도외시 한 채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는 ‘동문서답 마이웨이’ 형으로 나타났다. A 차장은 “서류 심사를 하는 간부 사원들은 최소 10년 가까이 회사생활을 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채 지원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며 “은근히 출신 대학교, 해외 경험, 집안 환경 등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거나, 지나치게 보편타당하게 복사해서 붙여 넣은 티가 나거나, 회사에서 묻는 사항을 무시하고 스스로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는 자기소개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 그렇다면 어떤 자기소개서가 눈길을 끄는가? 자기소개서는 무엇보다 솔직함과 담백함이 가장 큰 무기가 된다. A 차장은 “직무관련 경험이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해결해 나간 경험 등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서술하는 것이 좋다.”며 “극적인 사건을 예로 들되 슈퍼히어로처럼 본인이 모든 것을 해결했다거나 사건을 지나치게 부풀리는 것 보다는 상황별로 슬기롭게 대처해 지원하는 기업에 어울리는 인재상이라는 점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인적성검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A 차장은 인적성검사는 인성검사와 적성검사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성검사의 경우 평소 생각했던 바를 솔직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중복질문도 많아서 거짓으로 답을 할 경우 바로 걸러지기 때문이다.”라며 “적성검사는 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며, 최근에는 기업에 따라 역사, 한자 등의 문제도 나오므로 지원하는 기업이 어떤 적성검사를 보는지 미리 알아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 압박면접, 집단토의에 대처하는 요령은? 취준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압박면접이다. 하지만 압박면접도 나름의 요령이 있다. A 차장은 “코미디프로그램 유행어 중에 ‘당황하지 않고’라는 말이 인기를 끌었는데 압박면접에서는 무엇보다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흥분하거나 화를 내면 이제껏 서류, 인적성을 통과한 과정이 물거품이 될 수 있으므로 침착하고 솔직하게 답변을 하면 된다. 회사는 지원자들에게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 대처 능력을 보고자 함이므로 일단 질문을 받으면 즉흥적으로 바로 답을 하기 보다는 2~3초간 생각을 정리한 후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단토의에서는 토론의 과정을 중요하게 보는데, 이는 회사에 들어오면 지원자들의 상상이상으로 회의가 많기 때문”이라며, “자기주장만 강력하게 펼치는 사람보다는 다른 지원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집단토의에 함께 임한 멤버들을 눌러야 합격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오”라며, “면접관들이 별로 관심 없이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작은 제스처까지 모두 체크하기 때문에 함께 토론하는 지원자들을 같은 처지의 동료라고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일 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최종 경영진 면접에는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가? A 차장은 “최종 면접의 심사위원으로 들어오는 경영진이나 임원진은 오랜 회사 생활로 잔뼈가 굵은 분들이기 때문에 인상만 봐도 사람의 유형을 판단할 수 있다.”며 “인지상정이겠지만 밝은 인상과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솔직하게 질문에 답하는 것이 좋다. 실력은 이미 전 단계에서 검증했고 인성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 기타 취준생들이 알아둬야 할 사항이 있다면? 최종 입사 전까지의 주의사항에 대해 A 차장은 “무엇보다 건강과 졸업예정자의 경우 자기관리가 중요하다.”며 “어렵게 공채 전 과정을 통과했는데도 무절제한 과음 등으로 건강검진에서 결격사유가 발생하거나, 학점이 부족해서 졸업을 못하는 ‘전설’이 되고 싶지 않다면 회사에 첫 발을 내디딜 때까지는 평소 취준생의 마음으로 지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정유진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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