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세이 중 ‘닮고싶은 인물’에 ‘오한지교’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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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 에세이 ‘닮고싶은 인물’에 누구를 쓸까오성과 한음, 경쟁하지 않는 친구가 필요하다

서초동 삼성사욕.... /허문찬기자 sweat@ 20131004

[2015년 하반기 삼성그룹 에세이 기출문제]현재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 인물 등을 포함하여 기술하시기 바랍니다. (※작품 속 가상인물도 가능)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관계를 ‘관포지교(管鮑之交)’라 한다. 이 사자성어는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에서 유래한다. 둘이서 장사를 할 때, 관중이 늘 더 많은 이익을 몰래 가져가면 그때마다 ‘관중에게는 노모가 계시다’ 하면서 관중을 이해했다.
포숙아는 또 궁지에 몰린 관중을 추천해 제나라(기원전 725년) 재상이 되도록 돕는다. 재상이 된 관중은 제나라의 경제를 살려서 제나라 환공을 시대의 승자로 만들었다. 관중은 권세와 부를 갖게 되고, 그 영향으로 포숙아는 3대에 걸쳐 제나라의 녹을 받게 된다. 관중이 전쟁터에서 2번이나 도망 와서 비겁자라고 손가락질 당하면 포숙아는 또 다시 관중이 비겁자가 아니라 ‘노모를 걱정하는 효자’라고 변론했다.
중국에 ‘관포지교’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오한지교(鰲漢之交)’가 있다.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의 우정을 기린 이야기이다. 둘은 5살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정승의 자리까지 오른 명재상이자 지혜와 용맹함으로 임진왜란을 극복한 시대의 영웅이었다.
죽음도 달게 받게 만든 우정
선조의 장자였던 임해군은 난봉꾼일 뿐만 아니라 잔인한 사람이었다. 선조 36년에 임해군이 그의 부하들을 시켜서 유희서를 죽이고 애첩을 가로챈 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선조는 아들 임해군을 벌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변양걸과 유희서의 아들을 곤장을 치게 하며 아무도 이 일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했다.
그때 한음 이덕형은 오성 이항복에게 자신이 나서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하고, 선조 앞에 나아가서 목숨을 걸고 임해군의 잘못을 고한다. 그러자 화가 난 선조는 한음 이덕형을 영의정 자리에서 퇴직시키고 그 자리에 오성 이항복을 앉힌다. 이항복은 즉시 글을 올려 사양한다.
‘저를 영의정에 기용한 것은 이덕형이 자리를 떠난 때문이 아닙니까. 덕형이 말한 것은 바로 제가 말한 것이요, 신과 덕형은 사람은 둘이지만 마음은 하나입니다. 신이 미처 말을 안했을 뿐입니다.’ 우리는 진실을 말해야 할 때가 있다. 물론 내 이익과 관계된 경우에는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불리할 경우 대다수가 입을 다물거나 회피한다. 더구나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친구가 있다면 같이 갈 수 있다. 그리고 ‘몸은 둘이지만 마음은 하나’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면 죽음의 가혹한 시련도 달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시대는 오로지 경쟁만 있고 삶을 동반한 친구가 없다. 이런 시대에 오한지교는 너무나도 새롭다. 사람들은 흔히 ‘우리 인생은 외롭고 힘겹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한지교처럼 목숨을 같이할 벗이 있다면 삶은 훨씬 따뜻할 것이다. 나에게 바람이 있다면 오한지교와 같은 벗을 갖는 것이요. 그런 벗을 가질 만한 인품을 만드는 것이다.
글 이동우 롯데중앙연구소 HR 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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