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에 가려져 음악 범재의 삶을 산 살리에르 뮤지컬 ‘살리에르’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살리에르의 삶과 음악을 다룬 뮤지컬 ‘살리에르’가 1년 6개월 만에 돌아왔다. 오스트리아 빈의 궁과 귀족들로부터 인정받던 최고의 음악가였지만 동시대 활동했던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음악 범재 안토니오 살리에르의 삶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이 공연의 원작은 1930년대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이 발표한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다. 원작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의 죽음에 대한 전설을 기초로 한 시대를 풍미한 대표적인 두 음악가 살리에르와 모차르트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자신은 가질 수 없었던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지켜보며 신을 원망해야 했던 살리에르를 통해 소수의 천재가 아닌 보통사람들의 절규 그리고 그의 지독한 열등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살리에르는 1750년 8월 18일 이탈리아 레그나로라는 작은 마을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부속 음악학교에서 공부하다 레오폴드 가스만을 만나 15세에 음악의 도시 빈에 진출했다.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은 그는 1788년부터 1824년까지 오스트리아 빈의 궁정악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가 작곡한 음악은 당시 궁과 귀족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살리에르가 사회적으로 우대 받던 음악가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동시대에 활동했던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배우 최수형, 정상윤···초연에 이어 또 한번 살리에르 역 맡아초연 당시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로 관객들의 주목을 받은 이 공연이 1년 6개월 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았다. 이번 공연에서 질투심과 열등감에 휩싸인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 살리에르 역에는 뮤지컬 ‘카르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최수형과 뮤지컬 ‘공동경비구역JSA’, ‘고래고래’, ‘오페라의 유령’ 등에서 풍부한 표현력과 섬세한 연기를 선보인 정상윤이 맡았다.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만나던 날, 어디선가 나타난 정체 모를 인물로 등장하는 젤라스 역에는 연극 ‘히스토리보이즈’, 뮤지컬 ‘헤이, 자나!’ 등의 작품을 통해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인 김찬호, 그리고 초연 당시 젤라스를 완벽하게 표현해낸 조형균이 다시 한번 열연을 펼친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역에는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허규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쓰루더도어’ 등에 출연한 박유덕이 맡아 자유로운 모차르트를 선보이며, 살리에르의 애제자이자 모차르트의 연인인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카트리나 역에는 뮤지컬 ‘영웅’, ‘미스사이공’ 등에서 열연을 펼친 이하나와 팝페라 가수 채송화가 맡아 맑고 고운 목소리로 무대를 채운다.

“누구나 마음속에 있는 ‘질투’를 캐릭터로 표현했죠.”뮤지컬 ‘살리에르’ 연출 김규종
뮤지컬 ‘살리에르’는 어떤 작품인가? 뮤지컬 ‘살리에르’의 풀 네임은 뮤지컬 ‘살리에르?질투의 속삭임’이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오스트리아의 궁정악장 안토니오 살리에르에게 어느 날 나타난 의문의 한 남자와 모종의 거래를 시작하면서 생기는 파국을 다룬 작품이다. 처음엔 피아니시모로 소년처럼 다가왔다가 나중엔 포르테시모처럼 강렬하게 뒤덮었던 의문의 남자는 결국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내몰고 급기야 살리에르의 목에 펜대를 들이댄다. 그 남자는 누구이고 살리에르의 절규는 어디까지 향하는지를 긴장감 넘치게 다룬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연출, 무대 구성, 넘버 등 관람 포인트를 꼽는다면? 죽이고 싶을 만큼 모차르트를 질투하면서도 그의 아름다운 음악을 놓치고 싶지 않아 괴로워하는 살리에르의 이중성을 표현한 ‘라크리모사’ 장면은 음악과 무대 미장센이 압권이라 자부한다. 또 국내에서는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살리에르의 오페라 장면은 화려한 무대장치와 안무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주인공 살리에르 역에 배우 최수형과 정상윤을 캐스팅했는데, 각각의 매력은? 최수형 배우는 따뜻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강렬한 보컬이 매력적이고, 정상윤 배우는 단호하면서도 섬세한 보컬이 매력적이다. 그들이 무대에 서는 날 상대배역들과 어떻게 합을 맞추고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나가는지 보시면 각각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창작뮤지컬로 초연 이후 국내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공연했는데, 지속적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구조적으로 ‘그’라는 인물의 미스터리함을 쫓는 스토리라 관객들이 호기심을 가지는 것 같고, 음악적으로는 실제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음악을 넘버에 담아 음악적인 완성도와 드라마적인 타당성을 만들었기에 사랑을 받는 것 같다. 그리고 ‘부럽다. 그러나 가질 수 없어서 밉다’라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지만 반면에 숨기고 싶은 마음…. 질투라는 보편적인 심리를 캐릭터로 형상화 한 것이 특별했던 것 같다.
뮤지컬 ‘살리에르’를 관람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모던한 고전을 경험하고 싶다면 봐야하고, 둘째, 친한 친구를 한번이라도 질투했고 미워했던 경험이 있다면 봐야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가장 핫한 뮤지컬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관람해야 하지 않을까.
글 강홍민 기자(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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