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기출] 우리은행 자소서 ‘롤모델로 삼고 싶은 인물은?’

우리은행 기출 '롤모델로 삼고싶은 인물은?'돈으로 ‘민족의 혼’을 샀던 간송 전형필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앞에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매각은 지난해 8월 중단되었다 재개되었으며 예비입찰과 최종 입찰 2단계로 진행되고 오는 7월말까지 예비입찰을 통해 인수후보를 추린후 최종 입찰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Q. 과거 또는 현 시대 위인 중에서 귀하가 롤모델로 삼고 싶은 인물을 제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우리은행 2013년 하반기 자기소개서 문항)

매년 5월과 10월이 되면, 성북동 골목에 희귀한 볼거리가 생긴다. 아침 9시가 되기 전부터 무려 100m가 넘는 긴 행렬이 줄지어 1시간 이상 기다려서 입장한다.
줄의 맨 앞쪽에 ‘간송 미술관’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고 그 안에는 ‘보화각’이라는 명판이 붙어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문화독립운동을 전개한 간송 전형필의 작품 전시회다. 간송(澗松)은 ‘물처럼 소나무처럼 꿋꿋하게’라는 뜻이다. 간송과 같이 독립운동을 하라며 독립운동가 오세창이 지어준 호이다.
간송은 1906년 초, 조선 최대 갑부의 둘째로 태어났다. 젊은 혈기와 민족정신이 강했던 그는 전 재산을 투자해 일본으로 유출되는 문화재를 사 모았다. 일제 치하에서 나라를 잃은 비운의 청년들 대다수는 인생을 비관하거나 친일로 흥청거리며 살았지만 그는 부모의 유산을 모두 문화유산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전 재산으로 우리나라의 문화를 구입한 ‘간송 전형필’
현재 간송미술관은 1년에 2회 무료 개방한다. 개인이 소장한 작품임에도 대부분 국보나 보물이다. 특히 혜원 신윤복이나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의 귀한 작품들도 있다. 간송미술관에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소장돼 있는데, 국내의 유일본이다.
한글학자들조차도 한글의 형성과정을 몰라 상상해서 설명했던 내용들이 이 해례본에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간송은 이들 문화재를 절대 팔지 않았고, 6.25전쟁 때도 보화각의 곁을 지켰다. 조국의 문화재를 지키는 데 인생을 바친 것이다.
‘독립운동’이라고 하면 흔히 적을 죽이거나, 관공서를 파괴하는 무력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렇게 민족의 혼이 담긴 문화재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나라를 지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상당수가 몇 푼의 돈을 위해 일제에 귀한 문화재를 자발적으로 팔았다. 우리나라의 많은 문화재가 아직 일본에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간송은 문화재를 구입할 때도 절대 속이거나 부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구입한 후, 그 가치를 다시 매겨 제값을 치렀고, 일본으로 유출되는 신라석탑들은 당시 기와 10채의 가격을 지불하고 다시 사들였다. 이러한 정신은 간송이 소장한 문화재가 모두 정품이 되도록 만들었다. 문화재를 팔려고 하는 상인들은 먼저 제값을 쳐주는 간송에게 물건을 가지고 갔다.
간송은 말년에 재정난으로 문 닫는 보성고등학교를 인수해 운영하기도 했다. 자신의 전 재산을 교육과 문화재 구입에 써버리고 자신은 생계를 걱정하는 문화독립운동가, 간송 전형필. 우리에게 이런 우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늘 부끄러운 조상으로 가슴 아팠던 우리에게 이렇듯 훌륭한 조상이 계심에 감사드린다.
글 이동우 롯데중앙연구소 HR 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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