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저성과자 해고’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면
취준생 대부분은 ‘저성과자 해고’에 대해 부정적이겠지요. 원하는 기업에 지원했다가 떨어질 때마다 ‘저성과자조차도 되지 못한 나는 뭔가’라는 열패감에 빠질테니 말입니다. 취준생의 가장 큰 소원은 ‘해고당하는 것’라고 하듯이, ‘저성과자’라도 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렇지만 면접장에서 ‘저성과자 해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을 받을 때 뭐라 답해야 할지, 모범답안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전략을 짜 봅시다. 면접장에서 질문을 하는 사람은 대개 간부급입니다. 실무부서의 팀장급, 그리고 임원급 정도 되겠지요. 이 사람들은 저성과자 해고에 대해 심정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입니다. 간부가 됐다는 것은 ‘저성과자’ 동기들을 제치고 ‘고성과자’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니까요. 또 자기가 맡은 부서가 고성과를 내려면 ‘고성과자’들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답하면 예쁨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저라면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저는 프로야구를 즐겨보는데, 볼 때마가 야구가 자본주의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기업에서는 월간, 분기별, 연간으로 실적을 평가하지만, 야구에서는 이것이 하루에 벌어집니다. 최고경영자(CEO)는 3년의 임기 동안 실적을 평가받지만, 야구선수는 세 경기만 부진해도 주전 자리를 내줘야 합니다. 아무리 베테랑 선수라도 일주일 동안 안타를 하나도 못 치거나, 몸값 높은 투수가 등판할 때마다 점수를 내준다면 선발 기회를 줄 수 없을 겁니다. 순위 싸움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에 온정적으로 대해서는 팀이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저성과자’를 평가할 수 있는 공정한 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부진한 성적으로 주전에서 빠지더라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의 성적이 객관적으로 데이터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는 아직 이런 공정함이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커피 전문점에 갔을 때 줄을 서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주문을 한다면 피가 거꾸로 솟을 겁니다. 공정하지 않으니까요.
미국에선 권력서열 2위인 존 케리 국무장관(부통령은 뭐 하는 사람일까요?)이 출장으로 집을 비운 사이 눈을 치우지 않았다가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벌금 50달러를 부과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눈을 치우지 않은 경찰서장이 잘리지 않았을까요?(시장·구청장은 야당일 수 있으므로 경찰서·소방서가 하겠지요.) 한국에서는 ‘다양한 경력을 갖춘 외교관을 뽑자’며 채용을 다변화했더니 현직 장관 딸이 뽑히기도 했습니다. ‘저성과자 해고’가 시대적 흐름이라면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갖추는 게 선결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캠퍼스 잡앤조이> 독자들은 이미 다 아는 얘긴데, 괜한 훈수를 둔 건 아니겠지요? 우종국 취재편집부장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