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 왕좌, SPC의 마케팅 필살기



과거 한국을 한 번이라도 방문했던 유럽인들이 혹평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베이커리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원조의 맛을 어찌 따라갈 수 있으랴. 하지만 최근 10년 새 해외여행자가 급증하고 다양한 베이커리 문화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그 맛과 질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국내 베이커리 기업들의 해외진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 뒤에는 무엇보다 섬세하고 혁신적인 마케팅의 힘이 주효했다. 잡앤조이는 국내 제과제빵업계 넘버원인 SPC그룹 마케팅팀 3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수들의 마케팅 필살기와 채용노하우가 궁금하다면 ‘드루와 드루와!’
Q: 마케팅이란 무엇인가요?권난기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마케팅본부 부장(이하 권) : 마케팅팀은 다양한 채널을 통한 시장 상황 분석과 고객 니즈(Needs)에 근거한 시장선도적인 제품을 개발합니다. 이후 이 제품들이 시장 내 정착하도록 프로모션을 진행하죠. 저는 소비자 조사, 트렌드 조사, 매출 분석 업무와 케이크, 상품 류 제품기획 및 이벤트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마케팅본부 고선옥 과장(이하 고) : 저는 프로덕트 매니저(PM(Product Manager)입니다. 제품을 ‘상품화’하는 일이죠. 시장 트렌드를 파악해 연구소에 제품 개발을 의뢰하고, 개발된 제품에 이름, 가격, 디자인을 입히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알릴 지를 기획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기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거죠.
Q: 마케터의 하루를 소개해주세요.삼립식품 마케팅본부 임주현 주임(이하 임) : 마케터의 하루 일과는 시장과 제품을 위해 존재한다고 봅니다. 일과 중 절반 이상을 제품 출시 및 운영을 위한 유관부서와의 협의에 투자합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자료작성과 매출, 손익 분석, 시장조사를 합니다. 오전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매출 실적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 후에는 회의를 진행하거나 시장조사를 나갑니다. 오후에는 연구원과 신제품 기획 회의를 진행하고, 그룹 내 디자인센터에 들러 패키지 콘셉트에 대해 협의합니다. 오후에도 시장조사는 계속됩니다.

사진 = 한국경제 DB

Q: 어떻게 SPC에 입사하셨나요?고: 경제학을 전공했고 1~2학년에는 다른 친구들처럼 금융권 입사를 희망했습니다. 다만, 예전부터 워낙 빵을 좋아해 대학교 1학년 때 제빵학원에 등록했는데, 그 때 꿈이 바뀐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취미 삼아서 빵과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고 자격증이 있다는 것을 알고 관련 자격증도 땄었죠. 친구들 생일선물로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주다 보니, 점점 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웬만한 파리바게뜨 빵은 다 먹어봤을 때쯤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해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취미와 관심이 직업으로 이어진 셈이죠.
Q: 마케팅 일을 하면서 힘들었거나 보람됐던 일화는?임: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것이 가장 힘이 들죠. 마케팅은 유관부서의 협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일들이 많은데,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가장 보람될 때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까운 유통점(편의점, 마트)에 제 제품이 출시되어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을 때 희열을 느낍니다. 특히 작년에는 샌드위치 매출이 기록적으로 오르며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권: 케이크의 유형이 생크림과 버터케이크 중심이었던 시절에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한 고구마케이크, 쉬폰케이크는 기획 초기 단계부터 긍정적으로 전망했던 제품이었습니다. 당시 고객들은 이전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차별화된 식감, 원재료, 디자인을 원하고 있었는데, 회사 CEO와 담당자들이 흐름을 잘 읽고 기획해 성공을 거뒀습니다. 거의 케이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봅니다.
Q : 모든 기업 내 마케팅의 영역이 커지고 있다. SPC의 마케팅 필살기는? 고: 식품업계는 진입장벽이 낮고 모방이 쉬운 까닭에 ‘미투제품’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제품에 담긴 고유의 스토리나 고객이 느끼는 감성적 가치까지 모방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마케팅 이 제품의 생명력을 좌우한다고 봅니다. 특히, 최근 소득수준이 늘면서 디저트 문화가 확산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마케팅 실무자도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제과제빵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6년에 펼쳐질 파리바게뜨의 변화를 기대해 주세요.
Q : 향후 목표가 있다면.고 : 10년 후엔 베이커리나 카페 창업을 앞둔 분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보고 싶습니다. 매장 컨셉트, 메뉴, 시장 환경 등 소매점을 진단한 후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향후 꿈입니다.
권 : 파리바게뜨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미국, 프랑스 등 5개국에 2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많은 직원들이 해외법인에서도 근무해보고 싶습니다.

파리바게뜨 유럽1호점 모습. 사진 = 한국경제 DB

Q : 마지막으로 SPC의 입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 한마디.권: 특별히 우대하는 전공은 없습니다. 다만 식품산업에 대한 이해와 열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디자인을 강조하는 기업이다 보니 그에 대한 감각이나 제품과 연계한 스토리텔링을 잘 하는 지원자라면, 입사는 물론 업무 적응도 수월할 것입니다.
임 : 제 경험상 마케터에게 필요한 역량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식품에 대한 관심입니다. 먹는 것에 대한 원초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먹어보지도 않은 제품을 두고, 수많은 소비자의 마음을 이끌어 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트렌드 파악 능력입니다. 소비자와 시대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제품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마케터 일과의 절반은 유관부서의 회의와 협의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람과의 의견 조율과 협의하는 과정에서의 전략적인 자기만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요합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