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1호 기부, 청년희망재단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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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성 청년희망재단 사무국장“대졸 구직자 미스매칭과 서류광탈 해결해야죠”
대기업 실무자와의 만남, 중견·중소기업 채용대행…. 대졸 구직자를 집중적으로 돕는다는 청년희망재단의 프로그램은 심지어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2015년 11월 5일 첫 삽을 뜬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청년희망재단을 통해 우리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 설 연휴의 끝자락인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청년희망재단 사무실에서 장의성 사무국장을 만났다. 오전 9시 30분으로 예정돼 있던 인터뷰를 위해 장 사무국장은 일찍부터 사무실을 정돈하고 기자를 마중나와 있었다. 사진=이승재 기자


장의성 사무국장 고려대 행정학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와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 사회법 박사를 거쳐 노동부 서울지방노동청장, 한국잡월드 이사장을 역임했다. 2015년에는 한성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청년희망재단 출범 직전인 지난해 10월, 재단에 합류해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 사무국장님이 생각하는 청년취업난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중견·중소기업 미스매칭이다. 취업준비생과 이들 기업 사이에는 정보부족, 인식부족, 신뢰부족의 문제가 있다. 2008년, 서울노동청장 시절에 대한민국취업박람회를 개최해 직접 현장에 방문했다. 당시 이틀 동안 100개 기업이 참여하고 구직자 총 4만 명이 방문했는데 이중 최종 채용된 구직자는 100명이 채 안됐다. 박람회 내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각했던 것이다. 인지도가 있는 기업에만 구직자가 몰렸고 구직자 역시 일부가 합격을 독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서류광탈이다. 많은 수가 서류에서 떨어져 면접 기회조차 받지 못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
- 재단 설립 취지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지만 구직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찾았다. 특히 대졸 구직자를 돕는 데 역점을 뒀다. 그중 하나가 관광통역안내사다. 제대로 된 청년관광교육통역안내사를 양성해서 역사를 포함해 K-팝, 뷰티, 푸드를 알릴 계획이다. 현재 1기가 2월 1일부터 교육에 들어갔다. 올해는 2기까지 총 60명 선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모바일게임 기획자 양성과정이다. 모바일게임은 우리나라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이 콘텐츠, 즉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그래서 인문?사회?예체능계열 출신자를 뽑아 기술을 가르칠 예정이다. 업체에서 직접 기수당 30명을 뽑아 9개월을 교육시킨다. 관광통역안내사와 모바일게임 기획자 모두 교육 후에는 해당 기업에 인턴으로 파견시키며 채용을 전제로 운영한다.



- 청년아카데미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
청년아카데미는 재단의 사업 전체를 포괄하는 브랜드다. 현재 10개 사업이 있는데 우선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한다. 한 기업 당 2명 이내를 선발케 하는데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업해서 연간 총 500명에게 6개월간 50만원씩 300만원을 지원한다.
역시 기업과 구직자가 직접 만나게 하는 게 목적인데, 스타트업은 특히 연봉보다는 서로의 가치관이 맞아야 하더라. 또 멘토링을 통해 구직자들이 각계 전문가를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한다. 총 1천명의 멘토를 확보할 예정이고 이중 절반은 대기업이나 유명기업의 대리과장급, 나머지 절반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으로 구성한다.
- 대기업 외에 중견·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은 없나.
‘강소·중견 온리원기업 채용박람회’가 있다. 중견?중소기업은 아무리 매출이 높고 우수해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지원자들이 입사에 소극적이다. 그래서 직접 우수 중견·중소기업을 직접 추천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서는 앞서 말한 ‘서류광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자 전원에게 1차 면접 기회를 준다. 최근 일양약품과 협업해 영업직을 채용했다.
영업직은 스펙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설득력이 중요한데 서류에서는 이런 면을 보기 힘들다. 실제로 합격자의 스펙도 다양했다. 또 1차 면접 때 재단의 전문 컨설턴트를 동석시켜 면접 후 면접 채점표를 모두에게 배부한다. 1차 면접에서 통과하면 해당 기업에서 2차 면접을 실시하는데 최종합격한 후에도 컨설턴트가 3개월간 멘토링 해 정착을 돕는다.



- 우수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크게는 연봉과 매출이다. 구직자 대부분 중견?중소기업의 연봉이나 비전을 걱정한다. 그래서 연봉 2000만 원 이상에,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탄탄한 곳을 위주로 선발했다. 특히 대졸채용은 주로 취업사이트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데 기업과 구직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장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 앞으로 지원자가 늘어날 경우에도 모두에게 1차 면접 기회를 줄 계획인가.
수천 명이 몰리면 수천 명이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면접관이 부족하면 제2면접관, 제3면접관을 준비시켜 동시에 진행하면 된다.



- 운영비도 충분히 마련돼야 할 것 같은데.
현재 청년희망펀드와 기부금을 통해 모인 돈이 1300여억 원이다. 특히 지난해 KBO측에서 ‘WBSC 프리미어12’ 우승상금의 절반을 보내왔다. 대표팀 전체가 청년을 위해 마음을 써줬다는 것에 감사했다. 또 재외동포들도 천원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수천만 원을 보냈다. 국내 체류하지 않는 분들인데도 도와줘서 감사하다. 앞으로 우리가 더욱 열심히 발로 뛰어야 계속 많은 분들이 마음을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 추가로 계획 중인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3월부터 빅데이터 서비스 기획자 양성 과정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청년 글로벌 보부상도 3월 중 인턴을 선발할 계획이다. 또 상반기 안에 실리콘밸리 진출 프로젝트 교육을 운영할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무국장이 된 후 만난 청년들 대다수가 “대기업 서류 광탈에 지쳤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못 찾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무작정 토익학원을 다니고 자격증을 딴다. 일단 기업에 입사해서 직접 경험하라고 하고 싶다. 해외취업에 관심 있는 학생도 많더라. 재단은 국민 성금으로 운영하는 곳이니만큼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 당장 형식상의 실적보다는 청년들이 취?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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