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특채, “의협심도 스펙이다”

최근 LG그룹의 해병대 장병 특채 소식이 SNS를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행운의 주인공은 지난 1월 17일 대구 지하철 명덕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시각 장애인을 보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어 구출해 낸 해병대 병장 최형수 씨다. LG는 최 병장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 후 채용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최병장처럼) 의로운 일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에서도 강한 책임감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병장의 전공은 경찰행정학과로 알려졌다. 전문분야라서 일반 기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최 병장의 시각장애인 구출 당시 화면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전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고, 그 어떤 스펙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스펙 외의 요소를 채용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최 병장처럼 한 가지 뛰어난 특성으로 대기업에 특채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 자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대기업 특채 시장이 변화하는 모양새다.
SK그룹은 지난해 국가보훈자를 특별채용하고,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 전역을 연기한 애국 장병 60여 명도 채용했다. 이 회사는 최태원 회장의 딸 최민정 중위가 해군 장교로 복무 중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인식 변화에 따라 특채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공채에서도 기존 스펙 위주 채용 방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학교, 학점, 어학 등 이른바 ‘기본 스펙’과는 상관없이 프레젠테이션과 공모전만으로 독창성을 평가해 채용하는 곳도 있고, 면접관이 면접자에 대한 사전정보를 전혀 알 수 없도록 한 후 면접을 보는 '블라인드 면접'도 유행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도입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재 채용에도 ‘실사구시’ 바람이 불면서, 단순히 점수가 높은 취준생보다는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 인재를 선호하는 것이다. 정유진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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