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 “이직시장은 생각보다 넓다”… 잘 모르는 곳이라도 우선 시작하라

글로벌 HR서비스사 Kelly services 오문숙 상무외국계는 직관적으로 소통하는 것 좋아해국내 기업은 ‘문제해결력’과 ‘논리력’이 핵심
이 기사는 [인터뷰 ①] 외국계는 ‘스카이’가 뭔지도 몰라… 직관적인 여성에게 유리한 곳에서 이어집니다.


| 28일, 서울 광화문 KELLY services 본사에서 오문숙 상무를 만났다. 오 상무는 “국내 채용 시장에서 평생직장 개념이 점점 희미해지고 이직이 잦아지면서 점점 학력보다 경험과 경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도희 기자

“외국계 채용담당자와 일하면서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라는 말을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어요. 그들에게 학력은 전혀 중요하지 않죠. 최근 이 흐름이 국내로도 이동하고 있어요.”
글로벌 HR서비스사 Kelly services의 오문숙 상무는 대학 시절,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졸업 후 경력직을 주로 채용하는 헤드헌팅 업계에 몸담으면서 생각보다 학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28일, 서울 광화문 Kelly services 본사에서 오문숙 상무를 만났다. 20년 가까이 국내외 채용담당자들과 일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요즘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없잖아요. 누구나 이직을 한 번쯤은 하게 될 텐데 이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실력이에요. 최근 정부와 기업이 직무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 국내 대기업 채용동향은 어떤가.
대기업이 보는 건 크게 두 가지다. 문제해결능력과 논리력. 즉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얼마나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지와 자신의 가치관이 얼마나 일관성이 있는지 이 두 개가 중요하다. 이런 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최근 기업이나 정부가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생들이 말하는 스펙이라는 게 사실은 어마어마한 게 아니다. 인턴십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 보다는 이 활동이 자신이 원하는 직무와 얼마나 연관 있고 또 경험끼리 얼마나 일관성 있는지가 중요하다. 같은 부서에서 일을 했다든지, 아니면 산업이라도 비슷해야 한다.
요즘 인턴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은데 이런 생각으로 인턴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회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른다. 전에 함께 일하던 인턴을 한 고객사에 소개해 준 적이 있다. 태도가 중요하다. 사소한 일이라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잘 웃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실수를 지적했을 때 바꿔서 온다면 ‘아 내 충고를 잘 들었구나’ ‘발전하고 있구나’라며 좋게 보인다.
- 20년 가까이 채용을 담당했다. 최근 채용시장에서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외국계 임원의 나이가 눈에 띄게 젊어졌다. 평균 40대 초반이다. 또 더욱 성과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경력보다는 성과에 따라 승진속도가 달라진다. 여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큰 변화다. 앞서 말했듯, 외국계는 여성들의 화법이나 언어실력을 좋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또 과거에는 국내 대기업 출신이 외국계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반대다. 국내 기업이 점점 글로벌화 되면서 외국계 경험자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 비슷한 맥락으로, 요즘 신입사원에 대한 구조조정도 많아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그나마 긍정적인 소식을 전한다면, 1~2년차는 이직하기 정말 유리한 시기다. 어느 정도 현업 근무 경력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많이 선호한다.
- 가장 활발하게 이동하는 직급은 무엇인가?
대리·과장급이다. 임원이 되면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려 이직이 쉽지 않다. 반면 중간관리자급은 경험이 풍부하고 이를 다른 곳에서 바로 활용하기도 수월하다. 연봉을 높여 받기에도 좋다. 특히 과거에는 헤드헌팅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정도로 평생직장 개념이 확고했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다. 첫 직장을 평생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 이직에 크게 거부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 직무별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도 다를 것 같다.
대개 세일즈나 마케팅은 튀는 걸 좋아하는 반면, IT나 재무는 구성원들과 조화를 이루는 게 유리하다.
- 구직자 면접도 많이 볼 텐데 면접 때 어떤 게 중요한가.
아이콘택트다. 눈빛에서 자신감이 보인다. 이게 자연스럽지 않으면 불편하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 질문과 전혀 다른 답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보기 좋지 않다.
-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잘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인지했으면 좋겠다. 목표를 정한 뒤에는 맞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잘 모르는 기업이라 입사하기 망설여진다고 해도 우선 기회 자체를 보고 도전해 보라. 그러면 나중에 더 발전할 수가 있다. 우선 겸손한 자세로 배우자. 평판도 중요하다. 사소하게는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도 내 평판이 달라질 수 있다. 어디에서든 열심히 하라.
10년 전, 스카웃을 위해 연락한 한 현직자였는데 정말 훌륭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일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지, 결론적으로 이직은 하지 않았다. 10년 후, 일을 찾는다며 다시 찾아왔다. 그런데 사람이 완전 바뀌어 있었다. 아니, 사람은 그대로였는데 오랜 구직생활로 지쳐서인지 너무 주눅이 들어있었다.
고객사에도 이게 보였는지 결과가 좋지 않았다. 마음을 어떻게 먹는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요즘 한 번에 취업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나만해도 대학 시절에는 나보다 좋은 학교에 간 친구들을 부러워했지만 요즘은 이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한다.
구직활동을 하거나 면접을 볼 때, 아무리 현재 상황이 힘들어도 늘 잘될 거라는 마인드 콘트롤이 중요하다. 이 점을 유념하길 바란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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