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 외국계는 ‘스카이’가 뭔지도 몰라… 직관적인 여성에게 유리한 곳

글로벌 HR서비스사 Kelly services 오문숙 상무외국계는 직관적으로 소통하는 것 좋아해국내 기업은 ‘문제해결력’과 ‘논리력’이 핵심


| 28일, 서울 광화문 KELLY services 본사에서 오문숙 상무를 만났다. 오 상무는 “국내 채용 시장에서 평생직장 개념이 점점 희미해지고 이직이 잦아지면서 점점 학력보다 경험과 경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도희 기자

“외국계 채용담당자와 일하면서 ‘스?카?이(서울대?고려대?연세대)’라는 말을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어요. 그들에게 학력은 전혀 중요하지 않죠. 최근 이 흐름이 국내로도 이동하고 있어요.”
글로벌 HR서비스사 Kelly services의 오문숙 상무는 대학 시절,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졸업 후 경력직을 주로 채용하는 헤드헌팅 업계에 몸담으면서 생각보다 학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28일, 서울 광화문 Kelly services 본사에서 오문숙 상무를 만났다. 20년 가까이 국내외 채용담당자들과 일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요즘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없잖아요. 누구나 이직을 한 번쯤은 하게 될 텐데 이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실력이에요. 최근 정부와 기업이 직무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 어떻게 헤드헌팅을 시작하게 됐나.
93학번이고 중어중문학을 전공했는데 당시 중국어보다는 영어가 좋아서 미국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취업을 앞두고는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대기업에 이력서를 넣었다. 기업별로, 직무별로 맞춰야 하는데다 당시는 자필로 써야 했기 때문에 정말 매일 밤을 새웠다.
그런데 다 떨어졌다. 막막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어학연수 경력을 살려 영어를 활용하는 데를 가보자고 결심했고 외국계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여자는 취업에 불리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외국계는 여직원이 많다는 기사를 봤기 때문이다. 외국계도 처음엔 인지도가 높은 순으로 지원했다. 그러다 또 한 번 실패를 맛보고는 작은 데를 찾았다. 그렇게 면접을 보러 간 곳이 한 헤드헌팅사였다. 사실 이력서를 넣었지만 헤드헌팅이 뭔지도 몰랐다. 면접 전 급하게 공부해 합격했고 이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됐다. 내년 11월이면 이 일을 한지 만 20년째가 된다.



- 직무를 모르고 지원하는 건 위험한 선택 아닌가.
그렇다. 지금 생각해도 매우 아찔하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내게 맞는 일을 찾았지만 안 그래도 이 때의 경험 때문에 요즘 학생들에게 늘 직무를 강조한다. 요즘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는 회사의 이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유명한 곳이 아니라고 망설일 게 아니라 직무가 맞다면 우선 경험을 쌓고 자신을 계발해가는 게 더 낫다.
- 지금껏 20년 가까이 어떤 과정을 거쳤나.
그야말로 일의 연속이었다. 새벽 5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헤드헌팅이란 크게 컨설턴트와 리서처로 나뉜다. 컨설턴트는 고객사에게 맞는 인재를 연결해주는 사람이고 리서처는 그 인재를 실제로 찾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리서처로 시작했는데 고객사가 원하는 시기까지 적당한 인재를 찾아야 하다 보니 어려웠다. 또 당사자가 이직 의사가 없을 경우에는 고객사에게 연결되지 않은 이유를 보고서로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현재까지는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다.
- 본격적으로 채용 이야기를 해보겠다. 요즘 외국계의 채용 동향은 어떠한가?
최근 B2B기업이 인재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도 마찬가지겠지만 과거, B2B 업체는 기업 홍보나 채용 이벤트에 큰 품을 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국내 대학교에서 캠퍼스 리크루팅을 열고 한국인 학생들을 대거 채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회사 근무환경이 좋지만 인지도가 낮아 학생들이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흐름은 긍정적으로 본다.
- 외국계는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나.
확실히 성과지향적이다. 국가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미국은 숫자를 중요시 하는 반면, 유럽은 회사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 공통적으로는 직관적으로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데, 여성들이 조금 더 솔직하고 직관적으로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계에 여직원이 많은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인사와 회계 재무부서에 여성 임직원이 많다. 외국계를 희망하는 여학생들이라면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 헤드헌팅은 임원 채용도 많지 않나. 임원에게는 어떤 것을 중요시 하나.
리더십이다. 직무 지식은 임원의 자리에 있었던 것만으로 대부분 비슷하다고 간주한다. 그 다음은 업무 분담을 얼마나 잘 하는지, 전체 조직을 얼마나 유연하게 관리하는지를 본다. 또 중요한 게 어학이다. 역량이 조금 덜하더라도 어학실력 덕에 합격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임원들은 회사 핵심 정보를 본사와 소통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인터뷰 ②] 이직시장은 생각보다 넓다… 잘 모르는 곳이라도 우선 시작하라로 이어집니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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