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월에 동계인턴 뽑는다면서요

1월에 뽑는다는 뜻 아닌 1월에 배치한다는 뜻신입 대신 뽑는 인턴에 '정규직 전환율'은 무의미


삼성 금융계열사는 4일 연세대공학원강당에서 연세대생들을 대상으로 취업 채용설명회를 가졌다. /김병언 기자 misaeon@20150304..
|지난해, 한 기업의 채용설명회를 듣기 위해 모인 대학생들.

지난해 12월 중순, 주요기업의 이른바 ‘공채 시즌’이 끝나가는 때에 갑자기 국내 10대 그룹이 동계인턴을 채용한다는 기사가 떴다.
이 기사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낸 보도자료였는데, 이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대기업이 2016년 1월부터 인턴을 운영할 예정이며 정규직 전환율은 최대 50%를 넘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주변 취업준비생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번 하반기 공채에서 실패했는데 곧 인턴을 추가로 선발한다고 하니 다시 도전해보자”였다. 게다가 ‘정규직 전환형’이라고 하니 더욱 도전할 가치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벌써 1월도 중순에 다다랐는데 왜 아직 인턴 채용소식은 들리지 않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여기에는 일부 오류가 있었다. 1~2월에 선발한다는 이야기는 지난해 11~12월 중 채용전형을 통해 선발한 일부를 1월부터 본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었다. 또 ‘정규직 전환형’이라는 것 역시 “정규직 대신 인턴만 선발하겠다”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보도자료에서 언급된 기업은 현대자동차, LG, 롯데, GS, 포스코, 한화, CJ, 동부, 현대, 현대백화점 등 10개그룹의 40개 계열사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작년 12월 22일 발표한 보도자료 일부. 제목에는 '현대차, LG 등 10개 그룹, 1~2월 동계 인턴 선발 예정'이라고 되어 있다.


전경련은 보도자료의 제목에서 1~2월 중 이들 기업이 인턴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문의 내용은 달랐다. 1~2월이라는 것은 근무기간이었고 이미 1월 전 인턴을 뽑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한다는 의미였다. 즉, 이 보도자료를 보고 지원을 하고 싶어도 이미 시즌이 끝난 것이다.
많은 구직자들에게 희망을 줬던 정규직 전환율도 설명과는 일부 차이가 있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한섬 등 4개 계열사가 정규직 전환형 인턴을 채용해 이중 75%를 전환시킨다고 명시돼 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은 최근 몇 년 간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유통업 특성상 모든 신입사원을 우선 인턴으로 선발한 뒤 이중 일부를 정규직으로 정식 채용하는 구조다. 즉,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라는 것은 신입 채용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현대증권도 2013년 이후로는 계속 신입 채용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 부활한 게 이번 채용형 인턴이었다. LG CNS도 지난해 하반기에는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다.
GS리테일은 지난 11월부터 점포영업 직군에 인턴사원 68명을 배치했다. 이들은 GS리테일의 내부규정상 2급 사원들로 일반 4년제 대졸이 속해있는 1급과는 연봉에서 약간의 차이가 난다.
롯데그룹 역시 인턴을 ‘정규직 전환형’이라고 이름 붙이고 동시에 전환율을 50~60%로 명시했다. 사실상 절반 정도인데 이는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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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 서울 광화문을 걷다 전단지를 받았다. 한 청년단체가 제작한 정부의 노동개혁안 반대 홍보물이었다. 노동개혁안은 지난해 9월 15일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이뤄낸 일반해고 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정부는 개혁안을 통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최종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는 데 힘을 보태자며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는 반발도 적지 않다. 이들은 “비정규직 연장이나 해고 조건 완화 대신 청년구직촉진수당이나 자발적 이직자 실업급여 도입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 달라”고 말한다.
같은 '일자리'라는 단어를 두고도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실제 구직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도 차이가 있어 보인다. 단어나 숫자에 매몰된 일자리 정책이 아닌 실수요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밀착형 제도가 필요하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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