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디딤돌 1기 채용 곧 마무리… “면접은 어땠나요”

고용디딤돌 1기 합격자 속속 발표'상반기 공채 도전' vs '디딤돌로 직무 교육' 갈림길대기업 입사 위한 발판으로 삼는 경우도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대기업과 합작해 야심차게 첫 선을 보인 '고용디딤돌' 최종 합격자가 최근 속속 배출되고 있다.
최초로 서류접수에 나선 카카오를 비롯해 SK, 삼성이 순차적으로 최종 1기 합격자를 발표했다. 첫 시행 기업 중에서는 막차격인 현대자동차도 최근 면접전형을 진행 중이다.
기업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고용디딤돌 채용절차는 서류전형-면접전형 순이다. 면접관으로는 대기업과 협력사 담당자가 함께 참여한다.
합격하면 2~3개월 간 대기업 직무교육을 거쳐 각 기업 협력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평가를 거쳐 정규직 전환여부가 결정된다. 최종 입사 기업은 협력사로 전환 여부 역시 협력사에 달려 있다.
구직자끼리도 엇갈리는 의견… 밖에선 '대기업 입사용 발판' 아니냐는 지적도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해 구직자들의 반응은 아직 엇갈리고 있다. 우선 "직무 경험도 쌓고 탄탄한 중소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다.
반면 "협력사 정규직 전환율이 미미한 사실상 경험 위주의 프로그램"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1기의 경우, 교육 기간이 올 상반기 공채 시즌과 겹치기 때문에 만약 정규직 전환에 실패할 경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반응은 특히 대기업 입사를 희망하는 4학년 이상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두드러진다.
외부에서는 구직자들이 실질적인 중소기업 입사 희망자가 아닌, 대기업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많은 기업이 직무역량을 중시하면서 구직자들이 고용디딤돌이 제공하는 대기업 직무교육을 이력서 추가용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실제 면접에 참여했던 구직자들의 후기를 통해 정부표 일자리 정책 '고용디딤돌' 첫 기수 운영 현황을 짚어봤다.

<현대자동차 고용디딤돌 참여자 A씨 인터뷰>
- 이번 현대자동차 고용디딤돌에 지원한 이유는?
작년 하반기에 이력서를 쓰면서 승률이 좋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원했다. 정부에서 주최하는 데다 대기업 자체의 직무교육이라는 장점이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요즘 같은 고스펙 시대에 경험이 없으면 합격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더라도 다른 기업 지원 시 교육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 서류전형과 면접까지, 전체 전형은 어떻게 이뤄졌나.
서류전형에서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 이력서 항목은 학교, 학점 등 기본 학력사항에과 병역, 장애, 보훈 등 개인 정보로 이뤄졌다. 자격증와 어학점수 기입란도 있었다. 자기소개서에서는 평이한 수준의 두 가지를 물었다.
<현대자동차 고용디딤돌 자소서 항목>
▷ 자동차 부품 산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 및 현대자동차그룹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을 통해 얻고자 하는 귀하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 학창시절 단체활동 또는 프로젝트/과제수행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 또는 해결했는지 그 과정을 서술해주세요.

면접장에서는 지원자 네 명이 한 조였고 면접관으로는 현대차와 협력사 각 한 명씩이 참여했다. 한 조당 한 시간 정도였고 총 20개 조가 각기 다른 방에서 면접을 봤다. 면접 질문은 조별로, 협력사별로 다르다. 직무에 따라서는 영어면접도 있다.
특히, 서류전형에서 입사를 원하는 기업을 총 3지망까지 쓰도록 했는데 최종 발표 전까지 이중 어느 기업에 합격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조의 지원자 간 공통으로 지망한 기업을 찾아 합격한 곳을 유추해보기도 한다. 친구들끼리는 기업을 알 경우 면접에 응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 아닐까라며 추측하고 있다.
한 동료 지원자에 따르면 면접 전, 현대자동차의 한 담당자가 전환율에 대해 “최종 결정은 협력사에 달려 있지만 100%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희끼리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게 됐다.
- 많은 협력사에 직접 전환율 등 궁금한 점을 물었다. 결과는 어땠나.
대부분 친절히 답해줬다. 다만 많은 경우 이번이 1기라 정확히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전환율도 아직 표본이 없어서 설명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정규직 전환의 경우, 기업 나름의 고충은 있을 것 같다. 협력사 중에도 규모가 큰 곳은 이미 자체 채용 전형이 있어서 더욱 전환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또 작은 곳은 고용디딤돌 지원자 자체가 적다고 하더라. 이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되는 것이다.
- 지원 전과 현재, 고용디딤돌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생겼나?
직접 교육을 받기 전이지만, 1기라 아직 틀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것 같다. 문의사항이 있어 전화를 걸면, 중소기업의 경우 담당자가 없거나 모른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 기업과 정부기관, 실제 협력사 등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좋은 취지로 시작을 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또 대기업도 이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열의를 가지고 참여해주면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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