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좌담 “투자받은 회사 가야 월급 안 밀려”

스타트업 취업에 대한 돌직구 토크 “투자받은 회사 가야 월급 안 밀려”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예년보다 다양한 채용 기회가 열렸다. 스타트업의 대표적 특징으로 꼽히는 빠른 성장세, 수평적 기업문화는 취준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히 매력적일 터. 하지만 ‘동아리’ 정도로 생각하고 도전했다가는 큰코다치는 곳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취업환경은 어떨까? 이인묵 잡플래닛 대외협력실장, 박성혁 PAG&파트너스 대표, 김영곤 오픈갤러리 영업팀 매니저, 김규범 학생이 스타트업 취업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 김규범 학생 김영곤 오픈갤러리 영업팀 매니저 박성혁 PAG&파트너스 대표 이인묵 잡플래닛 대외협력실장 사회 김은진 기자일시 2015년 12월 28일 오전 10시 장소 한국경제신문사 회의실




사회 : 최근 ‘스타트업’이라는 말이 많이 눈에 띕니다. 박성혁 대표 : 5년 전 스타트업 소식을 전하는 미디어 ‘벤처스퀘어’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스타트업 환경이 무척 좋아졌어요. 당시보다 엔젤투자도 많이 살아났고요.
이인묵 실장 : 스타트업 채용정보를 전하는 전문 플랫폼이 있을 정도로 취업시장에서도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어요. 스타트업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것도 좋고, 스타트업에서 경험한 친구들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해 핵심 인재로 성장하는 것도 좋아요. 크게 봤을 때 국내 기업 생태계 전반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니까요.
김영곤 매니저 : 사실 지인들 사이에서는 스타트업 붐을 잘 못 느끼겠어요. 지금의 직장에서 일하기 전에 지방에서 일했는데, 지방에서는 스타트업 관련 정보가 많이 부족해요. 취업처는 대기업?공사?공무원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많이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해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나서야 다양한 기회가 있다는 것을 느껴요.
김규범 : 맞아요. 학교에서 창업 관련 수업이 늘긴 했지만,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는 아직 생소한 게 사실이에요. 정보를 얻을 곳도 부족하고, 접근하기도 막막하기만 하거든요. 쿠팡?배달의민족?피키캐스트처럼 직접 이용하는 서비스 외에는 잘 알지 못하는 듯해요.



사회 : 국내 스타트업 현황은 어떤가요? 해외투자가 있거나, 해외로 진출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지요? 이인묵 : 사실 국내 스타트업이 초기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정책자금을 통해 ‘A시리즈’에는 진입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해외투자가 들어오는 것을 좋다고만 볼 수는 없어요. 어렵게 마련한 과실을 해외자본이 다 가져가는 형태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요.
박성혁 : 해외투자를 받거나 해외진출한 국내 스타트업은 손에 꼽을 만큼 적어요. 또, 지난해 스타트업 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상반기는 ‘O2O(Online to Offline)’, 하반기에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글로벌’이라는 키워드와 아직 거리가 있어요. MCN은 해외진출 가능성은 크지만, 시작 단계여서 해외에서의 직접투자는 제한적이고요.


사회 : 시장이 활성화한 만큼 취업준비생들의 시선도 스타트업으로 많이 향하고 있습니다. 첫 직장으로서 스타트업, 괜찮을까요? 이인묵 : 잡플래닛 대표님이 대학 특강 때 많이 하는 말이 있어요. “대기업을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가야 한다. 굳이 스타트업을 찾는 것은, 스타트업을 낭만적으로 보는 것”이라고요. 인턴 경험을 하기에는 스타트업도 좋아요. 인턴을 하면서 일이 순식간에 바뀌고 순간순간 집중해야 하는 사안이 달라지는 것이 자신의 성향과 맞는다면 스타트업 취업을 생각해보는 게 좋아요.





사회 : 다양한 스타트업 중 어떤 기업에 지원해야 할까요? 이인 : 초기 스타트업보다 유명한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곳을 찾기를 권해요. 나아가 투자받은 사실이 기사화한 곳으로요.
박성혁 : 실제로 투자받았다는 기사가 나가면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하기가 수월해져요.
이인묵 : 투자받았다는 것은 월급이 안 밀린다는 말이거든요.
박성혁 : 정말 현실적인 말이네요. (웃음)
이인묵 : 투자받았다는 것은 조직에 안정성이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외부에서 인정한 것인 만큼 스타트업 취업을 생각한다면 어디서 얼마나 투자받았는지 고려하는 게 좋아요.
김영곤 : 정말 달라요. 저희가 올해 투자받았는데, 확실히 투자받은 이후 회사의 등급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대부분 지인을 통해 채용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공고를 띄우고 지원을 받거든요. 투자 관련 기사가 난 뒤로는 채용 관련 문의가 많아졌어요. 다만, 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은 좋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이 커 막상 일하면서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해요.
이인묵 : 또 하나 권하자면, 스타트업 가운데 잡플래닛에 평이 등록된 곳을 고려하기 바라요. 평이 등록됐다는 것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다는 것이고, 회사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거든요.



사회 : ‘쿠팡’이나 ‘우아한형제들’처럼 성장한 스타트업을 보면서 막연한 기대를 하기도 해요. 이인묵 : 스타트업을 두고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로켓에 자리가 나면 일단 올라타라’는 말이에요. 그만큼 스타트업이 빠른 성장을 하기 때문인데, 사실 중요한 것은 로켓의 ‘어떤 부분’이냐는 거예요.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버려지는 1단 추진체인지, 궤도에 진입하는 부분인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신입사원으로 스타트업에 들어가 빠르게 성장해 윗자리로 가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예요.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과대평가해 스타트업에 가면 대기업과 달리 나의 모든 것을 발휘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는 착각은 금물이죠.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타트업에 가면 될 거야’라는 식의 생각은 위험하다는 말이지요. 기업은 현실입니다.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자신이 성장하지 않으면 필요 없는 인재가 되는 거예요.
김규범 : 인턴에서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요.
박성혁 : 일 잘하는 인재라면 어떻게든 함께 가야죠. 일 잘하는 친구가 입사를 안 한다면 전력손실이고, 경쟁사로 가면 더 큰 문제니까요. 사실 스타트업에서는 인재를 영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요. 부모님이나 가족을 설득해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 정도로 공을 들이기 때문에 정말 좋은 사람이라면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데려가려고 하죠.



사회 : 스타트업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인묵 :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무적성, 그리고 얼마나 변환이 가능한가예요. 사실 대기업에 입사해도 엉뚱한 계열사로 발령 나거나 원하지 않는 직무를 맡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또 일괄적인 채용 프로세스를 거쳐야만 가능한 방식이고요. 반면 스타트업은 어떤 포지션이 생기면 지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해당 포지션에 맞는 일을 잘하면 돼요. 다만 그 직무가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변환 가능성에도 여지를 둬야 해요.
김영곤 : 제가 대기업에 근무할 때 주위를 돌아보면 힘들게 입사하고도 ‘내가 왜 여기서 이 일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꽤 있어요. 대기업의 특성상 2~3년 동안은 직무와 큰 연관이 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 시간을 버티면 인사팀에서 그 사람 역량에 맞춰 업무 배치를 해주는데, 못 버티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그런 사람이라면 스타트업에서 더 재밌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취업의 목표,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죠.


사회 : 스펙을 쌓을 목적으로 스타트업 취업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박성혁 : 당연히 있죠. 스펙 쌓기 용으로 창업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사실 대기업에서는 스타트업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내용을 전부 확인할 수 없어요. 면접시간도 길지 않고요. 다만, 스타트업 업계가 좁아 평판 조회가 영향을 끼칠 수는 있어요. 중견기업 정도에서는 충분히 인터뷰를 하니 다 걸러질 거예요.
이인묵 : 저는 스펙 쌓기라는 생각으로라도 스타트업을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스펙을 위해 스타트업에 입사했다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거든요. 스펙을 쌓으려고 일을 시작했는데 잘 맞을 수도 있고요. 철저히 놀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오는 것처럼요. 다만, 한 달 하고 그만둘 정도라 자신에게도, 회사에도 손해이니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규범 : 스타트업 채용공고를 보면 개발자가 대부분입니다. 스타트업 채용시장에서도 문과생들은 취업하기 어렵나 봅니다.
이인묵 : 당연하지요. 엔지니어가 유능해요. 문과?이과의 문제가 아니라 일을 잘하고, 못하는 문제예요. 말하자면, 어떤 일로 변환할 수 있는 능력이에요. 엔지니어는 개발을 넘어 통계?마케팅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지만 순수하게 마케팅만 전공한 친구들은 업무영역을 넓히려 해도 툴을 다루는 것조차 서툴러 어렵죠.
박성혁 : 저는 다른 입장이에요. 예를 들어볼까요? UX(User eXperience: 사용환경)를 이해하려면 디자인을 기본으로 역사, 인문학, 미학까지 복합적으로 알아야 해요. 그런데 현재 국내 UX는 대부분 기술자나 디자이너의 영역에 한정돼 있어요. 대기업에 TF팀을 꾸려달라고 하면 모두 공대생들만 와요. 기능조직으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국문학이나 역사 전공자들이 함께해야 해요. 그래야 발전이 있으니까요. 기술만 있으면 ‘다음’이 없어요.
이인묵 : 컴퓨터로 사고하는 능력은 이과생들만 하는 게 아니라 공통의 상식 영역이에요. 반대로 엔지니어도 공통 상식 영역인 역사,철학 등을 충분히 알아야 하죠.
박성혁 : 스타트업 업종마다 직무채용 비율이 달라요. 때문에 개발자만 채용한다고 암울하게 볼 필요는 없어요.
김영곤 : 사회 흐름에 따라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이 IT 중심이니 엔지니어가 필요하죠.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문과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어요. 때문에 스타트업이 많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이 투자받고 열심히 성장하다 보면 기회가 많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봐요. 현실적으로는 힘든 부분이 많지만요.



사회 : ‘열정페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가장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실제 임금수준은 얼마나 되나요? 김영곤 : 숫자만 봤을 때는 열정페이가 맞지만, 바라보는 시점에 차이가 있어요. 저는 1년 사이에 연봉이 50~60% 올랐어요. 일반기업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치죠. 회사가 커질수록 성과가 따르는 게 있어요. 스톡옵션이라는 조건도 있고요. 지금 당장 임금이 중요하다면 당연히 대기업으로 가는 게 맞고요.
박성혁 : 천차만별이에요. 실제로 연봉이 2000만 원이 안 되는 스타트업이 있는 반면, 투자받은 기업의 경우 두 배 높은 임금을 지불하기도 해요.
이인묵 : 스타트업은 ‘복권’ 같은 면이 있어요. 기본 월급은 적지만, 언제 터질 줄 모르는 거죠. 물론 아래로도 터질 수 있지만요.
박성혁 : 그래서 스톡옵션이나 지분을 받는 것이 중요해요. 결국, 미래가치를 할인해 현금을 적게 받고 자산으로 받는 것이니까요. 그렇지 않고 직장으로써 스타트업에 들어가면 메리트가 없어요.


사회 : 스타트업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김영곤 : 이전 직장에서 일할 때는 제 삶에 대한 미래를 보지 못했어요. 그만둔 게 아쉽기도 하지만, 후회한 적은 없어요. 좋은 조건으로 일하고 있고, 커리어도 쌓고 있으니까요. 스타트업의 장점은 바닥부터 일할 수 있다는 것과, 끝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대기업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적거든요. 혼자 사람을 데리고 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엄청난 경험을 하고 있어요.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정말 많이 성장할 수 있는 듯해요. 복지나 임금이 중요하면 대기업에서 열심히 일하는 게 맞고요.
박성혁 : 대기업에서 10년, 외국계기업에서 5년을 일하고 대기업에 다시 입사했지만, 그만둔 이유는 하나였어요. 재미없어서. ‘재미를 찾는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생계가 보장된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해야죠. 10년 뒤의 꿈을 그리면서 직장을 잡았으면 해요. 이제 직업만 남을 뿐, 직장은 없는 시대예요. 회사가 좋은 것이지, 자기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기억해야 해요. 시속 300km의 기차에 몸을 실었다고 자신이 300km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기업명을 제쳐놓고도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이인묵 : 스타트업에 입사한 후 “후회 안 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스타트업에 좋은 판단과 나쁜 판단은 없어요. 좋은 실행과 나쁜 실행만 있을 뿐이지요. 현재 상황으로 좋고 나쁜 것을 잴 수 없죠. 또 하나, 고용안정성을 고려했을 때 대기업이 목표라면 다시 한 번 고려해보세요. 최근 구조조정도 그렇고 사실 대기업의 고용안정성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이왕 재밌는 일을 하면서 자신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성장시키는 것이 미래를 봤을 때 현명한 배팅일 수 있죠.





김은진 기자(skysung89@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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