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캠퍼스 커플..CC 후유증 극복기

찬바람이 굳이 또 스며든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다가올 겨울을 생각하면, 괜스레 허전하다. 부쩍 ‘센티해진’ 교내 가로수길 너머로 전 애인이 걸어온다. 친구들은 내 눈치를 살핀다. 뒤통수가 쭈뼛해지면서 정신이 바짝 든다. CC(캠퍼스 커플) 선배님들,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해결책 좀 알려주세요?
“CC 뒤 이별…해결책은 시간 뿐 ‘노답’”대학교에 입학해서 3월 말에 같은 과 선배와 사귀게 됐어요. 우리 과는 학번 전체 인원이 50명 내외여서 학과 사람들이 오빠와 사귀는 걸 다 알게 됐죠. 교수님까지요. 1학년 때는 거의 붙어 다녔어요.
2학년이 되던 해 5월, 오빠는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했죠. 입대하던 날 단둘이 훈련소에 갔어요.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버스에서 참았던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오더군요.
오빠는 다행히 서울과 가까운 곳에 자대배치를 받아서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면회를 갈 수 있었죠. 오빠도 휴가 때마다 거의 저와 함께 보냈어요. 그토록 기다렸던 21개월이 지나고, 마침내 꽃신을 신게 됐어요.
하지만 그로부터 3개월 뒤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를 받았죠. 처음 며칠간 제 마음은 분노로 가득했어요. 하지만 화가 가라앉은 뒤에는 부쩍 우울해지더라고요. 한 달 뒤 오빠에게 먼저 연락해서 만나게 됐어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죠. 오빠는 그러나 저의 연락을 부담스러워했어요. 저도 잊기로 했죠.
방학 후 전공 수업에 들어갔는데 오빠도 같은 수업을 듣더라고요. 눈치 없는 학과 사람들은 저에게 왜 따로 앉는지 묻더라고요. 헤어졌다는 대답에 당황하더군요. 전 남친과 마주치기 싫어서 시간표를 바꿀 생각도 했지만 왠지 지는 것 같아서 참았어요. 결국 한 학기 동안 같은 수업을 듣게 됐죠.
가을 개강 뒤인 9월 중순 쯤에 직장인 오빠와 소개팅을 했고, 잘 됐어요. 하지만 직장인 오빠와는 한 달 반 정도 사귀다 헤어졌고, 다시 솔로가 됐어요.
헤어지고 나니 학과 사람들이 제 앞에서 전 남친과의 재결합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더군요. 정말 지긋지긋했어요. 전 남친과는 서로 모른 척하면 그만이지만, 학과 사람들의 입방아가 더 곤혹스러웠어요.
이별했다면 전 남친과는 최대한 모른 척하시고, 학과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어요. 그들이 다른 관심사를 찾길 바라는 것밖에는 ‘노답’이죠.



“남자가 입대하거나 여자가 휴학하는 수밖에..”CC를 두 번 경험했어요. 과대표였던 저는 2학년 때 동갑인 한 학번 후배랑 사귀게 됐죠. MT 가서 처음 알게 됐고, 밴드부였던 그의 노래하는 모습에 잠깐 반했어요. ‘조명빨’에 속았던지 사귄지 사흘 만에 후회했어요. 남친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더라고요. 헤어졌죠.
다시는 CC를 안 하겠다고 다짐했건만, 학생회 활동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더군요.
두 번째 남친은 세 살 연하의 한 학번 후배 남학생이었어요. 전 남친과 밴드부 선후배 사이였던지라 공개적으로 사귀기가 어려웠죠. 합의하에 비밀연애를 하기로 했어요. 비밀연애가 공개연예보다 짜릿하긴 하더군요.
하지만 방학 후 서로 바쁘다보니 만나는 시간이 줄고, 사이도 소원해지더라고요. 자주 안 만나다보니 남친의 불만사항이 부쩍 많아졌죠.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 제가 먼저 화를 냈어요.
그런데 어린 남자는 어쩔 수 없나 봐요. 어이없게도 밥 사줄 테니 화내지 말고, 이번 달에는 돈이 없으니깐 다음 달에 산다는 거예요. 있던 정도 떨어져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죠.
네 달 정도 사귄 남자친구였던지라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불편하더군요.
하루는 학회실에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첫 남친이 있더군요. 어색하게 인사하고 나왔어요.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두 번째 남친이 있더라고요. 자퇴하고 싶었습니다. CC의 끝은 불편함 그 자체입니다. 다행히 두 번째 남친도 저와 계속 마주치는 게 불편했던지 군에 입대하더군요.
CC의 해결책은 ‘남자가 군대에 가거나 여자가 휴학하는 것’인 것 같아요.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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